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평일에는 재택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임장을 다니느라 거의 취미 생활이랄 것 없이 살고 있다. 전시를 보러 가거나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읽거나 힙한 카페에 가는 등 내가 좋아했던 모든 일들이 시간 낭비이고 사치인 것처럼 느껴져서 이 모든 걸 '집을 산 이후'로 보류했다.
오늘도 임장을 갔다가 1호선을 타고 돌아오는데 맞은 편에 앉은 남자가 너무 잘생겨서 흘긋흘긋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 탤런트 최민용을 닮은 느낌인데 얼굴이 하얗고 속눈썹이 길고 쌍꺼풀이 짙다. 회색 무채색 코트에 검은색 나이키 신발. 적당히 마르고 키가 큰 느낌이다. 어제 유튜브로 아이돌 실물 모음 영상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외모가 주는 힘이란 정말 큰 것 같다.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점점 자연스럽게 외모에 대한 시간과 에너지 투자를 줄이게 된다. 생그러움, 피부 탄력, 40키로대의 몸무게 같은, 20대의 내가 지닐 수 있었던 외모의 힘은 빛을 바래간다. '내가 가장 빛날 수 있었던 때'는 지났음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잘생긴 사람을 마주하고서 확 마음이 들뜨고 흔들리는 걸 보니... 30대까지는 내 외모에 대한 투자와 관리를 후순위로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들뜨고 요동치게 만드는 권력을 지녔던 시절이 있었다.
일단 피부랑 체중 관리는 다른 일들보다 후순위로 미루거나 포기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