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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5

오늘의 조금 낯선 일들 (그 중에 기억하고 싶은 것) - 일년 동안 들었던 적금이 만기되어 새로운 적금을 들었다. 금리가 좀 괜찮다 싶은 적금들은 모두 월 납입 한도가 20, 30 만원 수준이라 매력이 떨어진다. 그렇게 찾다가 지쳐서 그냥 매달 펀드나 넣을까 생각하던 중 괜찮은 적금을 찾았다. 우리종합금융에서 내놓은 '하이적금', 'THE드림적금', 'THE좋은적금'인데 이 적금들의 장점은 금리가 높다는 것뿐 아니라, 우리종합금융에 신규 가입함으로써 손쉽게 세개 상품을 한번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세개를 모두 납입한다 치면 월 납입 한도가 130만원 정도로 아주 넉넉해진다).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체크카드를 월 50만원 이상 써야 한다든지 하는 다소 복잡한 조건도 있지만,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Diary 2022.02.15

칵테일, 러브, 좀비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매일 이걸 보러 오는 거야. 나를 잊지 않으려고. 내 이름, 내 얼굴, 아마도 내가 죽었을 때의 나이, 그런 거. 알아 봤자 별다를 것도 없지만, 조금이나마 나를 덜 희미하게 하는 것들이니까. 결국엔 이렇게 널 만나기도 했고.” 마지막 말에는 진즉 말라 비틀어진 심장이 덜컹였다. 그런 물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숲은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을 계속했다. 물은 그 별것 아닌 말에 귀 기울였다.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저

Review 2022.01.31

어깨 너머의 연인

1. 남자들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시선이 없어지면 여자는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늘 남의 눈에 뜨이도록 애쓰는 것도 꽤 피곤한 일이다. 보통 여자 같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루리코는 용납할 수 없다. 보통 여자는 매니큐어가 벗겨졌어도 ‘그녀니까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지나치겠지만, 루리코가 그러고 있으면 ‘루리코 같은 여자가’ 하고 실망의 정도가 크다. 루리코는 늘 생각한다. 자기는 실버보다 플래티넘이, 코튼보다 실크가, 짧은 머리보다 웨이브 진 긴 머리가, 선술집보다 레스토랑이 어울리는 여자여야만 한다고. 물론 누가 강요해서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루리코도 실버가 갖고 싶고 코튼도 입고 싶고 짧은 머리도 해 보고 싶고 선술집에도 가고..

Review 2022.01.30

220129

1. 아주 오랜만에 미술관에 왔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쭉 훑다가 마음에 드는 전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명절 미드소마를 배경으로 한 다크하고 위트 있는 매력적인 그림들이었다. 아트선재센터는 처음 방문했는데, 삼청동의 왠만한 갤러리들은 모두 무료로 전시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유료로 입장하는 곳은 잘 가지 않았던 탓이다. 1층에는 작은 서점과 의류 매장이 있고 전시는 3층까지 이어져 오천원이라는 입장권이 썩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점에 나열된 책들에서 오랜만에 읽은 무가치하고 미학적인 문장들이 좋았고, 작은 기대를 품고 간 켄트 이베뮈르의 그림들이 생각보다 더 좋았다. 2. 한때는 미술관에 가는 것을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말마다 전시를 보러 다녔다. 평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주말..

Diary 2022.01.29

나를 숙고하는 삶

1. 인생이란 뭔가를 계속 얻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뭔가를 계속 잃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상실로 인해 실망감이 들 때 대놓고 솔직하게 슬퍼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때 땅에 묻히지 못한 망령처럼 예기치 않은 우울증이나 망상 같은, 욕망의 대상들을 향한 강력한 투사 혹은 무분별한 오락 중독 같은 증상들로 나타나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인생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모든 것들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얻은 모든 것들은 또한 잃을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상실을 우리가 계속 섬기는 가치에 대한 보다 의식적인 긍정을 통해서만 만회할 수 있다. 2. 개인의 권위 회복은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고 재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만일 우리의 삶이..

Review 2022.01.23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1. “백마역으로 가겠다고? 너 경의중앙선 타 본 적 있어?” “아니?” 나는 휴대폰으로 지하철 노선도를 검색하면서 답했다. 백마역에서 타고 한남역에서 내리면 될 것 같았다. “야, 택시 타라니깐. 내가 돈 줄게.” 나는 피식 웃었다. “됐어. 책 장사에 뛰어든다는 놈이, 돈 아낄 줄 알아야지.” 친구가 비장한 표정을 하고는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힘 내. 미안하다, 무기라도 빌려줘야 하는데…. 여기에는 그런 게 없네. 가다가 연장이라도 하나 사 들고 가.” “술이 아직 덜 깨긴 했나 보네.” 친구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다가 끝내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이내 낯설도록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웃기네. 2. “와, 용감하시네. 하고많은 지하철 중에..

Review 2022.01.22

드라이브 마이 카

1. 예술이 의미 있고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삶을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하루키의 단편 소설 속 어느 부분을 진하게 응축시키고 풍부하게 펼쳐 놓은 듯한 영화. 그래서 오히려 하루키의 소설과 가장 닮은 영화. 3. 영화의 중간부까지는 주인공의 단단함과 무거움에 매료되었다. 가후쿠는 그 어떤 파동도 깊이 삼킬 수 있는 고요한 바다같은 사람이다. 오토의 남편으로, 유능한 연출가로, 때로는 누군가의 동료이자 선배로서도 그는 자신의 역할을 어느 상황에서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수행한다. 한편 드라이버 미사키는 그보다도 더 깊은 내면을 간직한 사람이다. 가후쿠가 잔잔한 바다의 지평선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라면 미사키는 칠흙같이 깊은 심해와 같은 사람이다. 루틴한 모노 톤의 생활 방식..

Review 2022.01.02

2021 겨울 동해

첫째날 묵호역에서 (제설 안된 보도를 정말 힘겹게) 걸어 도착한 하평해변. 바닷가 눈 쌓인 기차길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택시비 편도 만삼천원이 아깝지 않지는 않지만 (솔직히 표현해서) 조금 덜 아까웠던 삼척 해변. 숙소에 도착한 후 저녁 먹으러 가다가 오른편에서 바다 위로 핑크빛 노을이 지는 풍경을 포착했다. 이번 동해 여행은 일출이 아닌 노을이 다했다... 저녁은 정말 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예쁜 노을 바다를 보았고 힙한 눈사람을 보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첫날 숙소로 묵은 게스트하우스 2인실. 혼자 쉴 수 있어 편안했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바로 바로 조식! 둘째날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에서 한섬해변까지 걸었다. 화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님 동해 자체가 그런건지 아무튼 한적하고 고즈넉해서 ..

Travel 2021.12.28

211227

동해 여행을 오는 길 KTX에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을 읽었다. 실생활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잡다한 심리학 이론들을 사례와 함께 엮은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해본 일에 대한 후회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오래 반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하라!고 장려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할까말까 고민될 때 하자!는 결정 하에 움직였다. 멀리 떨어진 가고 싶었던 카페에 택시를 타고 도착했으나 자리가 없었고, 다시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10분 내외 거리로는 콜이 잡히지 않아 결국 30분이 떨어진데다 시외 할증까지 붙는 삼척까지 가는 조건으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이동한 삼척 해변은 충분히 멋있었다. 다시 숙소..

Diary 2021.12.27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12월만큼 판타지 영화와 잘 어울리는 시즌이 있을까? 나로서는 남은 연말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를 정주행 하는 것 만으로 충분히 붕 뜬 기분이 들 것 같다 (마침 쿠팡플레이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무료로 볼 수 있으니) 그리고 생각보다 중간에 퀴렐 교수가 빌런이라는 힌트가 엄청 많이 나온다 ㅋㅋㅋ 초딩 때 영화를 봤을 땐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 오늘 마법사의 돌을 보면서 특히 취저였던 부분들 : + 나에게 맞는 해리포터 기숙사는 예상대로 래번클로! 슬리데린도 꽤 많은 지분이 나왔군.

Review 2021.12.19

마스터 알고리즘

제1장 머신러닝의 혁명이 시작됐다 - 기호주의자(symbolists)는 학습을 연역의 역순으로 보며 철학과 심리학, 논리학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연결주의자(connectionists)는 두뇌를 분석하고 모방하며 신경과학과 물리학에서 영감을 얻는다. 진화주의자(evolutionaries)는 컴퓨터에서 진화를 모의시험하며 유전학과 진화생물학에 의존한다. 베이즈주의자(bayesians)는 학습이 확률 추론의 한 형태라고 믿으며 통계학에 뿌리를 둔다. 유추주의자(analogizers)는 유사성(similarity) 판단을 근거로 추정하면서 배우며 심리학과 수학적 최적화의 영향을 받는다. 머신러닝의 다섯 종족은 각자 자기만의 마스터 알고리즘이 있다. 마스터 알고리즘이란 이론상으로 어느 영역의 데이터에서도 지식을..

Review 2021.11.28

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 인간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구별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그 결과 무수한 사람이 국가나 사회, 그리고 신이라는 상상의 산물을 위해 전장에 나가거나 수백만 명을 마구잡이로 학살했습니다. 이런 사태에 이르지 않으려면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것이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별하고, 이를 이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현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최선의 방법은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고통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고통은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입니다. 일례로 국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요. 전쟁에서 패해도 괴로움을 느끼는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입니다. 기업도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거액의 손실액이 발생하면 기업이 아니라 그 ..

Review 2021.10.17

210924

주말과 붙어서 무려 5일이나 지속된 연휴가 끝났다. 사실 어제부터 평일이었지만, 재택근무를 한 덕분에 오늘이 진짜 출근이자 일상으로의 복귀인 기분이다. 연휴 동안 늦게 잤고, 늦게 잔 게 먼저인지 야식을 먹어서 늦게 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연휴 내내 야식을 먹었다. 더 안 좋은건 거의 연휴 내내 씹뱉을 했다는 것이다. 냉장고를 탈탈 털어 냉동 식품까지 꺼내 데워서 씹뱉을 했고 어제는 입고 있던 잠옷을 갈아입고 편의점에 다녀오기까지 했다. 예전의 나였으면 혹독하게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독한 말로 스스로를 깎아내렸을테다. 하지만 이제 확실히 내가 달라지긴 했나 보다. 야식을 먹은 게 살을 찌우고 몸에 안 좋고 생체리듬을 망가트리고 습관화 되기 때문에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살찐 내 모습이 사회적으..

Diary 2021.09.24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대단할 것 없지만, 위로가 되는 맛

그래서 티라미수를 먹었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근처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티라미수를 시켰다. 자전거가 있어 야외 좌석에 앉아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티라미수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한국에서 흔하게 팔지 않았다. 당시 최고로 잘나가던 디저트는 사발만 한 대접에 커다란 빙수를 나눠 먹는 ‘아이스베리’였다. 숟가락을 들어 티라미수를 떠먹으니 참으로 맛이 좋았다. 땀을 너무 흘린 상태에서 당분을 섭취했기 때문인지, 그 집의 티라미수가 특별히 맛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어쨌든 나는 이탈리아에 와서 티라미수를 먹고 있다. 바람 빠진 자전거를 곁에 세워둔 채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때 카페 주인이 다가와 싱글싱글 웃으며 뭐라 뭐라 말했다.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Review 2021.09.12

210817

1. 청주는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곳이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 여행을 갈 수도 없고, 더운 날씨에 국내 도보 여행을 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휴직 기간 가볼만한 곳으로 생각한 것이 청주 국립미술관이었다. 사실 청주에 오기 전까지 올까 말까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 미술관 외에는 더운 날씨를 피해 다닐 곳이 마땅치 않고, 근처에 가성비 좋은 4성급 호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돈을 들여서 와서 애매한 곳에서 시간을 쓰고 아깝게 며칠 의미 없이 소비하게 될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우유에 커피를 타 마시면서 오후에 내려가는 버스와 묵을 모텔을 예약했다. 흰티와 청바지를 입고 가방을 챙기는 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마음이 설렜다. 버스에서 내려 미리 봐둔 샐러드 가게로 택시를 ..

Diary 2021.08.17

210815

오늘의 집탈출 루트: 압구정로데오 앤아더스토리즈 > 한남동 d&department, mmmg > 가로수길 카페 한남동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익숙한 대사관 거리 / 순천향병원쪽의 한남동과 오늘 조금 걸은 한강진역쪽 한남동은 아주 다른 모습임을 깨달았다. 입추가 지나긴 했지만 아직도 오후 햇빛은 강하고 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목 골목의 팬시하고 힙하고 작은 카페들에는 젊은 기운들이 가득했다. 어쩐지 상가 안의 거울로 찍은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곳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서있는 것 같아서. (몸과 얼굴에 붙은 살 때문에 그런 어색함이 커진 거라고 살 빼면 나을 거라고 위로해보기)

Diary 2021.08.15

210812

이직한 곳으로의 첫 출근 D-11 지난 주 부랴부랴 입사 전까지의 방학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캘린더에 몇 가지 놀 계획들을 집어넣었다. 그 중에 하나로, 오늘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 산책을 하러 왔다. 미술관 내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시키고 쟁반에 커피를 받아 들고 돌아서는 순간 삐끗해서 커피를 바닥에 몽땅 쏟아버렸다. 내 앞에 사람이 없었던 게 천만 다행이다. 이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크록스 샌들이 굽이 높고 예쁘고 착화감이 좋긴 한데, 걸을 때 안정감이 떨어져서 자꾸 삐끗한다. 이 신발을 신을 때 좀 더 주의하거나 아니면 그냥 자주 신지 않는 편이 낫겠다. 카페에서는 친절하게 새 커피를 만들어 주셨다. 어떤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같은 일과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것을 사소하게 생각..

Diary 202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