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방에 박혀서 재택 근무를 했다. 저녁 밥 생각이 딱히 안 날 정도로 간식을 많이 먹었고 오늘 하루 동안 오십 걸음도 안 걸은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어서 산책을 나갔다. 마스크에 습기가 찰 것을 대비해서 마스크 2개를 챙기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겨울철 산책 노하우다.
오늘은 늘 향했던 한강 공원이 아닌 응봉동 쪽 낯선 길로 쭉 걸었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15억 남짓한 오랜 복도형 아파트 단지들 사이 널찍하고 조용한 4차선 도로변을 따라 걸었다.
네이버 지도로 근처 카페를 찾아 보다가 양재에서 봤던 시크한 느낌의 카페가 응봉에 2호점을 연 것을 발견했다. 카페 밖에 도착해서 안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심플했지만 카페 안 의자들은 등받이가 없어서 앉아 있으려면 코어 힘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카페를 반환점으로 해서 돌아오는 길에는 집 근처 재래시장 안쪽에 들어가 보았다. 최근 개성있지만 작고 터무니 없이 비싼 와인바들이 늘어서기 시작한 시장길은 아직 여전히 불결하고 찌든 냄새가 났다.
15억이 넘는 아파트들과, 낡고 비스듬한 시장길의 빌라들과, 키린지의 알 수 없는 일본어 가사가 뒤섞인 낯선 여행같은 산책이었다.
https://youtu.be/clLa_BYC5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