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쌓이는 날들

유연하고단단하게 2022. 3. 11. 09:03



최근 일이 너무 많아서 밥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서 대충 아무 시간에 빵이나 과자 초콜릿 같은 걸 먹눈다. 뇌에 포도당을 공급해야 그래도 좀 머리가 돌아가겠지 싶어서. 눈 뜨자마자 씻지도 않고 노트북을 켜는데 씻을 시간 없이 저녁 10시가 되곤 한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움직일 새도 없어서 오로지 일하며 앉기,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눕기, 이렇게 몸의 관절을 고정시킨 채 살고 있다.

회사 시스템은 말도 안되게 융통성이 없고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일은 너무나 많고 팀장님은 완벽주의자이고, 이직한지 7개월차가 되어 가는데도 적응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고, 요새는 악몽도 꾼다. 오늘 출근하는 지하철에서는 오랜만에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는 힘듦을 토로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든데 내가 힘들다고 생색내봤자 의미도 없고 철없이 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저마다의 힘듦을 꾹꾹 눌러내고 상대에게 어두운 감정의 오로라가 뻗치지 않게 단속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믿는다. 팀장님이나 사수와 통화할 때는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오로지 일에만 포커스를 맞추어 대화한다. 이 자료를 어떻게 고쳐야할지,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봐서 보충해야 하는지, 그 대화에 나의 토할 것 같은 힘듦과 지침을 묻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상사의 피드백을 복기하기 위해 녹음된 통화 파일을 다시 들어보면 어쩐지 화가 난 사람처럼 들리기도 했다. 나 힘들어요 지쳤어요, 라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차단하느라 상냥함이나 친절함의 가면조차 쓰기 버거운가 보다.

부정적인 오로라가 폭발하기 전에 조금씩 그때 그때 흘려보내고, 건강하게 개워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적절한 타이밍에, 나의 나약함과 슬픔을 조금 더 표현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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