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372

190703

- 일 년 전쯤부터 회사에 화장을 안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눈에 염증이 생긴 일을 계기로 기초 화장(선크림+팩트)과 립글로스, 눈썹을 다듬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 아침에 화장하는 시간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 내 눈에 들어가는 이물질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한다. 다만 화장이 점점 익숙지 않아지다보니 주말에는 화장이 너무 진하게 되거나 어색해 보인다는 것이 단점. 그래서인지 (아니면 나이살의 영향인지) 요새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자주 낯설다.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이렇지 않았는데, 라는 게 거울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최근 일 년간 야금야금 살이 찌면서 오십 키로를 돌파한 게 가장 큰 영향일거라고는 짐작하고 있지만. 어쨌든 체중과 관계 없이 하루 한 번씩은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내가 ..

Diary 2019.07.03

190615

요새 즐겨듣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동네 스타벅스까지 걸어갔다. 시인 박준이 게스트로 출연한 방송분이었다. 소소하게 재미있고 아름답고 어딘지 쓸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시인 황인찬이 생각났고, 그때 함께 좋아했던 샤이니 종현이 생각났다. 어쩐지 나도, 나야말로 행복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의 뿌리는 오늘 아침 잰 몸무게가 지난주보다 0.2 늘어난 50.9kg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봐주더라도 48kg대에는 도달해야, 마음 놓고 긍정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내가 된다는 암묵적 자기 승인이 있기 때문이다. 몸무게에 대한 강박은 아주 아주 가끔씩은 절제력을 키워주는 효능이 있지만, 대개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여러모로 한계에 부딪히게 만드는 것 같다.

Diary 2019.06.15

190612

- 다이어트 원칙 하나 더 추가 : 저녁 메뉴로 밀가루 음식 먹지 않기 (단 샌드위치는 허용) - 요새 날이 너무 좋아서 자꾸 걷고 싶어진다. 천장 대신 하늘이 넓게 펼쳐지는 야외 테라스에서 투명한 하늘 색깔을 마음껏 올려다보고 싶은 날씨다 (하지만 어제는 집에서, 오늘은 빵집에서 폭식하고 뒹굴거렸다는 게 함정). 날씨가 맑아서 저녁 흰달이 더더욱이 또렷하다. 달 옆을 유유히 지나가는 흰색 비행기는 날개의 테두리까지 선명하다. 날씨 때문에 기분이 붕 떴다가 또 슬퍼졌다가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내 심란한 상태와 빈곤한 사정이 떠올라서 우울해지고 눈물 고이게 되어버린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콜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내 마음을 북둗으기위한 이 모든 장치에도 ..

Diary 2019.06.12

195031

맛있는 것으로 나를 위로하기. 단 맛있는 것을 욕구하는 것은 끝이 없으니까, 먹고 싶은 것을 한가지만 딱 정해서 그것을 음미하고 즐기고 적당히 위로 받고 마무리. - 요새 자꾸 우울해진다. 가만히 있다가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한다. 뇌가 또 오작동을 하고 있나 보다. 귀찮지만 병원에 가보아야하나. 다시 병원에 가기 시작하면 상담 한번에 10만원, 약은 2주치를 받아가니까 한달에 20만원은 써야하니까 조심스럽다.

Diary 2019.05.31

평일 오후 을지로 증권사에 가보았다

1. 자본주의 경제에서 부가 팽창하는 원리는 '돈이 돈을 낳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곳은 삶의 현장이 아니라 '금융 시장'이다. 경제 성장의 자원은 노동이 아니라 돈, 즉 투자 시장을 구르는 눈덩이 그 자체이다. 그리고 개인에게 있어, 경제적 의미로 성장하는 방법은 직업적 성취가 아닌 현명한 투자이다. 자본주의의 꽃이 탐스럽게 피어나는 곳은 바로 투자 시장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금융상품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시대인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자 정보의 불균형에 따른 불이익을 껴안는 것, 즉 기꺼이 (금융 시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2. 오후 시간 을지로 빌딩 사이에서 많은 양복쟁이들이 담배를 피거나 커피..

Diary 2019.05.14

181122

예전에 심리테스트인지 사주팔자인지를 보았다가 그 결과가 정곡을 찔러서 뜨끔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히 말해 나는 혼자 잘났다고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다가 남에게 미움받기 딱 좋은 성격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나는 내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 과반수 이상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일도 못하고 주인의식도 없고, 남에게 의지하면서 미안한 줄 모르고, 이기적이고,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니면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쓸데없고 무의미한 일만 잔뜩 벌이고! 이것이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릴 때 즉각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나'와 비교했을 때 그들은 진짜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서울대를 나왔고, 회사에서는 성과지향적으로 일하고, 상사들에게서 (적어도 업무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Diary 2018.11.23

181119

내일은 화요일이다. 일주일 중에 두번째 날. 하루종일 일하고 싸우고, 주말 내 충전시킨 긍정 에너지를 다 소진시키고, 좀 더 낡은 몸이 되어버리는 날. 하지만 나는 내일 반차를 내버렸다 후후후. 여권 사진도 찍고 구청에도 가야 하고 저녁에는 댄스 수업도 들으러 가야 되지만 그 외에는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야지! 점심은 가벼운 샐러드나 샌드위치(칼로리는 낮지만 맛있는 것으로)를 먹고 오후에는 여권 사진을 찍고 여권 재발급 처리를 하면서 부지런하게 보내고, 저녁도 샐러드나 저칼로리 샌드위치를 먹어야지! 홀로 쉬는 날에는 온전히 내 마음대로 선택한 (다른 사람의 기호나 시선을 신경쓰거나, 시간적인 제한에 얽매이지 않는)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신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카페에서 식사도 하고 커피..

Diary 2018.11.19

181117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방법으로 남을 대하라'는 말이 있다. 공감은 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웠는데, 내가 미워하고 호감을 갖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내 에너지를 쓰면서까지 굳이 내가 대접받고자 친절을 베푸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득, 사람들은 단순히 자기가 대접 받아왔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져 온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도 퉁명스럽게 응대한다. 반면 사랑받고 귀한 여김을 받아온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 주저하지 않고 먼저 마음을 열고 살갑게 다가간다. 고로, 내가 그동안 살면서 귀하게 여겨졌고 이쁨받아왔다는 인상을 주게끔 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은 사람들을 대할 때 내가 바로 그렇게 친절하고 살갑게 다가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Diary 2018.11.17

181111

진짜 행복과 위안을 주는 것 : - 내가 원하는 메뉴로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가벼운 아침식사 - 맛있고 영양적으로 균형잡혀 있으며 적당한 포만감을 주는 점심식사 - 하루종일 가동되었던 몸과 마음을 멈추고 잠시간 쉬기 위한 여유로운 저녁식사 가짜 행복(흥분)을 주는 것 : - 배는 부르지만 오로지 먹는 즐거움(자극)을 얻기 위해 섭취하는 음식 - 스트레스를 덮기 위해, 혹은 나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에게 선물하는 달고 부드러운 맛 가짜 행복을 주는 것은 단지 감각적 흥분을 주는 것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행동하기 전에 자문해보아야 한다. 지금 행동과 욕구를 작동시킨 동기trigger가 무엇인가? 이 행동은 내게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

Diary 2018.11.12

181108

어제 회사에서 야근하면서 팀원들과 9시쯤 저녁을 먹었다. 단호박영양밥 도시락을 먹고 간식으로 브루스케타, 초콜릿, 마카롱을 먹었다. 오랜만에 고당의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잠들어있던 폭식 기제(습관화된 신경/작용)가 발동한 것 같다. 거기에 야근이라는 보상 심리를 발동시키는 근거까지. 결국 집에 돌아와서 잠들기 직전 시리얼 네 그릇, 쫀드기 세 개, 사과대추 열 개를 먹고 잤다. 오늘 아침 공복 몸무게는 49.3킬로그램이었다. 어제보다 0.8킬로그램이 늘었다. 잔뜩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잠은 당연히 깊이 이루지 못했다. 저조한 컨디션, 자책감, 무거운 몸, 공허한 기분. 폭식 후 48시간 내에 먹은 만큼 소비하면 과잉 칼로리가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금요일까지..

Diary 2018.11.08

181104

일요일 점심 동네 스타벅스에서 단호박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먹고 있다. 샌드위치에는 단호박과 치즈가 버무려진 필링 외에도 두툼한 토마토와 가지(추측 상), 양상추 등이 들어가 있어 복잡하고 풍부한 맛이 난다. 어제 밤에 콩설기를 먹고 잔 것을 감안해서 오늘 하루 1000kcal 이내로 먹도록 잘 조절해야겠다. 아침에는 구립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도서관에서는 항상 청결도를 고려하여 신간도서 위주로 책을 빌린다. 그런데 신간 코너와 다른 책장을 쭉 거의 한시간 동안이나 둘러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어렵게 골라온 두 권의 책은 가벼운 부동산 투자 입문서와 현대인의 산만함, 마음 챙김의 필요에 대한 심리학 저서. 사실 요즈음의 내게 책이란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 위..

Diary 2018.11.04

181023

오랜만에 SPA 스토어에서 몇가지 상품 피팅을 해보았다. 앤아더스토리즈 레더스커트는 32 사이즈의 경우 허벅지부터 안 들어가고 34 사이즈는 허리가 안 잠긴다. 현실을 외면하다가 뒤통수 빡 제대로 맞은 느낌~ @ㅁ@ 이 우울감을 그만큼 더 성실하게 다이어트를 하루하루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승화시켜야겠다. 더디더라도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너무 조급해하지 말 것

Diary 2018.10.23

181018

- 오늘 회사에서 허투로 써버린 돈과 시간이 아까워서 죽겠다. 의도치 않게 지출한 돈이 아까워 죽겠고 할 일도 많은데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한 것이 후회스러워 죽겠다. 예를 들면 호감이 없는 후배에게 사준 프라푸치노 값, 그녀에게 휘둘리느라 밖에서 땡땡이 치면서 낭비한 업무 시간, 오래 자리를 비웠다고 과장님에게 눈초리 받은 것과 내가 허비한 시간과 돈이 신경쓰여서 결국 정신놓고 허술하게 처리해버린 일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쨌든 냉정하게 돈과 시간을 아껴야겠다 - 우울한 기분으로 퇴근하고 시리얼을 먹은 게 다시 폭식을 촉발했다. 저녁으로 슬라이스치즈 올린 가지 구이를 먹고, 좀 부족해서 (밀가루 음식이 주는 편안한 보상감을 느끼고 싶어서) 동생이 사둔 시리얼을 먹었다. 그리고 오트밀 가루에..

Diary 2018.10.19

181016

오늘의 토막 일기 - 자꾸 바보짓을 한다. 최근에 가장 크게 저지른 짓은 예약 취소 불가한 호텔을 무심코 결제했다가 7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일이다. 7만원이면 내가 갖고 싶은 브랜드의 커플 후드티를 두 벌 살 수 있다. 도산공원에 있는 예쁜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적어도 이틀 정도는 마음껏 놀고 먹을 수 있다. 7만원이면, 7만원이면, 오늘 한 바보짓은 퇴근 후 집에 와서 사과와 두부를 먹고 배가 찼는데도 단지 삶은 고구마가 내 방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더 먹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배가 부른 김에 자꾸만 또다른 음식들이 먹고 싶어진다는 게 문제다 오늘의 또 다른 바보짓은 내가 옮긴 팀에서 후배가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내가 맡은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까봐 불안해하면서도, 마땅히 해야 할..

Diary 2018.10.16

옷장

내 방에는 십년 정도 된 옷장이 있다. 얼핏 보면 심플하고 예쁜 흰색 옷장인데 가까이서 보면 코팅지 가장자리가 거의 다 떨어져서 문을 여닫을 때마다 너덜거린다. 이 옷장을 보면 가끔 마음이 아프다. 몇년 전 옷장을 닫다가 문이 떨어져서 아빠한테 고쳐달라고 말씀드렸다. 조심성이 없다고 혼나자 욱해서 "이런 싸구려를 사오니까 고생이지" 라고 되려 성질을 냈다. 내 말에 아빠는 조용히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 옷장에는 풀죽은 무거운 표정의 아빠가 새겨져 있고 그 날의 풍경이 생각날 때마다 죄스럽고 마음이 쓰라리다. 내 방은 침대 하나 놓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좁지만 아빠 방은 내 것보다 더 작고 쓸쓸하다.

Diary 2018.10.15

181015

감정 배설하는 습관 들이기! 오늘의 토막 일기 -퇴근하고 집에 와서 키위를 동그랗게 깎아 먹었다.닭가슴살 스테이크를 렌지에 돌려서 해동시키고슬라이스 치즈를 올려서 20초 더 돌렸다.바질가루 톡톡 쳐서 먹으니까 역시 맛있다!혈관에 진한 기름이 침투하는 느낌이다.이렇게 먹으니 배부르고 칼로리도 높지 않아서 좋다. 가끔 치즈가 먹고 싶어지는 날리코타치즈, 스트링치즈를 사다가 하룻밤에 폭식해버리거나치즈타르트, 치즈번 같은 고열량 밀가루 음식에 손을 대는데슬라이스치즈는 그런 위험이 적은 것 같다.그냥 먹으면 썩 맛있지도 않고기름기 있는 음식과 함께 데워야 잘 녹기 때문에과식할 위험이 덜한 것 같다. 떨어지지 않게 충분히 사다 놓아도 될 것 같다.

Diary 2018.10.15

[노블레스 피쳐기사] 2018 알쓸신잡

[Outlook2018] 2018 알쓸신잡 2018년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는 시기다. 인류가 원자 단위로 흩어지고 1인 가구는 현상을 넘어 보편적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시장과 문화도 그에 따라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가 모처럼 황금시대에 진입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첨단 기술과 IT,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호황을 주도할 것이다. 여기에 요동치는 유럽과 남미의 정세도 눈여겨봐야 할 요소다. 은 이 밖에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예측도 들어봤다. 지난해보다 올해 더욱 기대되는 인물들도 만났다. 이러한 예측과 관심은 지평선에서 다가오는 흐름에 흐릿하게나마 돋보기를 들이대는 것이다. 올해 벌어질, 당신이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에 대해 말한다. 2018년 한국 경제 순항할까? 2018년 새해에 ..

Diary 2018.03.01

180223

최근 이어지는 미투 선언들을 보면 사람은 성악설이나 성선설이라기보다 역시 그냥 본능적인 존재로서 타고난다는 생각이 든다. 본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사고의 틀을 바꾸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장치와 제도에 억제될 뿐. 그래서 장치가 해이해지는 구조(규율을 따르지 않아도 될 권력이 주어지는 교수나 업계의 절대적 원로)적 자유 속에서 다른 사람을 해치고 상처입혀도 자신의 쾌락을 채울 수 있는 이기적 본능을 자유로이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도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최대의 쾌락을 좇을 수 있는 자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자유. 마음껏 다른 사람에게 화내고 상처줄 수 있는 자유를 억제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율적인 자기 규제에 대해 본능은 거의 매순간 승리하게 되어있는..

Diary 2018.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