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97

경복궁역 코피티암

미술관에서 마음에 드는 전시를 보고, 명동에 가서 여러 벌의 옷과 목도리를 샀다. 광화문으로 돌아가서 하루키의 책을 사고 서촌 카페까지 이십여분을 걸었다. 어제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많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날씨가 춥지 않다. 몇 년만에 먹어보는 카야토스트. 블루베리 홍차. 마음이 차분해지는 어두운 실내. 비 그친 일요일 저녁의 카페.

Photos 2017.11.26

결핍을 섬기는 자세로

- 나의 세계를 지배하는 정서는 우울함이다. 내 안에는 언제나 결핍과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다. 내가 비참하고 불행해지는 순간은 내가 불행하고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때 발생한다. - 나는 충족감과 행복을 느낄 때 그 그림자 속에 결핍과 좌절감이 가리워져 있음을 인지할 것이다. 기분 좋은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성공의 순간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불쾌한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과 실패의 연속으로 둘러싸인 나날들 속에서 기분 좋은 것과 통제 가능한 것과 성공의 섬광을 가끔씩 느끼는 순간들로부터 응원을 받으면서 살아갈 것이다.

Diary 2017.11.20

불안에 대하여

- 영화를 보면 선한 사람이 악행을 저지르거나 곤경에 빠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지켜야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차라리 지킬 것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 소중하고 중요한 무언가를 얻으면 동시에 잃게 될까봐 늘 불안한 마음을 품게 된다. 불안의 크기는 위기상황 혹은 위기를 상기시키는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가끔씩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한다. 중요한 건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 완벽한 사람인척 연기하거나 눈 앞의 작은 균열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내 판단과 의사결정에 따라 실행한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지지 못할 상황일랑 애초에 초래하지 말 것이고 의지가 부족하여 경솔한 판단을 해버렸다면 반성하고 교훈으로 ..

Diary 2017.10.02

171002

나에게 있어 좋은 카페의 기준으로 커피 맛은 사실 부차적인 것이다. 우선순위는 그 곳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둘 수 있는 곳인가, 특히 카페 안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게 교차되는 장소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부분에서 스타벅스 신사역점은 별로이고 확실히 가로수길점이 낫다. 테이블이 빽빽한 카페는 시끄럽기도 하거니와 어디를 보든 다른 사람이 시선에 부짖히기 때문에 구속감을 느끼게 된다. 크랜베리치킨 샌드위치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는 맛있었지만 속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Diary 2017.10.02

170930

담배 술 도박 야식 잘못된 습관 같은 것들, 특히 즉각적으로 감각적인 쾌락 보상을 주는 행동들이 한번 뇌 신경 회로에 패턴화된 경로로 자리잡으면, 즉 습관으로 몸에 배어버리면 뇌를 해부하여 신경회로를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개발된 기술도 없거니와) 완치는 불가능하다. 그냥 참아야 할 뿐이다. 트리거를 파악하고 인지하고 있다가 나쁜 습관이 촉발될만한 상황에 마주하게되면 굳은 의지를 발휘하여 대체 행동을 수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1. 트리거 2. 습관화된 패턴 3. 대체행동(유사한 보상효과를 주는)

Diary 2017.10.01

170914

내일 오후 예약해 둔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편안한 오후 되세요, 라는 마지막 문장이 왠지 마음에 따뜻하게 가라앉는다. 그렇지. 죄책감 없는 편안한 일상으로 복귀해야지. 이번 주 월요일 수요일 붉게 달아오른 피곤한 얼굴을 드러내기 부끄러워 점심시간 도망치듯 회사를 빠져나왔다. 몇 정거장 떨어진 카페에 들어와 그나마 속을 다스려줄 수 있을만한 음식을 골랐다. 지금의 나는 GS25의 검은색 비닐봉지, 생크림과 단팥이 무겁게 들어간 빵의 냄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스껍다. 이 부끄럽고 패배적인 기분을 도대체 언제까지 경험할 작정인걸까.

Diary 2017.09.14

170812

아침부터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었던 토요일. 그래도 해야할 일이 있고 만나야할 사람이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연기해보지만 뿜어져 나오는 악취를 감출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배적이고 독단적인 성향 탓인지 나는 모든 상황이 예상과 통제 하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삶의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그동안 충분한 실패와 고통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다. 한동안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군데군데 생겨나는 얼룩들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점차 겸손을 잃고 자만한다. 그러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외부적 충격이 발생하면 내구성이 약한 나의 일상은 금세 휘청거린다. 중심을 잡아보려 애쓰지만 파동은 걷잡을 수 없다. 결국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다시 잘못된 기대, 헛된 노력, ..

Diary 2017.08.12

170625

1. 일찍 잠드는 것은 건강한 몸과 정신과 행복한 삶을 위해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심지어 저녁 이후 내 모든 선택과 행동은 일찍 잠들기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요소들임을 염두에 두고 행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금,토,일 그리고 이번주 토요일은 그런 포인트에서 반성할 것 2. 서로에 대한 마음의 무게가 맞지 않는 사람과 계속해서 만나는 것은 나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시간적, 감정적 낭비다. 빠르고 깨끗하게 정리할 것

Diary 2017.06.20

170605

AOA 민아가 160/43 이라는데.. 물론 이 아이는 연예인치고도 마른 케이스인 것 같지만 어쨌든 말랐다 싶은 연옌이면 보통 저 정도 몸무게이겠구나 싶다. 포인트는 내가 160에 46 찍으면 너무 빈티나보일까 걱정했던 게 정말 의미없는 걱정이었다는 것 ㅋㅋㅋㅋ 45 밑으로는 내려가줘야 연예인 느낌이 나는가보다. 아무튼 46 찍고 쌍꺼풀도 찝고 피부 관리도 부지런히 하여 나를 우연히 본 ㅈㄴㅊ과 ㄱㅆㄴ이 지들이 한 짓을 후회하도록 만들어줄 것이야 그런 의미에서 정신 똑띠 차리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모드로 재돌입하겠읍니다

Diary 2017.06.04

170601

재미로 써보는 2달 간의 데이트어플 및 소개팅 후기. 이십대 후반에 이르러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내가 처한 현실은 이랬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단순히 즐길 사람을 만나기에는 너무 나이가 찼고, 결혼까지 고려할만한 좋은 사람을 만나고는 싶은데 어디서 헌팅이라도 쉽게 당할만큼 풋풋함이 넘치던 시기는 지난. 지인을 통한 소개팅이나 맞선이 아니고서는 새로운 인연을 쉽게 만날 수가 없는 상황.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하기는 민망스럽기도 하고, 특히 지인을 통한 소개팅을 했을 때 - 연인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집안 사정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 같은 - 나의 치부가 공유될 수 있다는 점, 지인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넋 놓고 인연..

Diary 2017.06.02

170521

오랜만의 블로그 일기.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다니던 필라테스센터가 망해서 4개월치 등록비를 갖고 날랐다거나, 같은 팀 대리님이 그만두셔서 일 폭탄이 터졌다거나, 태국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거나, 아직 만족스럽지 않지만 두 달 간 6키로가 빠졌다거나,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차치하고 일단 한 사람을 만났다. 사귀었다기보다는 그냥 만난 사이, 서로 즐긴 걸로. 오래 사귄 남자친구의 빈 자리 따위 꼴보기 싫어서 헤어지자마자 부지런히 소개팅이나 썸을 탔고 총 네 명 정도를 만났다. 그 중 제일 오래, 그리고 깊이 있게 (육체적, 시간적인 부분에서 또한 그 덕에 어쩔 수 없이 감정적으로) 만난 이 사람은, 정말 이기적이지만 잘생기고 특이한 사람이었다.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 철 없고 자기 잘난 ..

Diary 2017.05.21

170311

사귄지 6년차에 접어들 무렵부터 우리의 관계에는 이별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나를 향한 사랑이 그렇게 컸다는 말이 새삼스럽고 고마웠다. 또 그런 만큼 사랑의 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 당혹스러웠다는 그 말이 슬펐다. 사랑하지만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는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그에게 더 이상 우리 관계의 미래를 장담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작은 일탈이 있었다는 것, 그러니 헤어지는게 좋겠다는 말까지 듣고서도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지난 일요일 그가 그렇게 고백한 이후 나는 진짜 헤어짐을 준비하기로 했다. 의심 없이 그 사람에게 기대었던 마음을 서서히 떼어내기 위해서 먼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 헤어졌어 라고 소리내어 말했다. 그건 난 이미 헤어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Diary 2017.03.11

2017년 3월 첫째주의 주말.

2017년 3월 첫째주 주말의 기록. 1. 먹은 것 : - 토요일 점심. 부암동 데미타스에서 찹스테이크 덮밥과 크림카레라이스. 기다리고 주문하는데 한시간, 먹는데 30분이 걸렸다.- 토요일 간식. 에스프레소하우스에서 미지근한 맛의 아이스라떼. 너무 피곤해서 저녁에 영화를 보는 동안 잠들지 않기 위해 올리브영에서 산 아쌈 밀크티.- 토요일 저녁. 금호동에 새로 생긴 칵테일바 목화다방에서 오일파스타와 올리브, 칵테일. 가게 이름과 장소성에 반해 마음에 두고 있다가 찾아간 곳인데, 다시 찾아가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토요일 야식. 메추리알 장조림. 쳐묵쳐묵.- 일요일 아침. 자몽 하나와 아몬드라떼.- 일요일 점심. 블루베리와 닭가슴살 각각 한그릇, 코코아.- 일요일 간식. 오렌지와 돌체구스토 캡슐 카페오레,..

Diary 2017.03.05

170218

내가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생각한다. 나는 왜 나 스스로를 이렇게 망가뜨려야 했나. 나는 닳기 위해 살아가는 걸까. 지금 나는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연민과 혐오의 감정을 곰곰이 헤아려본다. 모든 일은 한 순간에 갑자기 잘못되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복선이라는 게 있다. 작은 일이 조금씩 어긋나고, 간과하다 더 큰 사고를 맞닥뜨리게 된다. 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왔다. 진단할 수는 있지만 치료할 수는 없다. 고삐를 쥔 손에 힘을 푸는 순간 멈출 수가 없어진다. 나는 후회할 걸 알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파괴적인 순간들이 반복적으로 하루를 갉아먹고 주말을 잠식하고 몇 년 간의 세월을 허송으로 만들어 버린다. 스무살 언저리의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누운 채 골반 뼈를 만지는 것..

Diary 2017.02.19

170208

일을 하다 보면 뭐가 맞는 거고 뭐가 틀린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때 그 순간 내 기준으로는 부당하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에 따라 행동한 것인데, 이상하게 다른 모든 사람들은 내가 틀리고 내가 잘못했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사회 생활을 잘한다는 건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태세 전환을 잘 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똑같은 나로서 말하고 행동하는 건 스스로에게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법일지 모르지만 결코 사회생활을 잘 하는 법은 못 된다. 사회 생활을 잘하는 사람이란 언제 어떤 칸에 놓이더라도 제법 그럴 듯한 퍼즐 조각같은 사람이다. 쓸 데 없어진 조각을 버리는 건 오직 그 한 개의 조각에 대해서만 불행일 뿐이다. 그러니 고장이 나지 않기를 염원하면서 나의 유연성을 최대한 개발하..

Diary 2017.02.0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