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372

221116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고 버거울 때 우선 순위를 되새기면 안정이 된다. 병원도 가야 하고 심리상담도 예약 되어 있고 남자친구가 급 약속을 잡고 회사 일도 많은데 운동도 해야 한다면 [1] 일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언제 어떤 일을 할지 계획을 세운다 [2] '나를 지키는 것'과 관련된 일(건강하게 식사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잠을 잘 자고 건강한 마음을 갖는 것)은 우선 순위의 영역이 아니라 이 모든 일을 잘 해나가기 위한 기본 조건임을 명심하자

Diary 2022.11.16

221013

최근의 자기 연민과 내려놓음에 대하여 1. 모든 슬픔과 분노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한다. 2. 회사에서 신규 팀으로 발령난지 한 달이 좀 넘었다. 이직하고 일년 쯤 지나서 이제 좀 적응이 되나 했더니 팀을 옮기고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 CEO 오더로 떨어진 미션 중 하나 ㅡ 자사를 중심으로 구축된 여러 클라이언트사 간에 협업 마케팅을 추진해서 상호 자원을 나눠 쓰고 시너지 효과를 내자! 라는 의도는 그럴 듯 하지만 과정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 ㅡ 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꾸려진 팀이다. 팀에 배치 받고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불만인 점은 팀장님이 아무 상의도 안내도 없이 일을 던지는 것, 친분이 있는 팀원과 친분이 없는 팀..

Diary 2022.10.08

피로

https://youtu.be/bfjGMMWxujc 피곤이 쌓이고 쌓인다. 조금 나아졌다가 다시 썰물처럼 악재가 밀려 들어온다. 그냥 이런게 다 인생인가. 나를 갉아먹으면서 살아지는 것. 8월부터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 : 끔찍했던 가족 여행, 주택청약에 당첨되었다가 직주근접성이 떨어져 포기한 일, 부서 이동, 업무가 노답에서 개노답으로 바뀌고, 내 적성과 상극인 일을 담당하게 된 것, 아랫 사람을 케어할 여력이 되지 않는데 이상하게 평판은 좋은 팀장님과 일하는 것. 그래도 멘탈은 다잡으면서 살아가야지. 바람 분다고 꺾여버리면 돌아킬 수 없게 되니까.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고 좀 억센 바람이 부는 때에는 굳은 마음으로 견디고 이겨내야지. - 새로 맡은 업무는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자. 최선은 ..

Diary 2022.09.21

220904

나는 피곤하다는 느낌을 당이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어제 열두 시가 넘어 집에 들어와서 피곤해서 빵 세 개, 두유 세 개, 요거트, 초콜릿을 먹고 두시 반에 잤다. 원래는 초콜릿과 두유 정도로만 간단히 먹고 힘을 낼 생각이었는데 항상 무언가 먹기 시작하면 어떤 만족감을 얻기 전까지 계속 먹게 된다. 포만감을 얻기 위해 먹으려고 한 건 아닌데 배가 무거워질 때까지 먹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왜 과식하는 것을 자제하기가 힘든지 그 기전을 예전에 찾아본 적이 있는데 다음과 같았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인슐린이라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호르몬 (당을 지방으로 바꿔주는) 분비가 일어나는데 인슐린이 적정량보다 과다 분비되는 경향이 있다면 뇌는 포만감이 아닌 오히려 배고픔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고 에너지가 부..

Diary 2022.09.04

220825

아주 부산스럽고 힘에 부치는 나날들이었다. 지난 주 3일간 지리산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아빠와 동생과 24시간 붙어 있는 건 우리 모두에게, 특히 내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아빠의 일면들 - 품격 있지 않은 행동,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것, 자기 고집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 을 참아내지 못하고 나는 일일히 잔소리를 하며 받아쳤다. 그렇게 서로를 자잘하게 상처내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폭식을 했다. 마침 아이허브에서 주문한 프로틴바와 쿠키들이 도착했길래 다 해치우고 숨쉬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 칼로리를 계산해보니 간식만 이천 칼로리 넘게 섭취한 꼴이었다. 아빠와 더 이상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그런 데서 안도를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 이런 부도덕한 감..

Diary 2022.08.25

220702

작년에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 지하에 있는 서점을 발견한 후 종종 찾아오고 있다. 책 큐레이션이 잘 되어 있고 매장 내 소파가 여러 개 있어서 마음껏 책을 골라 읽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가끔 집은 내가 되고 라는 책을 여기에서 재미있게 읽었고, 오늘은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두 권을 골라 구매했다. 옆에 있는 빵집으로 옮겨 와서 책을 읽는데, 감정을 글로 옮겨 적으면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적혀 있는 부분을 보고 오랜만에 블로그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블로그에 일기를 씀으로써 감정을 정리하고 배설하고 정화가 되었던 경험은 이미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이 뿌연 안개처럼 자각..

Diary 2022.07.02

220417

1 어젯밤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좋은 곳에 머무르고 좋은 것만 보러 다녔던 제주 여행이었다. 제주 동부 지역에 머무른 탓인지 2박 내내 아침 일곱 시 전에 눈을 떴다. 호텔 방에서는 아침 일곱 시면 충분히 넉넉한 햇살이 커튼 틈 사이로 쏟아졌다. 평소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든 이유는 방이 서향이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8시가 되기 전 일찍 눈을 떴다. 이틀 내내 일찍 일어나는 관성이 붙은 것도 있고 오늘이 주말 끝자락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여행 사진을 블로그에 업로드하니 아직 아침 9시였다. 망설임 없이 갤럭시탭을 챙겨 애정 하는 동네 카페로 향했다. 좋은 것을 눈에 담기 위해, 좋은 공간에 머무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여행 아닌 일상에서도 수고롭지 않게 느..

Diary 2022.04.17

집에 대한 고민

나는 공간이 삶을 바꾼다고 믿는다. 중랑천 근처의 아파트에서 살았던 시절 여름날 캔맥주를 사들고 근처 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아 하루키 소설을 읽었던 시간, 새벽에 집 근처에 있던 중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라디오를 듣던 순간을 소중하게 기억한다. 이후 1호선 월계역 근처 단독주택의 2층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내가 질려버린 건 1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낡고 지친 풍경과 함께, 집 근처에 마음 둘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성동구 금호동의 낡은 주택 2층집에 아빠와 동생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집은 월계동에 살 때보다 작아졌지만 내 방 창문 앞에 감나무의 푸른 잎사귀가 보이는 나름 운치 있는 풍경을 얻었다. 십오분 정도 걸어나가면 한강 공원을 만끽할 수 있고 서울숲이나 이태원 같은 멋..

Diary 2022.03.26

220316

며칠 전에 과식을 좀 했더니 (그래봤자 1900칼로리 정도 먹었는데 자기 전에 900 칼로리 정도를 몰아서 먹었다) 몸무게가 2kg 정도 늘었다. 수치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얼굴부터 배, 허벅지까지 온 몸이 부풀어올랐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긴 한데 이렇게 하루 아침에 확 부어오른 건 약 10년 전 쯤 양념 곱창을 야식으로 먹고 일어난 다음 날 손가락이 아기처럼 퉁퉁해진 걸 목격했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네 미용실에서 앞머리를 잘못 잘라버린 것도 얼굴 면적이 확 늘어나는 데 한 몫 한 것 같고, 이제 서른 셋이 되면서 몸이 탄력을 잃고 더 쉽게 살찌는 체질로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좀 통통했던 상태여서 그냥 지방 조금 더 얹은 게 새로운 못생김의 차원을 열어 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런 ..

Diary 2022.03.16

쌓이는 날들

최근 일이 너무 많아서 밥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서 대충 아무 시간에 빵이나 과자 초콜릿 같은 걸 먹눈다. 뇌에 포도당을 공급해야 그래도 좀 머리가 돌아가겠지 싶어서. 눈 뜨자마자 씻지도 않고 노트북을 켜는데 씻을 시간 없이 저녁 10시가 되곤 한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움직일 새도 없어서 오로지 일하며 앉기,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눕기, 이렇게 몸의 관절을 고정시킨 채 살고 있다. 회사 시스템은 말도 안되게 융통성이 없고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일은 너무나 많고 팀장님은 완벽주의자이고, 이직한지 7개월차가 되어 가는데도 적응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고, 요새는 악몽도 꾼다. 오늘 출근하는 지하철에서는 오랜만에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는 ..

Diary 2022.03.11

220306

요새 평일에는 재택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임장을 다니느라 거의 취미 생활이랄 것 없이 살고 있다. 전시를 보러 가거나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읽거나 힙한 카페에 가는 등 내가 좋아했던 모든 일들이 시간 낭비이고 사치인 것처럼 느껴져서 이 모든 걸 '집을 산 이후'로 보류했다. 오늘도 임장을 갔다가 1호선을 타고 돌아오는데 맞은 편에 앉은 남자가 너무 잘생겨서 흘긋흘긋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 탤런트 최민용을 닮은 느낌인데 얼굴이 하얗고 속눈썹이 길고 쌍꺼풀이 짙다. 회색 무채색 코트에 검은색 나이키 신발. 적당히 마르고 키가 큰 느낌이다. 어제 유튜브로 아이돌 실물 모음 영상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외모가 주는 힘이란 정말 큰 것 같다.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점점 자연스럽게 외모에 대한 시간과 에너지 투..

Diary 2022.03.06

220216

하루 종일 방에 박혀서 재택 근무를 했다. 저녁 밥 생각이 딱히 안 날 정도로 간식을 많이 먹었고 오늘 하루 동안 오십 걸음도 안 걸은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어서 산책을 나갔다. 마스크에 습기가 찰 것을 대비해서 마스크 2개를 챙기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겨울철 산책 노하우다. 오늘은 늘 향했던 한강 공원이 아닌 응봉동 쪽 낯선 길로 쭉 걸었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15억 남짓한 오랜 복도형 아파트 단지들 사이 널찍하고 조용한 4차선 도로변을 따라 걸었다. 네이버 지도로 근처 카페를 찾아 보다가 양재에서 봤던 시크한 느낌의 카페가 응봉에 2호점을 연 것을 발견했다. 카페 밖에 도착해서 안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심플했지만 카페 안 의자들은 등받이가 없어서 앉아 있으려면 코어 힘이 많이 ..

Diary 2022.02.16

220215

오늘의 조금 낯선 일들 (그 중에 기억하고 싶은 것) - 일년 동안 들었던 적금이 만기되어 새로운 적금을 들었다. 금리가 좀 괜찮다 싶은 적금들은 모두 월 납입 한도가 20, 30 만원 수준이라 매력이 떨어진다. 그렇게 찾다가 지쳐서 그냥 매달 펀드나 넣을까 생각하던 중 괜찮은 적금을 찾았다. 우리종합금융에서 내놓은 '하이적금', 'THE드림적금', 'THE좋은적금'인데 이 적금들의 장점은 금리가 높다는 것뿐 아니라, 우리종합금융에 신규 가입함으로써 손쉽게 세개 상품을 한번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세개를 모두 납입한다 치면 월 납입 한도가 130만원 정도로 아주 넉넉해진다).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체크카드를 월 50만원 이상 써야 한다든지 하는 다소 복잡한 조건도 있지만,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Diary 2022.02.15

220129

1. 아주 오랜만에 미술관에 왔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쭉 훑다가 마음에 드는 전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명절 미드소마를 배경으로 한 다크하고 위트 있는 매력적인 그림들이었다. 아트선재센터는 처음 방문했는데, 삼청동의 왠만한 갤러리들은 모두 무료로 전시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유료로 입장하는 곳은 잘 가지 않았던 탓이다. 1층에는 작은 서점과 의류 매장이 있고 전시는 3층까지 이어져 오천원이라는 입장권이 썩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점에 나열된 책들에서 오랜만에 읽은 무가치하고 미학적인 문장들이 좋았고, 작은 기대를 품고 간 켄트 이베뮈르의 그림들이 생각보다 더 좋았다. 2. 한때는 미술관에 가는 것을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말마다 전시를 보러 다녔다. 평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주말..

Diary 2022.01.29

211227

동해 여행을 오는 길 KTX에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을 읽었다. 실생활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잡다한 심리학 이론들을 사례와 함께 엮은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해본 일에 대한 후회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오래 반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하라!고 장려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 하자!는 결정 하에 움직였다. 멀리 떨어진 가고 싶었던 카페에 택시를 타고 도착했으나 자리가 없었고, 다시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10분 내외 거리로는 콜이 잡히지 않아 결국 30분이 떨어진데다 시외 할증까지 붙는 삼척까지 가는 조건으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이동한 삼척 해변은 충분히 멋있었다. 다시 숙소..

Diary 2021.12.27

210924

주말과 붙어서 무려 5일이나 지속된 연휴가 끝났다. 사실 어제부터 평일이었지만, 재택근무를 한 덕분에 오늘이 진짜 출근이자 일상으로의 복귀인 기분이다. 연휴 동안 늦게 잤고, 늦게 잔 게 먼저인지 야식을 먹어서 늦게 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연휴 내내 야식을 먹었다. 더 안 좋은건 거의 연휴 내내 씹뱉을 했다는 것이다. 냉장고를 탈탈 털어 냉동 식품까지 꺼내 데워서 씹뱉을 했고 어제는 입고 있던 잠옷을 갈아입고 편의점에 다녀오기까지 했다. 예전의 나였으면 혹독하게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독한 말로 스스로를 깎아내렸을테다. 하지만 이제 확실히 내가 달라지긴 했나 보다. 야식을 먹은 게 살을 찌우고 몸에 안 좋고 생체리듬을 망가트리고 습관화 되기 때문에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살찐 내 모습이 사회적으..

Diary 2021.09.24

210817

1. 청주는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 여행을 갈 수도 없고, 더운 날씨에 국내 도보 여행을 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휴직 기간 가볼만한 곳으로 생각한 것이 청주 국립미술관이었다. 사실 청주에 오기 전까지 올까 말까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 미술관 외에는 더운 날씨를 피해 다닐 곳이 마땅치 않고, 근처에 가성비 좋은 4성급 호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돈을 들여서 와서 애매한 곳에서 시간을 쓰고 아깝게 며칠 의미 없이 소비하게 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우유에 커피를 타 마시면서 오후에 내려가는 버스와 묵을 모텔을 예약했다. 흰티와 청바지를 입고 가방을 챙기는 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마음이 설렜다. 버스에서 내려 미리 봐둔 샐러드 가게로 택시를 ..

Diary 2021.08.17

210815

오늘의 집탈출 루트: 압구정로데오 앤아더스토리즈 > 한남동 d&department, mmmg > 가로수길 카페 한남동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익숙한 대사관 거리 / 순천향병원쪽의 한남동과 오늘 조금 걸은 한강진역쪽 한남동은 아주 다른 모습임을 깨달았다. 입추가 지나긴 했지만 아직도 오후 햇빛은 강하고 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목 골목의 팬시하고 힙하고 작은 카페들에는 젊은 기운들이 가득했다. 어쩐지 상가 안의 거울로 찍은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곳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서있는 것 같아서. (몸과 얼굴에 붙은 살 때문에 그런 어색함이 커진 거라고 살 빼면 나을 거라고 위로해보기)

Diary 2021.08.15

210812

이직한 곳으로의 첫 출근 D-11 지난 주 부랴부랴 입사 전까지의 방학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캘린더에 몇 가지 놀 계획들을 집어넣었다. 그 중에 하나로, 오늘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 산책을 하러 왔다. 미술관 내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시키고 쟁반에 커피를 받아 들고 돌아서는 순간 삐끗해서 커피를 바닥에 몽땅 쏟아버렸다. 내 앞에 사람이 없었던 게 천만 다행이다. 이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크록스 샌들이 굽이 높고 예쁘고 착화감이 좋긴 한데, 걸을 때 안정감이 떨어져서 자꾸 삐끗한다. 이 신발을 신을 때 좀 더 주의하거나 아니면 그냥 자주 신지 않는 편이 낫겠다. 카페에서는 친절하게 새 커피를 만들어 주셨다. 어떤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같은 일과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것을 사소하게 생각..

Diary 2021.08.12

210803

큰 일이였던 원룸 구하기를 포기하고 (일단 집에서 회사를 다녀보고 자취할지 결정하기로 함) 그 이후에 자질구레한 일들은 더 신경쓰기 싫어서였을까, 크고 작은 바보짓들을 저지르고 있다. 대개 급한 성격 때문에 서둘러 일을 결정하거나 동시에 여러 일을 해치우려다가 일어난 사고다. 벽등을 샀는데 전구를 같이 주문하지 않아 다이소를 뒤지다가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 알고 보니 벽에 나사를 박아야 하는 제품이었던 것, 꼭꼬핀을 주문해 걸어봤지만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배송비만 만원 넘게 날리고 반품하게 생긴 것, 남자친구에게 선물한 베개가 맞지 않는다고 당근마켓에 너무 헐값에 올린 것(이건 사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튼 남자친구한테 엄청 혼남). 그 외 여러가지 기억이 다 나지 않는 수없이 많은 바보짓을..

Diary 2021.08.03

210617

- 일기예보상으로 비 내리기 두 시간 전. 낮은 채도의 한강 공원을 걷고 있다. 하늘과 강물이 모두 탁한 소라색인 부드러운 풍경. 내 마음이 비슷한 채도여서 그런지, 맑은 날씨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 젖은 풀잎 냄새가 좋다. - 사회생활을 하면서 괴로워지는 원인 중의 하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평가하는 나 간에 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 진심은 그게 아니었는데, 나의 선한 마음이 왜곡된 채 전달되어 상대방에게 오해를 샀다고 느껴지는 날. 혹은 나의 악하고 부족한 모습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처럼 보일 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난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야' 하는 마음에 괴롭고, 심지어 내 본 모습과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상대방이 미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와 남..

Diary 202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