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97

김사월, 누군가에게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특별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네가 사랑받기에 결국 이해 못한대도 넌 아름답지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완벽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너의 무의식과 감정 모두 하나뿐이고 절대적인 것을 그런 너에게 상처를 주고 기쁘게 하는 그런 사람도 단 하나뿐이었다는 거 하나뿐인 사람의 사랑 내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밤에

Playlist 2020.01.01

191203

행복해지고 싶어 보다는 불행해지기 싫어 란 생각이 오늘 흔들리는 나를 더 단단히 붙잡아 주었다 근검 절약 자제를 올바른 삶의 태도로 여기며 살아가기로 다짐한지라 최근 사는(buying) 재미를 멀리하고 지냈다 그런데 요 며칠간 유난히 내 얼굴이 못생겨보였고 뒤룩뒤룩 살이 붙은 몸을 거울로 비춰볼 때마다 우울해졌고 그런데도 매일 저녁마다 계획보다 더 많이 먹어버리는 나 자신이 너무 너무 너무 싫고 우울했다 아스팔트에 내 몸과 얼굴을 패대기치고 뭉게버리고 싶을만큼 나 자신이 미웠다 그래서 이런 우울한 기분에 대처하기 위해 오늘 저녁도 빵과 과자라는 값싼 위로를 선택하려다가, 마음을 다잡고 기력을 겨우 끌어올려서 버스를 타고 ddp에 갔다 귀여운 엽서와 포스트잇과 신년 캘린더를 샀다 쇼핑하고 걸으며 돌아다니는..

Diary 2019.12.03

우울하다우울해

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내 기분과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이 온전히 알아주지 않는다는게 이렇게까지 분통하고 우울해 해야 할 일인가 싶지만서도 내가 부족하고 경솔하여 저지른 실수들이 나의 오늘에 흩뿌려져 따끔거린다 모든 게 성에 차지 않고 불만족스럽고 배가 아프고 살이 찌고 위액이 부글부글 올라온다

Diary 2019.11.28

우울시계

우울하다 우울해 지금 이 시간엔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해 지금이 몇 시지? 열한 시 반 우울하다 우울해 또 우울시계가 째깍째깍 우울하다 우울해 라면 왜 먹었지? 살 찌겠네 비가 온다 비가 와 끈적거리게 자꾸 비가 와 잠이 온다 잠이 와 그냥 세상 만사 귀찮아 시간이 흐르면 가슴 찢어지던 이별도 시간이 흐르면 이불 걷어찰 어린 기억도 잊혀진다 잊혀져 그냥저냥 휙휙 지나 가 잊혀진다 잊혀져 그땐 그게 전분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이리 우울한 것도 시간이 흐르면 힘들다 징징댔던 것도 한때란다 한때야 날카로운 감정의 기억이 무뎌진다 무뎌져 네모가 닳아져 원이 돼 우울하다 우울해 무뎌져 가는 게 우울하다 씁쓸하다 씁쓸해 한약을 달여 마신 듯 씁쓸 우울하다 우울해 별 것도 아닌데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해 ..

Playlist 2019.11.28

191123

빵집은 위험하다. 빵집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오감을 무자비하게 자극한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설탕과 시나몬의 달콤한 냄새. 몽롱하게 이성을 흐트러뜨리는 어둡고 노란 불빛. 순식간에 바깥과 다른 시공간으로 빠져들어버린듯 마법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먹지 않고 사지 않겠다던 굳은 결심은 빵집 안에서 스르르 녹아 흩어진다. 이성적이고 추하고 모든 의욕과 입맛을 떨어트리는 외부 현실과의 완벽한 차단을 위한 이러한 빵집의 연출적인 요소가, 다만 지나치면, 공간적 답답함을 느끼도록 만든다. 카페보다 빵집의 좌석에 오래 머물기 힘든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유있게 머물기 위해서는 창이 크고 햇빛이 밝게 쏟아지고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카페를 골라 가도록 하자. 물론 이런 실내 조건을 만족하는 카페 겸 빵집..

Diary 2019.11.23

191015

나를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모든 게 다 내 잘못인 것처럼 쏘아대던 말에 상처받았던 나를 위로한다. 그 말들은 가족들, 특히 나의 어머니에게서 던져진 것이었다. 엄마는 날 위한 조언이라며 필터링 없이 적나라하고 무자비한 말로 나를 상처입히는 최고의 악플러였다. 어른이 된지 한참이 더 지나서야 나는 엄마가 항상 옳고 현명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즈음 엄마가 아름답고 매혹적인 중년 여성에서 할머니로 접어드는 순간을 쉴새 없이 목격하는 것이 마음 쓰리기는 하지만, 동시에 엄마가 다른 사람을 상처 주고 비하하는 말을 얼마나 적나라하게 또 무심하게 내뱉는가를 좀 더 비판적이고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 자신을 이렇게 다독이며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너..

Diary 2019.10.15

실패한 날을 다루는 자세

인생은 끝없는 실패와 끊임없는 재시작의 반복이다. 이미 미끄러진 후라면? 다시 일어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듯이.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그 다음 장애물에는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대처이다. -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해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수는 있다 (카를 바르트)

Diary 2019.09.27

190926

평일 저녁이어서 그런가 가로수길 베이커리 카페에는 손님 없이 텅 비어있었다. 덕분에 루프탑을 전세 내고 먹을 수 있었지만. 오픈 샌드위치는 맛있었고 커피도 나쁘지 않았는데 속이 쓰리다. 초라할 정도로 평범하고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예쁜 공간에서 예쁜 저녁을 먹는 것으로 인생의 채도를 높여보려 했으나 아무래도 오늘은 치얼업 실패. 저녁 값으로 만사천원이라는 거금을 쓴 게 문제였던 듯하다. 내일 아침은 프렌치토스트를 구워가고 점심은 팀점으로 법카로 해결해야지. 저녁도 집밥으로 절약모드로 ❛ ֊❛

Diary 2019.09.26

190925

매주 세번 청구역과 신당역 사이에 있는 필라테스 센터에 가는데 센터 옆에 붉은 색 벽돌로 된 건물이 있다. 붉은 색 벽돌로 지어진 정갈한 모양의 건축은 기묘한 설레임과 경건함 그 중간쯤 되는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내게 익숙한 붉은 벽돌 건물들에는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광희동 정동교회가 있는데 둘 다 무척 아름답다 (교회는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검색해보니 필라테스 학원 근처에 있는 건물은 몰몬교 교회라고 함. 붉은 사각형 건물이 종교적 경건함과 영적 신비로움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Diary 2019.09.25

190903

- 요새 출근할 때 아이스 라떼 사는 돈을 아끼고자,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서 얼음과 에스프레소 샷을 넣어 셀프 라떼를 만들어 먹는다. 오늘은 그동안 만들어 먹었던 저지방우유나 무첨가두유가 아닌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맛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셀프 라떼 만들기를 할 때 우유의 질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소화가 잘 되는 우유나 파스퇴르, 상하목장 우유가 확실히 맛이 좋다. 퀄리티가 달라. - 목요일 퇴근 미션 : 더 다양한 야채와 토마토, 피클을 가지고 더 맛있는 뚱뚱이 샌드위치 만들기에 도전하기! 오늘의 뚠뚠이는 맛은 미흡했지만 후식 생각이 싹 달아날만큼 배부르게 해주었다 ๑˘ ³˘๑

Diary 2019.09.03

190826

올해 한국 나이로 30살이 되었다. 30살이 된 것에 대해 크게 유감인 부분은 없다. 외모가 좀 더 나이들어 보이는 것과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빼면. 다만 주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과반수 이상이 되어버린 탓에 가끔 마음 한 구석이 무거운 기분이 든다. 청첩장을 받는다던지, 결혼한 친구들과 밥을 먹는다든지, 남자친구네 부모님 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남자친구가 우리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거나 할 때 그렇다. 결혼은 인생에 있어 선택 옵션이지만,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을 찾을 수만 있다면 함께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삶의 구조를 갖추는 편이 여러모로 이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까지 이르는 프로세스는 상상으로도 끔찍하고 해낼 자신이 없다. 특히 내가 우리 가족과 집안 형편을 되도록 숨기고 싶은 ..

Diary 2019.08.26

190801

요새 팀 분위기가 싱숭생숭하다. "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하는 게 뭐냐?)" 라는 전무님의 지적이 있었고, 각 파트장들에게 더 성과를 내라는 (최대한 쇼잉이라도 하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게 팀원들의 업무력과 성과를 향상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팀 내에서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 혹은 더 나은 업무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시기와 미움을 받게 된 것이다. 모두가 예민해진 상황에서 특별히 잘나지 않은 다수의 평범한 팀원들은 이렇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렇게 잘났고 바쁘고 일이 많고, 나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해서 비교 당하고 평가 절하 당한다". 혹은 "너가 그렇게 튀니까 내가 혼나는 게 아니냐, 나도 열심히 하..

Diary 2019.08.01

190703

- 일 년 전쯤부터 회사에 화장을 안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눈에 염증이 생긴 일을 계기로 기초 화장(선크림+팩트)과 립글로스, 눈썹을 다듬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 아침에 화장하는 시간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 내 눈에 들어가는 이물질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한다. 다만 화장이 점점 익숙지 않아지다보니 주말에는 화장이 너무 진하게 되거나 어색해 보인다는 것이 단점. 그래서인지 (아니면 나이살의 영향인지) 요새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자주 낯설다.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이렇지 않았는데, 라는 게 거울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최근 일 년간 야금야금 살이 찌면서 오십 키로를 돌파한 게 가장 큰 영향일거라고는 짐작하고 있지만. 어쨌든 체중과 관계 없이 하루 한 번씩은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내가 ..

Diary 2019.07.03

190612

- 다이어트 원칙 하나 더 추가 : 저녁 메뉴로 밀가루 음식 먹지 않기 (단 샌드위치는 허용) - 요새 날이 너무 좋아서 자꾸 걷고 싶어진다. 천장 대신 하늘이 넓게 펼쳐지는 야외 테라스에서 투명한 하늘 색깔을 마음껏 올려다보고 싶은 날씨다 (하지만 어제는 집에서, 오늘은 빵집에서 폭식하고 뒹굴거렸다는 게 함정). 날씨가 맑아서 저녁 흰달이 더더욱이 또렷하다. 달 옆을 유유히 지나가는 흰색 비행기는 날개의 테두리까지 선명하다. 날씨 때문에 기분이 붕 떴다가 또 슬퍼졌다가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내 심란한 상태와 빈곤한 사정이 떠올라서 우울해지고 눈물 고이게 되어버린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콜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내 마음을 북둗으기위한 이 모든 장치에도 ..

Diary 2019.06.12

평일 오후 을지로 증권사에 가보았다

1. 자본주의 경제에서 부가 팽창하는 원리는 '돈이 돈을 낳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곳은 삶의 현장이 아니라 '금융 시장'이다. 경제 성장의 자원은 노동이 아니라 돈, 즉 투자 시장을 구르는 눈덩이 그 자체이다. 그리고 개인에게 있어, 경제적 의미로 성장하는 방법은 직업적 성취가 아닌 현명한 투자이다. 자본주의의 꽃이 탐스럽게 피어나는 곳은 바로 투자 시장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금융상품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시대인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자 정보의 불균형에 따른 불이익을 껴안는 것, 즉 기꺼이 (금융 시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2. 오후 시간 을지로 빌딩 사이에서 많은 양복쟁이들이 담배를 피거나 커피..

Diary 2019.05.14

181122

예전에 심리테스트인지 사주팔자인지를 보았다가 그 결과가 정곡을 찔러서 뜨끔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히 말해 나는 혼자 잘났다고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다가 남에게 미움받기 딱 좋은 성격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나는 내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 과반수 이상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일도 못하고 주인의식도 없고, 남에게 의지하면서 미안한 줄 모르고, 이기적이고,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니면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쓸데없고 무의미한 일만 잔뜩 벌이고! 이것이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릴 때 즉각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나'와 비교했을 때 그들은 진짜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서울대를 나왔고, 회사에서는 성과지향적으로 일하고, 상사들에게서 (적어도 업무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Diary 2018.11.2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