Diary 346

220129

1. 아주 오랜만에 미술관에 왔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쭉 훑다가 마음에 드는 전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명절 미드소마를 배경으로 한 다크하고 위트 있는 매력적인 그림들이었다. 아트선재센터는 처음 방문했는데, 삼청동의 왠만한 갤러리들은 모두 무료로 전시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유료로 입장하는 곳은 잘 가지 않았던 탓이다. 1층에는 작은 서점과 의류 매장이 있고 전시는 3층까지 이어져 오천원이라는 입장권이 썩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점에 나열된 책들에서 오랜만에 읽은 무가치하고 미학적인 문장들이 좋았고, 작은 기대를 품고 간 켄트 이베뮈르의 그림들이 생각보다 더 좋았다. 2. 한때는 미술관에 가는 것을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말마다 전시를 보러 다녔다. 평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주말..

Diary 2022.01.29

211227

동해 여행을 오는 길 KTX에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을 읽었다. 실생활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잡다한 심리학 이론들을 사례와 함께 엮은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해본 일에 대한 후회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오래 반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하라!고 장려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 하자!는 결정 하에 움직였다. 멀리 떨어진 가고 싶었던 카페에 택시를 타고 도착했으나 자리가 없었고, 다시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10분 내외 거리로는 콜이 잡히지 않아 결국 30분이 떨어진데다 시외 할증까지 붙는 삼척까지 가는 조건으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이동한 삼척 해변은 충분히 멋있었다. 다시 숙소..

Diary 2021.12.27

210924

주말과 붙어서 무려 5일이나 지속된 연휴가 끝났다. 사실 어제부터 평일이었지만, 재택근무를 한 덕분에 오늘이 진짜 출근이자 일상으로의 복귀인 기분이다. 연휴 동안 늦게 잤고, 늦게 잔 게 먼저인지 야식을 먹어서 늦게 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연휴 내내 야식을 먹었다. 더 안 좋은건 거의 연휴 내내 씹뱉을 했다는 것이다. 냉장고를 탈탈 털어 냉동 식품까지 꺼내 데워서 씹뱉을 했고 어제는 입고 있던 잠옷을 갈아입고 편의점에 다녀오기까지 했다. 예전의 나였으면 혹독하게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독한 말로 스스로를 깎아내렸을테다. 하지만 이제 확실히 내가 달라지긴 했나 보다. 야식을 먹은 게 살을 찌우고 몸에 안 좋고 생체리듬을 망가트리고 습관화 되기 때문에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살찐 내 모습이 사회적으..

Diary 2021.09.24

210817

1. 청주는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 여행을 갈 수도 없고, 더운 날씨에 국내 도보 여행을 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휴직 기간 가볼만한 곳으로 생각한 것이 청주 국립미술관이었다. 사실 청주에 오기 전까지 올까 말까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 미술관 외에는 더운 날씨를 피해 다닐 곳이 마땅치 않고, 근처에 가성비 좋은 4성급 호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돈을 들여서 와서 애매한 곳에서 시간을 쓰고 아깝게 며칠 의미 없이 소비하게 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우유에 커피를 타 마시면서 오후에 내려가는 버스와 묵을 모텔을 예약했다. 흰티와 청바지를 입고 가방을 챙기는 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마음이 설렜다. 버스에서 내려 미리 봐둔 샐러드 가게로 택시를 ..

Diary 2021.08.17

210815

오늘의 집탈출 루트: 압구정로데오 앤아더스토리즈 > 한남동 d&department, mmmg > 가로수길 카페 한남동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익숙한 대사관 거리 / 순천향병원쪽의 한남동과 오늘 조금 걸은 한강진역쪽 한남동은 아주 다른 모습임을 깨달았다. 입추가 지나긴 했지만 아직도 오후 햇빛은 강하고 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목 골목의 팬시하고 힙하고 작은 카페들에는 젊은 기운들이 가득했다. 어쩐지 상가 안의 거울로 찍은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곳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서있는 것 같아서. (몸과 얼굴에 붙은 살 때문에 그런 어색함이 커진 거라고 살 빼면 나을 거라고 위로해보기)

Diary 2021.08.15

210812

이직한 곳으로의 첫 출근 D-11 지난 주 부랴부랴 입사 전까지의 방학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캘린더에 몇 가지 놀 계획들을 집어넣었다. 그 중에 하나로, 오늘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 산책을 하러 왔다. 미술관 내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시키고 쟁반에 커피를 받아 들고 돌아서는 순간 삐끗해서 커피를 바닥에 몽땅 쏟아버렸다. 내 앞에 사람이 없었던 게 천만 다행이다. 이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크록스 샌들이 굽이 높고 예쁘고 착화감이 좋긴 한데, 걸을 때 안정감이 떨어져서 자꾸 삐끗한다. 이 신발을 신을 때 좀 더 주의하거나 아니면 그냥 자주 신지 않는 편이 낫겠다. 카페에서는 친절하게 새 커피를 만들어 주셨다. 어떤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같은 일과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것을 사소하게 생각..

Diary 2021.08.12

210803

큰 일이였던 원룸 구하기를 포기하고 (일단 집에서 회사를 다녀보고 자취할지 결정하기로 함) 그 이후에 자질구레한 일들은 더 신경쓰기 싫어서였을까, 크고 작은 바보짓들을 저지르고 있다. 대개 급한 성격 때문에 서둘러 일을 결정하거나 동시에 여러 일을 해치우려다가 일어난 사고다. 벽등을 샀는데 전구를 같이 주문하지 않아 다이소를 뒤지다가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 알고 보니 벽에 나사를 박아야 하는 제품이었던 것, 꼭꼬핀을 주문해 걸어봤지만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배송비만 만원 넘게 날리고 반품하게 생긴 것, 남자친구에게 선물한 베개가 맞지 않는다고 당근마켓에 너무 헐값에 올린 것(이건 사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튼 남자친구한테 엄청 혼남). 그 외 여러가지 기억이 다 나지 않는 수없이 많은 바보짓을..

Diary 2021.08.03

210617

- 일기예보상으로 비 내리기 두 시간 전. 낮은 채도의 한강 공원을 걷고 있다. 하늘과 강물이 모두 탁한 소라색인 부드러운 풍경. 내 마음이 비슷한 채도여서 그런지, 맑은 날씨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 젖은 풀잎 냄새가 좋다. - 사회생활을 하면서 괴로워지는 원인 중의 하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평가하는 나 간에 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 진심은 그게 아니었는데, 나의 선한 마음이 왜곡된 채 전달되어 상대방에게 오해를 샀다고 느껴지는 날. 혹은 나의 악하고 부족한 모습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처럼 보일 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난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야' 하는 마음에 괴롭고, 심지어 내 본 모습과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상대방이 미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와 남..

Diary 2021.06.17

210607

내가 요즘 잘 하고 있는건지, 잘할 수 있는 사람인건지, 의심이 들고, 나 자신이 마냥 못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온라인 승급 교육에서는 엉겹결에 팀장을 맡았는데 리딩을 잘하지 못해 팀 분위기를 다운시킨 것 같고, 회사에서는 기획한 행사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고, 이직을 준비 중인 곳에서는 기본 연봉을 후려치기 당했지만 커리어 핏이 충분히 맞지 않는 포지션이라 을의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두 번 리젝하지 못하고 프로포절에 사인해 버렸다. 요새 일찍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서 며칠째 아침 운동을 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매일 아침 운동에서 얻었던 사소한 성취감 및 에너지를 얻지 못한 탓에) 더욱 자존감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작은 성취감을 느..

Diary 2021.06.07

210531

1. 시간에 닳아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보존되는 상태는 사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맞서는 만큼 또 많은 가치를(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이다. 닳아지는 만큼 얻는 것이 있다. 내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과 그 댓가로 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응시하고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2. 세상에 닳는다는 것은 곧, 나를 둘러싼 세계에 무뎌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무뎌지지 않기 위해서 할 것 : 좋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기. 잘 알려지지 않은 멋진 음악을 발견하기.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기.

Diary 2021.05.31

210519

간만에 쉬는 날을 쉬는 날답게 보내자고 마음 먹고 삼청동으로 나왔다. 갤러리 몇 개를 둘러보고 경복궁 돌담길을 빙 돌아 서촌 북카페까지 걸어서 들어왔다. 이제 오후의 햇빛은 여름이라고 할 법한 강도로 뜨거워졌다. 꼼짝없이 반팔을 입어야 하는 날씨가 되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쉬는 날에도 이력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고 또 몇 군데 면접을 치르고, 그렇게 완전히 충전되지 못한 채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몸과 마음으로 버티어 오고 있다. 그래서 서촌의 카페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지금 이 순간이 낯설고 불편하다. 미래에 잘 살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들과 생각해야 하는 것들,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다음 주에 봐야 하는 면접들, 아직 확인하지 못한 링크..

Diary 2021.05.19

나에게 맞는 속도로 걷기

이직을 위해서 쉬는 날에도 자기소개서 쓰고, 면접을 준비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나날이 반 년째 지속되고 있다. 회사도 너무 바빠서 밤 늦게 때로는 새벽까지 일하고 퇴근하고, 스트레스성 과식과 야식을 먹고, 다음 날 피곤에 찌든 채로 이직 준비를 하고, 그런 나날이 쳇바퀴 돌듯 이어지다보니 몸과 마음이 많이 낡은 기분이다. 최근에 하트시그널 프렌즈를 보기 시작했는데, 내 또래 나이 삼십대 초반의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대화하고 예쁜 동네를 다니고 여행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걸 보면서 간접적으로 힐링과 휴식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아둥바둥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대조적으로 짠하게 느껴지기보다, 그냥 나도 종종 짊어지고 있는 짐들을 내려놓고, 쉬기도 하고 맑은 날씨도 누리면서 나에게 맞는 속..

Diary 2021.05.15

미운 사람에 대하여

최근 새로 팀에 들어온 아이가 눈엣가시처럼 성가셔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열정도 없고, 일의 퀄리티도 한참 떨어지고, 게다가 얼마 전 일을 시켜놨더니 온몸으로 싫어하는 티를 내는(타자를 탁탁 치는 것을보면 알 수 있다) 걸 보고 빈정이 팍 상했다. 그런데 최근 내 마음을 제일 어지럽힌 건, 그 애가 마음에 안든다는 사실보다도 내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내가 추구하는) '좋은 사람'의 마인드가 아니라는 어떤 도덕 의식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같은 조가 된 아이들 중 몇 명이 비밀일기를 쓰자고 했는데, 비밀 일기장을 쓰지 않는 다른 아이가 배척당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비밀일기를 쓰지 않을게" 라고 했다가 도리어 그들로부터 배..

Diary 2020.12.29

머리를 자꾸 부딪히는 나날

요새 자꾸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힌다. 이주일 전인가는 사무실 벽에 튀어나온 난간에 머리를 쾅 부딪혀서 며칠 동안 혹이 튀어나왔었는데 오늘은 서랍을 열다가 거치식 거울을 건드려서 거울이 쓰러지면서 머리에 세게 부딪혔다. 약간 어지러운 것 같긴 한데 그냥 기분이 나쁜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요새 며칠간 뒷목이 뻣뻣하고 결리는 느낌이 자주 들었는데 머리를 부딪힌 부작용인가 싶기도 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뇌진탕 후 뇌출혈 증세로 두통, 구토, 의식 저하가 있으면 반드시 신경외과에 가보아야 하고, 어지러움이나 뒷목 뻐근함 등의 증상도 유의해야 한다는데 ㅠㅠ 너무 무서운 것

Diary 2020.12.19

대충 미움 받고 확실하게 사랑 받을 것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해서 저장하고 카톡 프로필까지 해버렸다. 이 귀여운 사진이 내 기분을 좋아지게 한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이 사진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싶어서. 그랬다가 문득 한편으로 ,이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애같은 사진을 프로필로 쓰다니" 하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혹은 내 사진을 프로필로 쓰지 않는 게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그러다 김이나 작사가가 한 말을 떠올렸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는 없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대충 미움 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고.

Diary 2020.12.15

201130

넌 거짓말을 하기 싫었던걸까, 이슈화를 하고 싶었던걸까. 오해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난 사실 정말 잘못된 방법으로 이슈화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야. 불필요하게 이슈를 크게 만들거나 더 큰 변명을 하게 되기 전에, 내부적으로 사건을 더 조용하게 더 평화롭게 모두에게 덜 상처가 되도록 해결하고 싶었던 거거든. 때로는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착한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걸 네가 어려서 몰랐던 거라고 생각할게. 난 솔직히 내가 닳은 게 아니라 네가 아직 덜 여물은 거 같아. 종이에 손가락을 베인 것처럼 미세하지만 날카로운 마찰을 겪고 다소 혼란스러워진 내 마음을 다독이고

Diary 2020.11.30

201129 코로나 시대에 이직을 준비하는 어느 직장인의 일요일

아빠가 시장에서 떡을 사왔다. 다이어트 중이니 안 먹겠다고, 괜히 사온 거라고 투박을 놓았다. 그러고서는 채 십분도 되지 않아 아빠가 냉장고에 넣어둔 떡을 꺼내 먹었다. 인절미는 쫀득쫀득하고 맛있었다. 한 접시를 다 먹고 노트북을 꺼내 이직 면접 피피티를 만들면서 초콜릿을 한 두 봉지 더까 먹었다. 금세 천 칼로리를 뱃속에 집어넣은 셈이었다. 글씨체를 바꾸고, 글상자 색깔을 입혔다 지웠다 하고, 그런 식으로 깨작깨작 작업을 해나가다보니 어느덧 창문 바깥이 어두워졌다. 냉동실에서 남은 떡 한 접시를 더 꺼내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 데웠다. 몇 번 안 집어 먹은 것 같은데 접시가 순식간에 다 비워졌다. 더부룩해진 속을 가라앉히려 모자를 쓰고 패딩을 꺼내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올리브영에 가서 간식을 만 원어..

Diary 2020.11.29

201110

동대문 현대아울렛에 새로 가기 시작한 미용실이 있는데 오늘 홀린 듯이 커트 3회권을 8만원에 결제해 버렸다. 내가 정말 커트를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이었던가? 오히려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기 위해 드문드문 방문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돌아서면서 아차 싶었지만, 다시 가서 결제를 취소해달라고 하기가 머쓱하기도 하고, 요즘은 어딘가에 용기를 내거나 합리적 사고를 할 에너지도 없어서 그냥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싶은 심정으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마침 근처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카페가 있어서 위로를 얻고 싶은 심정으로 (심지어 돈을 더 쓰는 방식이긴 하지만) 10분 남짓 방산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카페에 도착해서 리코타무화과바게트와 카푸치노를 샀다. 디저트는 실험적인 (즉 프로답지 못한) 맛이었고 카푸치노..

Diary 2020.11.10

201107

장소(공간)가 갖는 힘은 때로는 실로 압도적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 없이 같은 위치에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들. 덕수궁 돌담길과 르풀 카페, 광화문 빌딩과 경복궁 사잇길 사거리의 풍경이라던가. 삶의 풍경이 180도 달라진 이후에도 그 곳을 지날 때면 변함 없는 분위기와 기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어떤 영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기대치 않은 위로를 주었다.

Diary 2020.11.07

몽글몽글

종종, 의식적으로,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야 삶이 신선해지는 것 같다. 낯설고 흥미로운 골목을 천천히 산책한다든지, 선곡과 조명이 세심하게 갖춰진 카페나 와인바를 찾아간다든지 노을질 무렵 오묘한 분홍색으로 물들은 구름을 바라보는 몽실몽실한 기분처럼 + 요새는 내방에서 블루투스스피커로 멋진 음악을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힙한 기분이 되서 좋으다!

Diary 2020.10.28

201021

쉬는 날 4시 36분의 오후 선셋 롤러코스터 노래를 들으면서 집에서 만든 커피를 마시고 에세이를 읽는 시간 그야말로 호사를 누리는 기분 ˘◡˘ 장기하의 에세이집을 읽는 중인데 라면을 끓여 먹은 것에 대해 두 페이지가 넘도록 실감나는 묘사가 이어진다. 일상적인 순간도 이렇게 단어와 문장으로 낱낱이 포착하여 담아 보면 왠지 더 그럴듯하고 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Diary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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