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374

210803

큰 일이였던 원룸 구하기를 포기하고 (일단 집에서 회사를 다녀보고 자취할지 결정하기로 함) 그 이후에 자질구레한 일들은 더 신경쓰기 싫어서였을까, 크고 작은 바보짓들을 저지르고 있다. 대개 급한 성격 때문에 서둘러 일을 결정하거나 동시에 여러 일을 해치우려다가 일어난 사고다. 벽등을 샀는데 전구를 같이 주문하지 않아 다이소를 뒤지다가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 알고 보니 벽에 나사를 박아야 하는 제품이었던 것, 꼭꼬핀을 주문해 걸어봤지만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배송비만 만원 넘게 날리고 반품하게 생긴 것, 남자친구에게 선물한 베개가 맞지 않는다고 당근마켓에 너무 헐값에 올린 것(이건 사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튼 남자친구한테 엄청 혼남). 그 외 여러가지 기억이 다 나지 않는 수없이 많은 바보짓을..

Diary 2021.08.03

210617

- 일기예보상으로 비 내리기 두 시간 전. 낮은 채도의 한강 공원을 걷고 있다. 하늘과 강물이 모두 탁한 소라색인 부드러운 풍경. 내 마음이 비슷한 채도여서 그런지, 맑은 날씨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 젖은 풀잎 냄새가 좋다. - 사회생활을 하면서 괴로워지는 원인 중의 하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평가하는 나 간에 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 진심은 그게 아니었는데, 나의 선한 마음이 왜곡된 채 전달되어 상대방에게 오해를 샀다고 느껴지는 날. 혹은 나의 악하고 부족한 모습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처럼 보일 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난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야' 하는 마음에 괴롭고, 심지어 내 본 모습과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상대방이 미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와 남..

Diary 2021.06.17

210607

내가 요즘 잘 하고 있는건지, 잘할 수 있는 사람인건지, 의심이 들고, 나 자신이 마냥 못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온라인 승급 교육에서는 엉겹결에 팀장을 맡았는데 리딩을 잘하지 못해 팀 분위기를 다운시킨 것 같고, 회사에서는 기획한 행사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고, 이직을 준비 중인 곳에서는 기본 연봉을 후려치기 당했지만 커리어 핏이 충분히 맞지 않는 포지션이라 을의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두 번 리젝하지 못하고 프로포절에 사인해 버렸다. 요새 일찍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서 며칠째 아침 운동을 하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매일 아침 운동에서 얻었던 사소한 성취감 및 에너지를 얻지 못한 탓에) 더욱 자존감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작은 성취감을 느..

Diary 2021.06.07

210531

1. 시간에 닳아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보존되는 상태는 사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맞서는 만큼 또 많은 가치를(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이다. 닳아지는 만큼 얻는 것이 있다. 내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과 그 댓가로 얻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응시하고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2. 세상에 닳는다는 것은 곧, 나를 둘러싼 세계에 무뎌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무뎌지지 않기 위해서 할 것 : 좋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기. 잘 알려지지 않은 멋진 음악을 발견하기.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기.

Diary 2021.05.31

210519

간만에 쉬는 날을 쉬는 날답게 보내자고 마음 먹고 삼청동으로 나왔다. 갤러리 몇 개를 둘러보고 경복궁 돌담길을 빙 돌아 서촌 북카페까지 걸어서 들어왔다. 이제 오후의 햇빛은 여름이라고 할 법한 강도로 뜨거워졌다. 꼼짝없이 반팔을 입어야 하는 날씨가 되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쉬는 날에도 이력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고 또 몇 군데 면접을 치르고, 그렇게 완전히 충전되지 못한 채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몸과 마음으로 버티어 오고 있다. 그래서 서촌의 카페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지금 이 순간이 낯설고 불편하다. 미래에 잘 살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들과 생각해야 하는 것들,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다음 주에 봐야 하는 면접들, 아직 확인하지 못한 링크..

Diary 2021.05.19

나에게 맞는 속도로 걷기

이직을 위해서 쉬는 날에도 자기소개서 쓰고, 면접을 준비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나날이 반 년째 지속되고 있다. 회사도 너무 바빠서 밤 늦게 때로는 새벽까지 일하고 퇴근하고, 스트레스성 과식과 야식을 먹고, 다음 날 피곤에 찌든 채로 이직 준비를 하고, 그런 나날이 쳇바퀴 돌듯 이어지다보니 몸과 마음이 많이 낡은 기분이다. 최근에 하트시그널 프렌즈를 보기 시작했는데, 내 또래 나이 삼십대 초반의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대화하고 예쁜 동네를 다니고 여행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걸 보면서 간접적으로 힐링과 휴식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아둥바둥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대조적으로 짠하게 느껴지기보다, 그냥 나도 종종 짊어지고 있는 짐들을 내려놓고, 쉬기도 하고 맑은 날씨도 누리면서 나에게 맞는 속..

Diary 2021.05.15

미운 사람에 대하여

최근 새로 팀에 들어온 아이가 눈엣가시처럼 성가셔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열정도 없고, 일의 퀄리티도 한참 떨어지고, 게다가 얼마 전 일을 시켜놨더니 온몸으로 싫어하는 티를 내는(타자를 탁탁 치는 것을보면 알 수 있다) 걸 보고 빈정이 팍 상했다. 그런데 최근 내 마음을 제일 어지럽힌 건, 그 애가 마음에 안든다는 사실보다도 내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내가 추구하는) '좋은 사람'의 마인드가 아니라는 어떤 도덕 의식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같은 조가 된 아이들 중 몇 명이 비밀일기를 쓰자고 했는데, 비밀 일기장을 쓰지 않는 다른 아이가 배척당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비밀일기를 쓰지 않을게" 라고 했다가 도리어 그들로부터 배..

Diary 2020.12.29

머리를 자꾸 부딪히는 나날

요새 자꾸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힌다. 이주일 전인가는 사무실 벽에 튀어나온 난간에 머리를 쾅 부딪혀서 며칠 동안 혹이 튀어나왔었는데 오늘은 서랍을 열다가 거치식 거울을 건드려서 거울이 쓰러지면서 머리에 세게 부딪혔다. 약간 어지러운 것 같긴 한데 그냥 기분이 나쁜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요새 며칠간 뒷목이 뻣뻣하고 결리는 느낌이 자주 들었는데 머리를 부딪힌 부작용인가 싶기도 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뇌진탕 후 뇌출혈 증세로 두통, 구토, 의식 저하가 있으면 반드시 신경외과에 가보아야 하고, 어지러움이나 뒷목 뻐근함 등의 증상도 유의해야 한다는데 ㅠㅠ 너무 무서운 것

Diary 2020.12.19

대충 미움 받고 확실하게 사랑 받을 것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해서 저장하고 카톡 프로필까지 해버렸다. 이 귀여운 사진이 내 기분을 좋아지게 한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이 사진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싶어서. 그랬다가 문득 한편으로 ,이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애같은 사진을 프로필로 쓰다니" 하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혹은 내 사진을 프로필로 쓰지 않는 게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그러다 김이나 작사가가 한 말을 떠올렸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는 없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대충 미움 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고.

Diary 2020.12.15

201130

넌 거짓말을 하기 싫었던걸까, 이슈화를 하고 싶었던걸까. 오해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난 사실 정말 잘못된 방법으로 이슈화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야. 불필요하게 이슈를 크게 만들거나 더 큰 변명을 하게 되기 전에, 내부적으로 사건을 더 조용하게 더 평화롭게 모두에게 덜 상처가 되도록 해결하고 싶었던 거거든. 때로는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착한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걸 네가 어려서 몰랐던 거라고 생각할게. 난 솔직히 내가 닳은 게 아니라 네가 아직 덜 여물은 거 같아. 종이에 손가락을 베인 것처럼 미세하지만 날카로운 마찰을 겪고 다소 혼란스러워진 내 마음을 다독이고

Diary 2020.11.30

201129 코로나 시대에 이직을 준비하는 어느 직장인의 일요일

아빠가 시장에서 떡을 사왔다. 다이어트 중이니 안 먹겠다고, 괜히 사온 거라고 투박을 놓았다. 그러고서는 채 십분도 되지 않아 아빠가 냉장고에 넣어둔 떡을 꺼내 먹었다. 인절미는 쫀득쫀득하고 맛있었다. 한 접시를 다 먹고 노트북을 꺼내 이직 면접 피피티를 만들면서 초콜릿을 한 두 봉지 더까 먹었다. 금세 천 칼로리를 뱃속에 집어넣은 셈이었다. 글씨체를 바꾸고, 글상자 색깔을 입혔다 지웠다 하고, 그런 식으로 깨작깨작 작업을 해나가다보니 어느덧 창문 바깥이 어두워졌다. 냉동실에서 남은 떡 한 접시를 더 꺼내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 데웠다. 몇 번 안 집어 먹은 것 같은데 접시가 순식간에 다 비워졌다. 더부룩해진 속을 가라앉히려 모자를 쓰고 패딩을 꺼내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올리브영에 가서 간식을 만 원어..

Diary 2020.11.29

201110

동대문 현대아울렛에 새로 가기 시작한 미용실이 있는데 오늘 홀린 듯이 커트 3회권을 8만원에 결제해 버렸다. 내가 정말 커트를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이었던가? 오히려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기 위해 드문드문 방문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돌아서면서 아차 싶었지만, 다시 가서 결제를 취소해달라고 하기가 머쓱하기도 하고, 요즘은 어딘가에 용기를 내거나 합리적 사고를 할 에너지도 없어서 그냥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싶은 심정으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마침 근처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카페가 있어서 위로를 얻고 싶은 심정으로 (심지어 돈을 더 쓰는 방식이긴 하지만) 10분 남짓 방산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카페에 도착해서 리코타무화과바게트와 카푸치노를 샀다. 디저트는 실험적인 (즉 프로답지 못한) 맛이었고 카푸치노..

Diary 2020.11.10

201107

장소(공간)가 갖는 힘은 때로는 실로 압도적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 없이 같은 위치에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들. 덕수궁 돌담길과 르풀 카페, 광화문 빌딩과 경복궁 사잇길 사거리의 풍경이라던가. 삶의 풍경이 180도 달라진 이후에도 그 곳을 지날 때면 변함 없는 분위기와 기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어떤 영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기대치 않은 위로를 주었다.

Diary 2020.11.07

201031

1. 기분전환하려고 피어싱 했는데 맘에 안들어서 기분이 더 안좋아져버림 ㅋㅋㅋㅋㅋㅋ 2. 요새 회사에서 새로운 팀으로 전배된 이후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터질 것 같다... 대기업이 이래도 되나? 체계 전무 주먹구구식 운영 ㅎㅎㅎ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곳도 없네 3. 오늘 일어난 일 : 새벽에 일어났다가 잠이 안 와서 잡코리아를 기웃기웃하다 다시 잠들고 아홉시 쯤에 일어났다. 가벼운 홈트를 하고 단감이랑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뺑오쇼콜라를 먹었다. 노트북을 들고 동네 카페에 가서 이력서를 좀 썼다 (지금까지 어디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머리를 자르러 가려다가, 나중에 뿌염할 때 같이 잘라야지 하는 생각으로 미용실 예약은 취소했다. 수선이 필요했던 패딩이랑 가방을 챙겨서 압구정로데..

Diary 2020.10.31

몽글몽글

종종, 의식적으로,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야 삶이 신선해지는 것 같다. 낯설고 흥미로운 골목을 천천히 산책한다든지, 선곡과 조명이 세심하게 갖춰진 카페나 와인바를 찾아간다든지 노을질 무렵 오묘한 분홍색으로 물들은 구름을 바라보는 몽실몽실한 기분처럼 + 요새는 내방에서 블루투스스피커로 멋진 음악을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힙한 기분이 되서 좋으다!

Diary 2020.10.28

201021

쉬는 날 4시 36분의 오후 선셋 롤러코스터 노래를 들으면서 집에서 만든 커피를 마시고 에세이를 읽는 시간 그야말로 호사를 누리는 기분 ˘◡˘ 장기하의 에세이집을 읽는 중인데 라면을 끓여 먹은 것에 대해 두 페이지가 넘도록 실감나는 묘사가 이어진다. 일상적인 순간도 이렇게 단어와 문장으로 낱낱이 포착하여 담아 보면 왠지 더 그럴듯하고 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Diary 2020.10.21

201005

-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편히 쉴 만한 카페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최종 결론. - 9월말부터 서서히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밤에 창문 쪽에 머리를 두고 잤더니 + 업무가 많아 피로가 누적되어 면역력이 떨어져서, 결국 2주째 감기에 걸렸고 상태가 좋지 않다. 올해 독감주사는 결국 못 맞게 되려나?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부디 내가 더 아프지 않고 무사히 겨울을 견뎌냈으면 좋겠다.

Diary 2020.10.15

201009

내가 역시 예민한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한 오늘의 에피소드. 고심해서 방문한 동네 베이커리 카페에 막상 가보기 먹고 싶은 빵이 없어서 한참을 망설이다 파운드케이크 조각을 겨우 골라 앉았다. 변해버린 카페 분위기와 선택지 없는 메뉴에 스멀스멀 낭패감과 실망스런 기분이 들기 시작. 그런데 다음에는 카페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더 많이 사랑한 죄... 이거 언제적 이홍기 노래? 그 다음에 이어지는 건 흔하고 지겨운 아이유 노래. 내 소중한 휴일을 카페가 망쳐버린 기분. 비싸고 양 적더라도 아우프글렛이나 갈 걸... 좋은 카페를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결코 아끼려하지 말지어다 ㅠㅠ!

Diary 2020.10.09

불면증

잡생각이 많아져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잠을 잘 못자니 면역력이 떨어져 결국 감기에 걸려버렸다. 잠자리에 들면 떠오르는 생각들 :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 내가 잘해서 인정받은 일. 뿌듯하고 우쭐했던 감정. 잘한 일은 상상 속에서 더 부풀려지고 나는 더욱 대단한 사람이 된다. 모든 사람에게 내가 한 모든 일을 온전히 인정받고야 만다. 그리고 잘못한 일도 떠오른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준 일. 실수한 것. 그 때의 상황.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낸 생채기가 나를 동일한 통증으로 괴롭힌다. 현실을 보정하고 왜곡하는 이런 상상들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내 잠을 방해하고 컨디션을 떨어트리고 몸과 마음을 약해지게 할 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내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

Diary 2020.10.09

2011007

온전히 내 감각으로 마주하는 나의 세상, 내가 온전히 점거하는 나의 시간에만 최선을 다해 산다면 흔들릴 일은 없다. 온갖 생각이 솟아나서 잠 못 이루는 날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날은 내 세상에 침투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내 마음을 거칠게 덧칠한 날이다. 다른 누군가의 마음, 내 손에서 벗어난 일, 내 것이 아닌 일, 지나가버린 시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에 얽매여 전전긍긍 할수록 내 정신만 소모될 뿐 수확할 수 있는 건 없다.

Diary 2020.10.07

200929

먹고 싶은 디저트가 있었는데,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저녁의 선선한 날씨를 좀 더 느끼고 싶었는데 하나 둘 하고 싶은 것들을 참고 억누르다가 결국 늦은 시간에 냉장고를 뒤지고 눈에 잡히는 것들을 꺼내 먹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의 잣대로 억누르지 말고 내 안의 욕구에 세심히 귀 기울이고 성실하게 해소하기 라는 교훈을 되새기고 내일도 내일 모레도 모두 충분하게 행복할 거라고 행복하기 위해, 온 노력을 다 할 거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하기

Diary 2020.09.29

200910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내 마음이 편하다. 내가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건 이 이기적인 이유이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후배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려는 욕심이 앞서서 반대로 다른 사람을 후려치는 꼴이 되버렸는데, 그 일이 나를 마음 불편하게 만든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쨌든 칭찬도 시기 적절하게, 신중하게 해야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고 게다가 이미 내뱉은 말을,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해져버린 날. 퇴근 후에 나는 다시 이 불편함을 폭식에 가까운 과식으로 해소시키려 했다. 그건 몸을 더 힘들게 해서 마음의 부대낌을 느낄 수 없게 하는 것일 뿐이다.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내일의 내가 다시 그 곳으로 출근하여 당면한 상황과 달라진 온도를..

Diary 2020.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