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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사람에 대하여

최근 새로 팀에 들어온 아이가 눈엣가시처럼 성가셔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열정도 없고, 일의 퀄리티도 한참 떨어지고, 게다가 얼마 전 일을 시켜놨더니 온몸으로 싫어하는 티를 내는(타자를 탁탁 치는 것을보면 알 수 있다) 걸 보고 빈정이 팍 상했다. 그런데 최근 내 마음을 제일 어지럽힌 건, 그 애가 마음에 안든다는 사실보다도 내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내가 추구하는) '좋은 사람'의 마인드가 아니라는 어떤 도덕 의식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같은 조가 된 아이들 중 몇 명이 비밀일기를 쓰자고 했는데, 비밀 일기장을 쓰지 않는 다른 아이가 배척당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비밀일기를 쓰지 않을게" 라고 했다가 도리어 그들로부터 배..

Diary 2020.12.29

풍경의 쓸모

- 아버지는 전보다 더 늙어 있었다. 아마 아버지의 눈에 비친 나도 그랬을 거다. 입을 열었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대화를 맺고 자리를 뜨고 싶어서였다. —어디 아프세요? 아버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렇겠지. 차마 그냥 달라고는 못하겠으니까 빌려달라는 거구나. 아버지 생애에 그걸 갚을 수 있을까. 연민 대신 짜증이 솟구쳤다. —뭐, 암이라도 걸리셨어요? 아버지가 다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났다. ‘암이라니, 참 전형적으로 사신다……’ —어디가요? 아버지가 기름기 없이 부르튼 입술을 달싹이다 입을 열었다. —아니. 나 말고. 그 사람. - —정우야. —어?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어떤 수사도 채근도 표정도 감정도 담기지 않은 부고訃告였다...

Review 2020.12.26

자꾸 낯선 경험을 발굴해야 하는 이유

익숙하지 않은 낯선 일들을 하거나 낯선 세계에 발을 디딜 때, 우리의 생각은 환기가 된다. 빡빡하게 조여진 마음이 풀어진다. 내 시야를 덮고 있던 것들이 걷히면 내가 머물던 세계 너머를 보는 시야를 갖게 된다. 내 삶의 지경이 넓어지는 건 당연하다. - 신소영, 중에서 쉬는 날 귀찮더라도 가능한 부지런히, 낯선 공간과 경험에 나를 계속 노출시켜야 하는 이유.

Review 2020.12.19

2020 트렌드노트

기술 발전이 진화할수록 더 고도화된 타기팅과 큐레이팅으로 소비자가 ‘사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타이밍에 제시될 것이다. 이처럼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정확한 상품을 제시하는 것은 실용의 영역에 가깝다. 아마존의 모토인 싸고 빠르게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주는 미덕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소비에는 개인적인 환상이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소비의 세상에서 환상과 상상력은 매력소비에서 작동한다. 갖고 싶지도 않았던 물건이 갑자기 ‘나를 위한 선물’로 변신하는 마법이 매력소비에서 일어난다. 나를 더 돋보이게 해줄 거라는 믿음을 주는 것, ‘조금 더 나은 삶’ 혹은 ‘조금 더 괜찮은 생활’, ‘조금 더 멋진 나’를 꿈꾸며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되는 소비다. 중에서 - 트렌드를 트렌디하고도 허황되지 않게 이야기하는 ..

Review 2020.12.19

머리를 자꾸 부딪히는 나날

요새 자꾸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힌다. 이주일 전인가는 사무실 벽에 튀어나온 난간에 머리를 쾅 부딪혀서 며칠 동안 혹이 튀어나왔었는데 오늘은 서랍을 열다가 거치식 거울을 건드려서 거울이 쓰러지면서 머리에 세게 부딪혔다. 약간 어지러운 것 같긴 한데 그냥 기분이 나쁜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요새 며칠간 뒷목이 뻣뻣하고 결리는 느낌이 자주 들었는데 머리를 부딪힌 부작용인가 싶기도 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뇌진탕 후 뇌출혈 증세로 두통, 구토, 의식 저하가 있으면 반드시 신경외과에 가보아야 하고, 어지러움이나 뒷목 뻐근함 등의 증상도 유의해야 한다는데 ㅠㅠ 너무 무서운 것

Diary 2020.12.19

대충 미움 받고 확실하게 사랑 받을 것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해서 저장하고 카톡 프로필까지 해버렸다. 이 귀여운 사진이 내 기분을 좋아지게 한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이 사진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싶어서. 그랬다가 문득 한편으로 ,이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애같은 사진을 프로필로 쓰다니" 하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혹은 내 사진을 프로필로 쓰지 않는 게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그러다 김이나 작사가가 한 말을 떠올렸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는 없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대충 미움 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고.

Diary 2020.12.15

안 망했어요, 우리 좋은 실패들을 해요.

살아가는 모두에게 인생은 아직 열린 결말이니까. 아나운서 준비를 오래 한 후배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교 방송국에 들어갔고, 아카데미를 다니고, 시사상식 스터디를 하고,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러 다녔다. 매일 리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는 스터디도 했다. 여러 번 고배를 마신 뒤 지금은 일반 회사 취업 준비로 전향한 후배는 오랜 준비를 끝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한동안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왜 안 그랬을까. ‘그동안 허튼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덮쳐올 때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미래가 막막하게 여겨지곤 했다고. 나도 안다, 그 기분. 공들여 애써온 일을 그만둘 때, 가던 길을 되돌아 나오는 기분. 이 길로 오지 말았어야 하는데, 나에게만 막혀 있는 길인 걸 알..

Review 2020.12.11

손보미, 이방인

1. 그 길을 걸을 때, 그녀는 한 번도 눈을 감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최대한 실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앞으로 성인 키의 네 배는 될 법한 편백나무 수백 그루가 높이 솟아 있었다. 서로 얽힌 가지와 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지만 군데군데 눈부신 빛이 떨어져 내렸다. 멈춰서서 고개를 들면 얽힌 나뭇잎 사이로 드문드문 파란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완벽한 색감. 순간, 씁쓸한 웃음이 앙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그녀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계속 걷다보면 어떤 풍경이 나올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숲이 끝나는 곳에, 시야에 닿는 건 그저 허공뿐인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었다. 아무런 악의도 없이, 누군가가 세계를 절단내놓은 것 같았다. 무심한 몸짓으로. 바람 한..

Review 2020.12.01

201130

넌 거짓말을 하기 싫었던걸까, 이슈화를 하고 싶었던걸까. 오해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난 사실 정말 잘못된 방법으로 이슈화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야. 불필요하게 이슈를 크게 만들거나 더 큰 변명을 하게 되기 전에, 내부적으로 사건을 더 조용하게 더 평화롭게 모두에게 덜 상처가 되도록 해결하고 싶었던 거거든. 때로는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착한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걸 네가 어려서 몰랐던 거라고 생각할게. 난 솔직히 내가 닳은 게 아니라 네가 아직 덜 여물은 거 같아. 종이에 손가락을 베인 것처럼 미세하지만 날카로운 마찰을 겪고 다소 혼란스러워진 내 마음을 다독이고

Diary 2020.11.30

201129 코로나 시대에 이직을 준비하는 어느 직장인의 일요일

아빠가 시장에서 떡을 사왔다. 다이어트 중이니 안 먹겠다고, 괜히 사온 거라고 투박을 놓았다. 그러고서는 채 십분도 되지 않아 아빠가 냉장고에 넣어둔 떡을 꺼내 먹었다. 인절미는 쫀득쫀득하고 맛있었다. 한 접시를 다 먹고 노트북을 꺼내 이직 면접 피피티를 만들면서 초콜릿을 한 두 봉지 더까 먹었다. 금세 천 칼로리를 뱃속에 집어넣은 셈이었다. 글씨체를 바꾸고, 글상자 색깔을 입혔다 지웠다 하고, 그런 식으로 깨작깨작 작업을 해나가다보니 어느덧 창문 바깥이 어두워졌다. 냉동실에서 남은 떡 한 접시를 더 꺼내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 데웠다. 몇 번 안 집어 먹은 것 같은데 접시가 순식간에 다 비워졌다. 더부룩해진 속을 가라앉히려 모자를 쓰고 패딩을 꺼내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올리브영에 가서 간식을 만 원어..

Diary 2020.11.29

구병모, 아가미

다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어요. 강하가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싫음이 곧 증오를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걸. 그건 차라리 혼돈에 가까운 막연함이라는 걸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 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뿐이지 않을까요. - 구병모, 중에서

Review 2020.11.28

X세대 엄마, 변화하는 엄마

엄마가 변했다. 잘 키운 아들딸 사진은 배경으로 밀려나고, 이름 모를 화초 하나가 프로필 사진을 떡 하니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계모임 장소는 계절밥상이 아니라 자주(JAJU) 테이블이 되었고, 정식 개장한 지 반년도 안 된 서울식물원을 20대 딸보다 먼저 알고 가보자 한다. 주말 드라마가 재미없으면 가차 없이 유튜브를 켜고, TV로 홈쇼핑을 보지만 주문은 앱으로 하는 그녀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재 40~50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경제인구의 중심이자 소비의 큰손이다. ‘엄마 찬스’의 ‘엄마’를 맡고 있는 그녀들은 결혼한 자녀에게도 기꺼이 본인의 카드를 내어준다. 대한민국 역사상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밀레니얼이라면, 반대로 40~50대는 자식보다..

Review 2020.11.27

덧니가 보고 싶어

- “너는 네 마음이 어두운 곳에 쉽게 떨어진다고 걱정하는데, 아슬아슬하게 계속 괜찮을 거야.” 쿠션을 베고 바닥에 누운 채 재화가 선이를 올려다봤다. “그럴까? 괜찮을까?” “유머러스한 사람은 쉽게 꺾이지 않아. 내가 에세이랑 인터뷰 읽는 거 좋아하잖아. 역경을 이겨낸 인물들은 대개 정신 수련이나 종교의 힘 덕분이었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들 한 유머 하더라고.” “그럴듯하다.” - “그 말도 맞네. 언니는 행복할 거야.” “행복에 강박을 가지지 마. 그건 일시적인 상태일 뿐이랬어. 다들 그 일시적인 상태를 또 가져보려고 아등바등하는 걸 거야.” - 정세랑 소설, 중에서

Review 2020.11.12

201110

동대문 현대아울렛에 새로 가기 시작한 미용실이 있는데 오늘 홀린 듯이 커트 3회권을 8만원에 결제해 버렸다. 내가 정말 커트를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이었던가? 오히려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기 위해 드문드문 방문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돌아서면서 아차 싶었지만, 다시 가서 결제를 취소해달라고 하기가 머쓱하기도 하고, 요즘은 어딘가에 용기를 내거나 합리적 사고를 할 에너지도 없어서 그냥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싶은 심정으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마침 근처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카페가 있어서 위로를 얻고 싶은 심정으로 (심지어 돈을 더 쓰는 방식이긴 하지만) 10분 남짓 방산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카페에 도착해서 리코타무화과바게트와 카푸치노를 샀다. 디저트는 실험적인 (즉 프로답지 못한) 맛이었고 카푸치노..

Diary 2020.11.10

201107

장소(공간)가 갖는 힘은 때로는 실로 압도적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 없이 같은 위치에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들. 덕수궁 돌담길과 르풀 카페, 광화문 빌딩과 경복궁 사잇길 사거리의 풍경이라던가. 삶의 풍경이 180도 달라진 이후에도 그 곳을 지날 때면 변함 없는 분위기와 기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어떤 영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기대치 않은 위로를 주었다.

Diary 2020.11.07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 숙명적으로 파멸해가는 연약하고 매력적인 청년은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입니다. 그와 결별하지 않으면 주인공은 성숙을 향한 도정(道程)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자아는 청소년기의 기억 속에 내버려두기에는 지나치게 매력적입니다. 그 때문에 주인공은 '죽은 청년'의 추억을 자기 몸속에 새겨놓은 채 이른바 '한 몸으로 두 세상을 사는 것'처럼 성숙의 여정을 걸어갑니다. 아니, 성숙이란 자신의 미성숙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것을 자기 안에 껴안은 채 나이가 들어가는 인격적 다면성이라는 것이 이러한 청춘소설의 근원적인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리저리 긁어모은 식재료'로 '보통 음식'을 조리하는 장면을 실로 꼼꼼하게 묘사합니다. 대개 언제나 있는 것을 긁어모아 사용..

Review 2020.11.07

201031

1. 기분전환하려고 피어싱 했는데 맘에 안들어서 기분이 더 안좋아져버림 ㅋㅋㅋㅋㅋㅋ 2. 요새 회사에서 새로운 팀으로 전배된 이후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터질 것 같다... 대기업이 이래도 되나? 체계 전무 주먹구구식 운영 ㅎㅎㅎ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곳도 없네 3. 오늘 일어난 일 : 새벽에 일어났다가 잠이 안 와서 잡코리아를 기웃기웃하다 다시 잠들고 아홉시 쯤에 일어났다. 가벼운 홈트를 하고 단감이랑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뺑오쇼콜라를 먹었다. 노트북을 들고 동네 카페에 가서 이력서를 좀 썼다 (지금까지 어디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머리를 자르러 가려다가, 나중에 뿌염할 때 같이 잘라야지 하는 생각으로 미용실 예약은 취소했다. 수선이 필요했던 패딩이랑 가방을 챙겨서 압구정로데..

Diary 2020.10.31

몽글몽글

종종, 의식적으로,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야 삶이 신선해지는 것 같다. 낯설고 흥미로운 골목을 천천히 산책한다든지, 선곡과 조명이 세심하게 갖춰진 카페나 와인바를 찾아간다든지 노을질 무렵 오묘한 분홍색으로 물들은 구름을 바라보는 몽실몽실한 기분처럼 + 요새는 내방에서 블루투스스피커로 멋진 음악을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힙한 기분이 되서 좋으다!

Diary 2020.10.28

현명하게 분노하는 법

결혼과 가족생활 영역에 세계적 권위를 가진 상담가 게리 채프먼은 인간관계에서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5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화가 났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한다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 나 지금 화났어!”라고 말하는 순간 ‘화’와 내가 분리된다. 그러면 욱하는 분노는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둘째, 분노에 휘둘리지 말고 행동을 통제한다 분노라는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람들이 분노를 컨트롤하는 방법은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하나는 말이나 몸으로 화를 내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를 회피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위험하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Review 2020.10.27

기분이 나빠지면 폭식하는 이유, 감정적 허기

가짜 배고픔은 감정적인 허기를 몸의 허기로 착각하기 때문에 생긴다. 감정적 자극으로 인해 충동적인 식탐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 음식은 정서적 욕구를 채워주는 도구로 사용될 뿐 더 이상 생리적인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다. 음식이 즐거움의 수단이 아니라 해소의 도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폭식은 식습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감정적 원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감정적 허전함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우리는 배고픔과 공허함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을 때 내면의 공허함이 강하게 반응한다. 이때 먹는 행위는 우리가 공허함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 마음의 구멍을 음식으로 채우겠다는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반응인 것이다. 자라면서 상실감이 ..

Review 2020.10.27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매일매일이 단조로워 주위 세계가 무채색으로 보일 때,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아 심장이 무너질 때, 그때가 바로 자신의 퀘렌시아를 찾아야 할 때이다. 그곳에서 누구로부터도, 어떤 계산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 자유 영혼의 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는 길이다. 나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 가장 나 자신답고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는 곳은?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나의 퀘렌시아를 지키는 일이 곧 나를 지키고 삶을 사랑하는 길이다. - 세상에는 시간을 쏟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가고, 또 가고, 또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정은..

Review 2020.10.26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1. 자아 정체성이란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누구인가를 스스로 되돌아보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을 한 몸에 받으며, 항상 모범적인 모습만 보이며 살았던 K는 애초에 진정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자신이 믿고 있던 자신에 대한 확신은 자아 정체성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정체성에 더 가까웠다. 헌신하던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자 자신감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버린 것은 그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그녀가 이해한 ‘나’는 다른 사람이 평가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칭찬해줘야만 K는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자신을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이내 자기를 의심하곤 했다. K가 보여준 적극적이고 활발한 모습은 그녀의 수동적인 성격에서 나온 산물이었다..

Review 2020.10.24

201021

쉬는 날 4시 36분의 오후 선셋 롤러코스터 노래를 들으면서 집에서 만든 커피를 마시고 에세이를 읽는 시간 그야말로 호사를 누리는 기분 ˘◡˘ 장기하의 에세이집을 읽는 중인데 라면을 끓여 먹은 것에 대해 두 페이지가 넘도록 실감나는 묘사가 이어진다. 일상적인 순간도 이렇게 단어와 문장으로 낱낱이 포착하여 담아 보면 왠지 더 그럴듯하고 더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Diary 2020.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