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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태양

항공우주센터 빌딩의 건축가는 자신의 별난 창의성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빌딩 전체를 비스듬히 기울어진 형태로 설계하고 꼭대기에서 지면까지 가느다란 기둥을 세워 지탱하게 만들었다. 이 유명한 건축가에 따르면, 기울어진 형태가 상승하는 느낌을 잘 표현해낸다고 했다.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된 이 빌딩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며 베이징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지만, 건축가는 사돈의 팔촌까지 베이징 스파이더맨들의 욕을 먹게 되었다. 항공우주센터의 외벽 청소는 그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일이었다. 사백 미터에 달하는 빌딩의 한 면 전체가 지면과 육십오 도의 예각을 이루며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 위치에 도착해 위를 올려다보니, 머리 위 거대한 유리 절벽이 자신을 향해 쏟아져내릴 것 같았다. 수이와는 한 손으로 세..

Review 2026.07.24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어쩌면 사랑은 새들보다 가깝고 빵보다 단단하며 조카보다 듬직한 무엇일지도. 퇴근하고 나니 비워져 있는 휴지통. 소화제를 먹을 때 옆에서 따라주는 더운물 한 컵. 늙은 부모의 터무니없는 세계관을 함께 끄덕이며 흘려듣다가 주차장에 내려와 시동을 걸기 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뱉는 안도의 한숨. 물티슈와 수세미, 파스와 보행기. 암 보험과 노령연금과 장례 토털 케어 서비스 카탈로그를 함께 뒤적거리기.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저

Review 2026.07.16

Fujii Kaze

요즘 푹 빠져있는 후지이 카제의 노래. 1996년생으로 2020년 데뷔한 그의 앨범을 전 곡 들어보았다. 전 곡이 좋다. 가사도 좋다. 옷도 잘 입는다(?)흔해빠진 사랑 가사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죽음에 대한 세계관을 노래하는 것이 좋다. 그의 모든 곡을 통틀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조금 덜 좋아하는 노래(그것도 5개 미만인 듯... 하지만 하치코와 Forever Young마저 좋아하게 되어버림...) 두 가지만 있을 뿐, 별로다 싶은 곡은 한 개도 없다. 장르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어서 앨범을 돌려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유튜브 댓글을 보면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듯 .https://youtu.be/SfPkl7lol7g?si=0OaZE6PC_HZMHXr3h..

Playlist 2026.06.30

260608

-나는 남탓하는 사람들이 특히 싫다. 어쩌면 그건 내가 남탓하는 성향을 갖고 있음을 은연 중에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남 탓을 잘 하는 건 내 생각과 판단의 중심이 다른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내 중심이 나에게 있으면 다른 사람을 탓할 일도 없다.-뉴발란스 운동화를 사고 기분이 좋아졌다. 나에게 뉴발란스 운동화는 중산층의 척도 같은 것이다. 온라인의 브랜드 없는 상품이나, 휠라 같이 더 저렴한 브랜드로 선택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

Diary 2026.06.08

2019년 4월 부산

핸드폰 앨범에 담겨 있던 2019년 4월 부산 여행 사진들을 들춰보았다. 7년 전의 기억을 사진을 보며 더듬어본다.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밀면부터 먹어주었다.회사에서 신라스테이를 직원가로 할인 예약할 수 있어서 쏠쏠하게 많이 이용했었다. 그 때문에 해운대를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기는 했지만. 좋은 숙소에서 아늑하게 푹 쉬면서 혼자만의 프리미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행 때 좋은 숙소를 잡으면 전반적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남편은 여행에서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라는 생각이라서 무조건 가성비 중심 + 위치가 좋은 숙소를 잡자는 주의다. 물론 돈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숙소에서 묵는 것도 ..

Travel 2026.06.08

2606 후쿠오카/우키하

-1일차 : 후쿠오카 모츠나베, 밤 산책2일차 : JR타고 우키하 투어 -아빠 안녕. 엊그제는 아빠 생일이었네. 나는 지금 일본에 여행 와있어. 아빠랑 같이 와봤으면 좋았을텐데. 해외여행 한번 같이 가보지 못해서 미안해.아빠 몸이 안 좋아서 여행을 못 가봤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잠꼬대가 심해서 여행을 같이 못 갔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려면 끝이 없다. 그치?나 재미있게 잘 놀고 돌아갈게.

Travel 2026.06.07

입춘

https://youtu.be/FQfPoAJC2_E?si=D2fbj_jZWOoUX3EO정승환의 입춘...을 DDP에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니. 현장에서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편으로는 저 귀한 기회를 못 알아보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핸드폰을 바라보거나 바쁘게 걸음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그런데 내가 저 현장에 있었대도 실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걸음을 멈추지 않았을 것 같고, 핸드폰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을 것 같다.언제 어떻게 마주칠지 모르는 작고 귀한 행복을 마주하고 만끽할 수 있도록. 핸드폰 바깥의 세상을 살피고 귀 기울이고 걸음을 멈출 수가 있도록. 언제나 내 세계를 한 뼘 정도는 열어두어야겠다.

Playlist 2026.06.03

아빠에 대한 기억들

아빠에 관해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어릴 때 우리 집 거실 한쪽에는 과자 존이 있었다. 아빠는 과자가 다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항상 채워두셨다. 특히 초코파이는 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학원 다녀와서 꼭 하나씩 까먹을 수 있었다.샴푸를 하면서 아빠에게 샴푸는 영어로 뭐냐고 물어봤던 것 같다. 아빠가 대답을 잘 못했던 것 같다. 알고보니 아빠는 가난해서 대학교를 다니지 못했다.대학교 때 집에서 학교가 멀다는 이유로 자취를 선언했다. 학교 근처 고시원에 방을 얻었다. 아빠가 월세를 내줬다. 매주 중학생 과외를 하기 위해 집에 올라왔다. 올라오는 날이면 아빠는 반찬을 꺼내주고 식사를 차려줬다. 다이어트에 사활을 걸었던 시절이기 때문에 잘 먹지는 않았다.아빠가 좋아하는 음식들. 홍어, 다슬기해장국, 내장..

Diary 2026.05.26

치유의 빛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굶는 것. 나를 굶기며 살아 있다는 자극을 받으며, 남몰래 안도하는 것-응. 살고 싶어. 그런데 잘 살고 싶어. 돈 많이 벌고 편안한 집에서 여유 부리며 사는 거 말고. 그럴싸한 옷을 입고 걸어 다니며 웃는 거 말고. 진짜 웃고 싶어. 아프지 않은 몸으로, 건강한 몸으로 살고 싶어. 그렇게 잘 살고 싶어. 내 몸이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싶어. 내 몸에 대한 생각을 그만하고 싶어. 그 시간을 다른 곳에 쓰고 싶어. 외국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누군가를 사랑하고, 애틋해하고, 차라리 미워하고 더 원하면서 살고 싶어. 비열하게 욕도 하고, 비겁하게 회피도 하고, 추잡하게 매달려도 보고 그렇게 살고 싶어. 그럴 만한 힘..

Review 2026.05.17

스노우헌터스

두 사람은 종종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재단사가 요한과 공유하는 건 거의 없었다. 요한 역시 재단사에게 자신의 지난날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말의 부재 속에서 그는 편안함을 느꼈다. -의사가 떠난 후 기요시는 작업대에 앉아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바로 앞쪽의 벽을 응시했다.그가 말했다.—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그리고 다시 셔츠를 수선했다.그게 무엇이든 뭔가가 서서히, 하루하루, 그를 떠났지만, 남겨진 것은 있었다. 그는 더 오래 잠을 잤고, 더 늦게 일어났다. 이제는 요한이 가게 문을 열었다. 노인은 계속해서 고객들을 관리하고 지체 없이 치수를 쟀지만, 그가 옷 한 벌을 완성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요시는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다. 요한은 ..

Review 2026.05.09

갈등하는 눈동자

1. 우리는 언뜻 평범해 보이는 대화를 나눈다. 최저 시급 받고 알바하는 이야기, 취업 준비하는 이야기, 자기가 월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어릴 때 좋아했던 일들이 이제는 시시해졌다는 이야기....... 세계에 대한 실망인 줄 알고 듣다가 이내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실망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게 속상해서 눈을 슥 피한다. 자신이 하나도 남다르지 않다는 느낌과 매일 마주하는 얼굴이기에. 얼마쯤 마음이 끼인 한 사람이 내 앞에 서 있다. 나는 문득 시간의 흐름이 슬퍼지지만 슬픔을 티 내지 않고 다시 그 애를 본다.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그 애도 나를 본다. 그 애의 두 눈이 꼭 이렇게 묻는 것 같다. '혹시 선생님은 알아요? 제가 특별한 거......' 그런 말은 꼭 입 밖으로 소리 내지 않아도..

Review 2026.05.05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나의 무가치함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건 결국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최근 모자무싸와 관련해서 여초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이는 것을 봤다. 남성을 구원하는 여성의 서사라는 게 고리타분하고 가부장제적인 사고 방식이라는 것. 거기에서 오히려 그들이 더 편합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을 본다. 남자가 여자를 구원하는 백마탄 왕자 서사에는 환호하면서 여성이 남성을 구원하는 우월하고 신적인 모습을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걸까? 두 미숙한 존재가 서로을 보완하면서 사랑을 통해 찬란하게 다시 태어나는 아름다움을 겪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이들이 불쌍하다.

Review 2026.05.05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1.엔지니어들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기본 원리로 분해한 뒤 그 원리를 활용해 강력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젠슨은 스타트업에 뛰어들기 위해서 먼저 그런 원리를 명확히 이해해야 했다. 젠슨은 시장, 공급망, 경쟁사, 기술, 제품 적합성에 대해 연구했다. 고객, 게임 개발자,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들에게 탐색하는 전화를 돌렸고, 몇 년 치의 업계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했다. 막대그래프 판매수치, 고객 설문조사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상승세의 단서를 찾기 위해 지난한 작업을 수행했다. 다시 말해 그는 숙제, 즉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야만 했다. 2.젠슨 황이 경력 기간 동안 내린 수많은 결정 중, 제프 스미스에 맞서 쿠다에 올인하기로 한 선택은 가장 위험한 것이었다 게이머들과 달리 슈퍼컴퓨팅..

Review 2026.05.04

260425

-박해영 작가의 작품은 늘 재미있다. 다른 여느 드라마와는 다른 차원과 감동이 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신작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2편까지 오픈되었다. 박해영 작가다운 말 맛이 있는 대사들이 이어졌고 몇 가지 문장이 깊게 마음에 와닿았다. 나로서는 30대 중반을 지나 후반에 들어서면서 세상에 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란 지혜를 얻었는데 드라마 속 인물들은 무가치함과 어떻게 싸우고 화해하게 될지 궁금하다.나에게 있어 나의 가치는 남에게서 주어지고 평가 받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면 좀 이상하고, 내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최선을 다했다, 후회가 없다면 나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긍정할 수 ..

Diary 2026.04.25

260414

나는 종종 나의 얄팍하고 얕은 마음을 알아챈다. 방어 심리로 똘똘 뭉친. 관련해서 아이디어가 있냐고 물어봤을 때 그분이 하고 있었던 작업이 떠올랐지만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공을 나눠 갖는 게 싫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불필요한 의견을 추가하지 않고 심플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었던 건지. 후회가 남아 있는 걸 보면 전자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인정받으면 뭐 하려고?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인정받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한 것보다 더 많이 인정받으려고 하는 게 문제다. 아니, 다른 사람보다 더 인정받으려고 하는 게 진짜 문제다. 인정의 기준이 다른 사람에게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회사라지만은. 나보다 못난 사람으로부터 위안받고 자존심을 획득하는 악랄하고 비겁한 사람이 나라는 데에서 ..

Diary 2026.04.14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1.납작하게 눌러놓으면 속 편히 미워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진짜 사람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다. 머릿속에서 눌러놓은 모양을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당황하고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설득할 수도, 조율할 수도, 대화할 수도 없게 된다. 멀리서 안전하게 미워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상대를 납작하게 바라보게 될 때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만 형성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헛소리’를 눈앞에서 치우고 다시는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는 일은 너무나 손쉽다. 기술이 구현한 개인화된 안전지대에는 바깥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다른 의견, 다른 존재에 대한 면역력은 극도로 약해지고, 각각의 의견이 위치한 맥락과 역사를 들을 ..

Review 2026.04.09

달의 골짜기

-동수는 그 낯선 남자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그 말고 다른 사람이 찾아와 실종된 누군가에 관해 묻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하고 불안했던 만남은 남은 평생 동안 동수의 가슴속을 윙윙 울렸다. 처음에 그것은 심장 속에 갇힌 파리 한 마리 같아서 무시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지만, 나중에 동수가 더 나이가 들자 그것은 마치 갈고리발톱처럼 가슴속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폴윤, '달의 골짜기' 중에서

Review 2026.03.21

2603 4박 5일 대만 여행

/ 여행 첫날 /타이베이에 두 번째 여행을 왔다. 처음 왔던 건 10년 전쯤이다. 사회 초년생이라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 않았고, 당시 유행하던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쉽게 코스를 짰었다. 대만의 맛있는 음식, 중국처럼 생소하면서도 일본처럼 깨끗한 골목들, 아름다운 단수이의 풍경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었다.이번 여행을 오기 전에는 남편의 체력 이슈가 있었다. 최근에 일이 많아서 주말에도 출근을 하거나 새벽까지 업무를 처리하느라 서너 시간 밖에 잠을 못 자는 게 일상이었는데, 여행 전 날에는 결국 밤을 새우고 출국을 하게 됐다. 대만 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삐그덕거리는 부분이 있었다. 시내로 가는 고속전철을 타기 위해 이지카드를 사고 금액을 충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차분히 정보를 찾아보고 구매하려고 하는데..

Travel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