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젯밤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좋은 곳에 머무르고 좋은 것만 보러 다녔던 제주 여행이었다. 제주 동부 지역에 머무른 탓인지 2박 내내 아침 일곱 시 전에 눈을 떴다. 호텔 방에서는 아침 일곱 시면 충분히 넉넉한 햇살이 커튼 틈 사이로 쏟아졌다. 평소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든 이유는 방이 서향이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8시가 되기 전 일찍 눈을 떴다. 이틀 내내 일찍 일어나는 관성이 붙은 것도 있고 오늘이 주말 끝자락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여행 사진을 블로그에 업로드하니 아직 아침 9시였다. 망설임 없이 갤럭시탭을 챙겨 애정 하는 동네 카페로 향했다. 좋은 것을 눈에 담기 위해, 좋은 공간에 머무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여행 아닌 일상에서도 수고롭지 않게 느껴야겠다.
2
내가 애정하는 동네 카페인 <테이퍼드 커피>의 포인트는 흰 벽에 걸린 호크니 포스터와 그 아래 놓인 커다란 사각 우드 스피커다. 스피커에서는 호불호 없이 스며들 수 있는 잔잔한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페 입구는 통유리로 되어 있어 시원한 개방감을 주고 반대편 벽에도 네모난 창문이 뚫려 있어 공간의 흐름에 막힘이 없다.
가게 입구로 들어서는 동안에는 통 유리창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시선이 간다. 도로 바로 옆이라서 소음이 강할 텐데 굳이 길가 바로 옆 자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전시 되는 것을 즐기는 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내 욕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욕망을 좇는 삶은 비참하다고 했다. 그 대부분은 자본가들에 의해 설계된 욕망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인간은 주체이기보다는 세계를 구성하는 픽셀 같은 객체에 불과하다. 타인의 욕망으로 내 삶을 구성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운명이다. 나의 행동이, 나의 생각이 이렇게 조종당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