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372

10/09

마음에 드는 멜로디가 유유히 흐르는 카페라든가 아니면 날씨가 좋은 날의 야외 벤치라든가 그런 곳에 나란히 앉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단순히 함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만남.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가슴 깊숙한 데에 놓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서 가끔은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고 가끔은 유쾌한 웃음소리를 터트리는. 그 때의 기분, 공간, 분위기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함께하는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고 헤어진 뒤에도 설레이는 따뜻한 감정이, 계속해서 가슴 속을 맴도는 언제나 그런 소통을 할 수 있기를 서투르지만,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제법 성공한 편이었지.

Diary 2008.10.19

09/29

녹슨 청록색의 커다란 교문은 아직은 낯익은 모습이었다. 텅 빈 커다란 운동장에서 전해지는 고요함, 거기서 전해지는 익숙한 무게감이 반가웠다. 오랜만에 만나 보는 듬성듬성 불이 켜진 교실들의 풍경. 운동장을 빙 두르고 있는 길을 따라서 걸었다. 모래알을 밟는 낯익은 감촉이 발 끝으로 전해졌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모래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학교를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추억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껴볼 수 있었으니까.

Diary 2008.09.30

08/25 아빠의 뒷모습

오늘 잠들기 전까지, 하루 종일 베란다에 앉아서 담배를 태우신 아빠. 그 뒷모습이 쓸쓸하고 가엾어보인건 가장으로서의 무능력함이나 지독한 무책임함에 대한 동정이라기보다도 아빠에게서 더이상 일에 대한, 삶에 대한 어떠한 의지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사람에게도 삶이란 여전히 버거운 것인가 보다. 잔뜩 얽혀버려서 아무리 애써도 풀어지지 않는, 어지럽게 꼬인 실타래같은.

Diary 2008.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