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20316

유연하고단단하게 2022. 3. 16. 20:26

 
며칠 전에 과식을 좀 했더니 (그래봤자 1900칼로리 정도 먹었는데 자기 전에 900 칼로리 정도를 몰아서 먹었다) 몸무게가 2kg 정도 늘었다. 수치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얼굴부터 배, 허벅지까지 온 몸이 부풀어올랐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긴 한데 이렇게 하루 아침에 확 부어오른 건 약 10년 전 쯤 양념 곱창을 야식으로 먹고 일어난 다음 날 손가락이 아기처럼 퉁퉁해진 걸 목격했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네 미용실에서 앞머리를 잘못 잘라버린 것도 얼굴 면적이 확 늘어나는 데 한 몫 한 것 같고, 이제 서른 셋이 되면서 몸이 탄력을 잃고 더 쉽게 살찌는 체질로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좀 통통했던 상태여서 그냥 지방 조금 더 얹은 게 새로운 못생김의 차원을 열어 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내일 남자 사람과 약속이 잡혀있어 더 최악이다. 오늘은 일이 많지는 않아서 여섯 시가 되자마자 로그아웃 해버리고 가로수길로 나왔다. 원래는 속옷을 사고 녹사평 카페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기도 했고 어영부영하다가 그냥 익숙한 가로수길 베이커리 카페에 들어갔다. 밀크티와 비건 파운드케이크를 먹었다. 카페의 음악이 별로 좋지 않아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잔잔해서, 모두들 둘씩 짝을 지어 앉아있어서, 그 커플들이 못생겨서, 혹은 너무 잘생겨서, 기분이 좋지가 않다. 기분이 안 좋으니까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싶다. 집에 갈 때 에뜨왈에서 마들렌을 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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