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346

24/03/10 허기 관찰 기록

오후 시간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살짝 출출해져서 바나나를 먹고 무가당 두유에 더치커피와 알룰로스 시럽을 타 먹었다. 바나나를 먹을 때까진 괜찮았는데 달달한 두유라떼를 먹으니 더 먹고 싶은 식욕이 솟구쳤다.알룰로스 시럽에는 당이 거의 없을텐데 단 것을 먹는 것만으로 더 먹고 싶은 욕구가 촉발되는걸까? 차가운 두유를 먹으니까 몸이 차가워져서 열량을 더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무가당 두유를 따듯하게 데워서 무가당 핫초코를 먹었다. 한결 허기가 가라앉는 것 같다.

Diary 2024.03.10

231205

출근하는 길 지하철 개찰구에서 서둘러 카드를 찍고 들어가려는 중이었다. 맞은 편에 선 피곤한 얼굴을 한 할머니가 당연하다는 듯 동시에 카드를 찍고 내 쪽으로 넘어 왔다. 양보를 고민하기 위한 찰나의 주저함이라고는 없는 행동이었기에 기분이 나빴다. 그와 동시에, 맞은 편에 상대방이 보이면 양보할지 고민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할머니의 삶이 팍팍하고 여유롭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사실 그런 류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조급하게 살아와서, 내 몫을 챙기기 급급해서 남에게 양보하고 아량을 베푼 경험을 거의 해 본 적 없는. 어제 회사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거의 동시에 배식 줄을 선 사람이 있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뒤에 설 것을 요구했다. 뒤늦게 양보해줘서 고맙다고 할..

Diary 2023.12.05

23.10.05

그냥 팔자주름이 보기 싫었을 뿐인데. 피부 탄력을 위해 돈만 있으면 많이 받을수록 좋다는 피부과 의사들의 유투브 영상을 보고, 턱라인까지 같이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클리닉 실장의 얘기에 넘어가 써마지와 함께 울쎄라 시술을 받았다. 사실 작년에 이미 울쎄라 600샷을 받았었고 그 때도 피부 가죽이 근육과 분리되어 너덜거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해골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시술 이후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런데 시술 바로 다음 날부터 얼굴이 해골형이 되었다. 턱과 골격 부각이 더 심해져 얼굴이 네모나고 울퉁불퉁해졌다. 눈두덩이와 양볼은 퀭해지고 앞볼이 판판해지고 얼굴에 자잘한 주름이 생겼다. 속건조가 생겨서 얼굴이 땡기고 관자놀이까지 피부가 흐물거린다. 울쎄라의 원리는 피하지방층과 근육층 사이 ..

Diary 2023.10.05

230823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아침 공기가 조금 서늘해졌다. 마음의 열기에도 이런 서늘함이 필요할 때가 있다. 마음에 물을 주고 온도를 낮춰 줄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어제 온 메일 때문에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내내 화가 났다. 화가 난 이유를 곰곰이 들여다보니 하나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에 불필요한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자는 왜 그 일이 불필요한지 설명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다. 후자는 사실 대응할 필요도 없다. 내가 무시당할만한 실수나 잘못이 있었다면 바로잡으면 되고, 없었다면 무상식적인 태클은 무시하면 된다. 나는 내가 인정하지도 않는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평가되거나 가치 절하될 수 없는 존재이니까. 내 감정과 에너지를 쓸데 없..

Diary 2023.08.23

주변인들의 연속적인 결혼에 대처하기

예전의 한국 나이 기준으로 34살, 올해 6월부터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어 33살이 된 나에게 이제 미혼보다는 기혼인 또래가 더 많다. 코로나 때문에 주춤했던 주변 사람들의 결혼 소식과 청첩장 모임이 다시 이어지고 있는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결혼을 공표하는 것이 미혼인 사람들에게 '나는 너보다 낫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결혼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상징이 된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지 않았다는 건 하자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과 같다. 결혼이 인생의 어느 부분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건 아마도 사회적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생각이기에 지금 내가 주변 사람들의 결혼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울해지는 것일테다. 물론 사회적 표준에 맞춰지는..

Diary 2023.07.30

230427

카페에서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 앞에 서있으니 사장님인 듯한 남자가 당황한듯한 얼굴로 들어왔다. 허둥지둥 주문을 받으면서 전화로 지금 어디 있니?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 묻는 걸 보니 알바생이 잠시 자리를 비운 듯 했다. 요즘 내가 겪고 있는 일 때문에 사장님에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이 알바생은 업무시간에 어딜 간거야. 왜 어떤 사람들은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거지.' 하는 짜증이 솟아났다. 5분이 채 되지 않아 알바생이 서둘러 가게로 들어왔고 주문은 잘 접수가 되었고 사장님이 미리 조리해 놓은 덕분에 음식도 빠르게 나왔다. 내 마음도 '그래, 사람이 화장실도 갈 수 있고 잠시 자리도 비울 수 있지. 그게 사람인걸.' 하고 누그러들었다. 최근 팀 내 업무 분장이 바뀌었다. 그런데 나와 정/부로 일..

Diary 2023.04.27

230307

집이 오래된 주택이다보니 종종 바퀴벌레가 나온다. 요새 날씨가 풀렸더니 어제는 커다란 바퀴벌레를 두 마리나 보았다. 더 심해지기 전에 방역을 해야겠다 싶어서 숨고로 업체를 불렀다. 오늘 오후 방역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카카오로 10만원을 송금했다. 작년에는 더 낮은 가격으로 방역을 했는데 비싸다고 느꼈던 반면 10만원이 꽤 저렴하다고 여겨지는 걸 보면 씀씀이가 헤퍼진 것 같다. 원래는 동생이랑 10만원을 나눌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4만원만 보내달라고 할까. 아니면 선생님 월급도 작은데 그냥 내가 부담할까. 내가 부담하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게 너무 좀스러운가. 서른이 넘는 세월을 가난 속에 살았고 내 것 네 것을 구분하고..

Diary 2023.03.0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