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25

책 / 작별 인사

- "저도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민이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라...... 그것은 인간들이 자기들의 무의미한 인생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낸 발명품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높은 수준의 의식과 언어를 가진 존재만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그 이야기가 의식을 더 높은 수준으로 고양시킨다고 믿고 있어요." "제 생각은 당신과 좀 다릅니다. 이야기는 오히려 인간을 더 집단적이고 폭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자기 의사와 상관 없이 태어난 인간들은 아무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이야기라는 매우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야기는 인간이 겪는 고통에 의미가 있다고 은연 중에..

Review 2022.06.26

드라마 / 나의해방일지 마지막화

미정은 그 동안 자기가 만났던 개새끼들을 나열하고 탓함으로써 자신의 퍽퍽한 삶을, 행복하지 않은 마음을 합리화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구씨를 추앙하기로 결정하면서 비로소 자신을 사랑스럽다고 느끼고 긍정하게 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추앙의 마음은 자기 스스로를 보다 너그럽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진다. 타인에 대한 추앙은 곧 나 자신과의 화해로, 건강하고 충만한 삶의 태도인 해방으로 이어진다. 주인공들은 해방에 이르는가 싶은 순간에 또 다른 새로운 역경의 굴레에 얽매이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해방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그 태도 자체이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불행과 행복을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가는 인생의 나날들..

Review 2022.05.30

ZARD - 負けないで

https://youtu.be/NCPH9JUFESA ふとした瞬間に 視線がぶつかる 우연히 시선이 마주치네요 幸運のときめき 覺えているでしょ 행복의 두근거림 기억하고 있죠? パステルカラ-の季節に戀した 파스텔 색 계절에 사랑했던 あの日のように 輝いてる 그 날 처럼 빛나고 있는 あなたでいてね 당신인채로 있어줘요 負けないで もう少し 지지 말아요 앞으로 조금만 最後まで 走り拔けて 마지막까지 달려요 どんなに 離れてても 아무리 떨어져있더라도 心は そばにいるわ 마음은 곁에 있어요 追いかけて 遙かな夢を 쫓아가요 아득히 먼 꿈을 何が起きたって ヘッチャラな顔して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 どうにかなるサと おどけてみせるの 어떻게든 될거야 라고 웃어보이는 거에요 今宵は私と一緖に踊りましょ 오늘밤은 저와 같이 춤추어요..

Playlist 2022.05.07

드라마 / 나의해방일지 ep.7

- 난 그 말을 이해 못 해. 심장 뛰게 좋다는 말. 내가 심장이 막 뛸 땐 다 안 좋을 때던데. 당황했을 때, 화났을 때, 백 미터 달리기 하기 전. 정말 좋다 싶을 땐 반대로 심장이 느리게 가는 거 같던데 뭔가 풀려난 거 같고. 처음으로 심장이 긴장을 안 한다는 느낌. - 쟤가 정답이야. 좋을 땐 그냥 좋아. 근데 심장이 뛸 땐? 잘하면 가질 수 있겠다 싶을 때. 폭풍 치는 기대 심리 그런 거. 내 껀 그냥 내 건가 보다 해. 월급 들어오는데 심장 되는 거 봤어? 내 건데 왜 뛰어. 내 것이 아닌데 아닌 걸 알겠는데 잘하면 가질 수 있겠다 싶을 때 그때 뛰는 거야 심장이. 내가 뭔가 죽어라 갈망할 땐 저 깊은 곳에서 영혼 이미 알고 있는 거야. 내게 아닌 걸 갖고 싶은데 아닌 걸 아니까 미치는 거야...

Review 2022.05.01

드라마 / 나의해방일지 ep.6

"괜찮을 때는 괜찮은데. 싫을 때는 눈 앞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싫어. 눈 앞에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말을 하면 더 싫고. 쓸데없는 말인데 들어줘야 하고 나도 쓸데 없는 말을 해 내야 하고. 무슨 말을 해야 되나 생각해 내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야." "나도 그런데. 하루 24시간중에 괜찮은시간은 한 두 시간 되나? 좋은 시간도 아니고 괜찮은 시간이 그 정도. 나머지는 다 견디는 시간. 어려서부터 그랬어요. 신나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그 어린 나이에도 심난했어요. 뭐가 저렇게 좋을까. 나는 왜 즐겁지 않을까. 그래도 소몰이 하듯이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 가보자. 왜 살아야 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은 단정하게. 가보자. 그렇게 하루하루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

Review 2022.04.25

드라마 / 나의해방일지

- 그 기집애가 나한테 상처가 되는 말이 뭔지 정확히 알아. 넌 그냥 딱 촌스러운 인간이고. 난 그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경계선 상의 인간이고. -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말로 끼를 부리기 시작해. 말로 사람 시선 모으는 데 재미 붙이기 시작하면 막차 탄 거야. 그러니까 넌 절대 그 지점을 안 넘었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가 안 보여서 좋아.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귀해. -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하고 햇볕 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 -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 날 추앙해요. 난 ..

Review 2022.04.18

220417

1 어젯밤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좋은 곳에 머무르고 좋은 것만 보러 다녔던 제주 여행이었다. 제주 동부 지역에 머무른 탓인지 2박 내내 아침 일곱 시 전에 눈을 떴다. 호텔 방에서는 아침 일곱 시면 충분히 넉넉한 햇살이 커튼 틈 사이로 쏟아졌다. 평소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든 이유는 방이 서향이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8시가 되기 전 일찍 눈을 떴다. 이틀 내내 일찍 일어나는 관성이 붙은 것도 있고 오늘이 주말 끝자락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여행 사진을 블로그에 업로드하니 아직 아침 9시였다. 망설임 없이 갤럭시탭을 챙겨 애정 하는 동네 카페로 향했다. 좋은 것을 눈에 담기 위해, 좋은 공간에 머무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여행 아닌 일상에서도 수고롭지 않게 느..

Diary 2022.04.17

220415 제주

느긋하고 여유로운 제주 여행을 위해 일부러 비행기와 숙소 예약 외엔 거의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나답게 바쁘고 정신 없는 여행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실제로 체끼가 있어서 자기 전에 활명수 마심... 워낙 성격이 바쁘기도 하지만 2박 3일이 워낙 짧은 시간이다보니 더 알차게 더 후회 없이 보내려고 결국 부산스럽게 움직이게 되었다. / 성산일출봉, 서귀피안베이커리 / 성산일출봉 탐방로를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서귀포안 베이커리로 향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버스 시간표에 맞춰서 이동하는 전략으로 한번도 택시를 타지 않았다. 뚜벅의 여행의 달인이 된 것 같아 뿌듯) 원래는 섭지코지를 찍으려고 했는데 버스 시간을 보고 베이커리에서 바로 세화로 이동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가고 싶을 때 이동하..

Travel 2022.04.16

220414 제주

22.04.15. 반복적으로 살아내는 일상이 지겹고 머리가 복잡해서 2박3일로 제주도 여행을 왔다. 늘 해변을 따라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제주 중부를 관통하는 버스를 탔다. 울창한 숲 사이 가느다란 도로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제주의 숲은 야생의 느낌이다. 사람이 파헤치고 베어내기 전 원형의 숲은 이런 느낌이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어둡고 아득하게, 촘촘하고 높게 늘어선 나무들. 나무숲 사이 초원에서는 말들이 보인다. 저녁 시간 때라 그런지 아니면 비가 오는 날씨라서인지 말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가만히 서있거나 땅에 얼굴을 묻고 정지한 듯 풀을 먹는다. 온순해 보이고 귀엽다. 그러고보니 제주에 와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데에는 비행기에서 들은 노래가 한몫 했던 것 같다. 비행기모드에서..

Travel 2022.04.14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

- 투자와 거주를 분리해야 합니다. 가진 돈에 맞춰서 투자와 거주를 동시에 생각하다 보니 오르지 않는 부동산을 사게 되는 것입니다. 투자는 서울의 2호선 역세권 라인이 될 것입니다. - 글로벌 시대, 한국에서는 대기업 본사만이 양질의 일자리로 남게 된다. 대기업은 100개 중 64개가 서울에 있다. 그것도 강남과 시청을 중심으로 말이다. 그러니 세계화 때문에 2호선 역세권 라인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 가진 돈이 많지 않다면 좋은 아파트가 될 수 있는 남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재개발 정도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정보가 나도 알고 남도 아는 것이라면, 지식은 남들은 모르지만 나는 아는 것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하게 행동하죠. 기회는 항상 대중의 길과는 반대로 갑니다. 따..

Review 2022.04.10

알고있지만

넌 네가 어디서든 먹히는 걸 알고 있지. 그러니까 그런 표정. 그런 말투로. 어제 티빙에서 '알고있지만'을 새벽 4시까지 정주행 해버렸다. 이렇게 새벽까지 정주행하게 만든 드라마는 '라이프온마스' 이후로 처음이다. 처음에 이 드라마 캐스팅이 확정되고 한소희 x 송강이라는 핫한 조합 때문에 커뮤니티가 꽤나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배우의 넘사벽 비주얼은 분명히 드라마의 전개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상대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버린 송강, 그런 재언조차 집착하게 만드는 한소희, 그들의 얼굴만으로 캐릭터가 충분히 개연성을 얻는다. 믿음과 안정감을 주는 도혁이 아닌 마음을 불안하게 흔드는 재언을 선택한다는 전개도 비슷한 사람을 겪어보았기에 납득이 된다. 이 드라마에..

Review 2022.03.27

가끔 집은 내가 되고

-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도 물론 중요하지만, 집 밖에는 어떤 풍광이 펼쳐지는지, 거리에선 어떤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지, 어떤 소리가 들리고 어떤 향이 바람에 실려 오는지도 몹시 중요하다.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를 배경 삼아 잎이 무성한 나무를 볼 수 있는 집과 새벽까지 차들이 신경질적으로 빵빵대는 소리에 시달려야 하는 집.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10분 내외로 공원에 닿을 수 있는 곳과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유흥업소만 보이는 곳. 혹은 이른 아침 집을 나섰을 때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나 정장을 입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느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동네와 여전히 술에서 깨지 못한 채 아무 데나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동네는 그 자체로 다를 뿐 아니라 나의 기분과 태도에도 다른 영향을 미친다. -..

Review 2022.03.26

집에 대한 고민

나는 공간이 삶을 바꾼다고 믿는다. 중랑천 근처의 아파트에서 살았던 시절 여름날 캔맥주를 사들고 근처 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아 하루키 소설을 읽었던 시간, 새벽에 집 근처에 있던 중랑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라디오를 듣던 순간을 소중하게 기억한다. 이후 1호선 월계역 근처 단독주택의 2층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내가 질려버린 건 1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낡고 지친 풍경과 함께, 집 근처에 마음 둘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성동구 금호동의 낡은 주택 2층집에 아빠와 동생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집은 월계동에 살 때보다 작아졌지만 내 방 창문 앞에 감나무의 푸른 잎사귀가 보이는 나름 운치 있는 풍경을 얻었다. 십오분 정도 걸어나가면 한강 공원을 만끽할 수 있고 서울숲이나 이태원 같은 멋..

Diary 2022.03.26

그런데 저는 문화에서는 허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에요

어찌 보면 영화가 넘쳐나는 시대다. 케이블 TV에서 줄창 영화를 틀어주고, 인터넷에도 영화 정보가 넘쳐난다. 과유불급이라고, 그래서 안 본 영화도 본 것 같고 예전만큼 영화를 보러 가는 행위가 설렘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혹시 이런 오늘날의 환경이 영화 보기에 더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다 그런 것 같아요. 사회가 권위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변해서 그래요. 그렇지만 왜 예전 같지 않나, 한탄하는 건 이해는 되지만 쓸데없는 짓이죠. 해봤자 소용없으니까. 대중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고 전문가들은 점점 고리타분해지고 있는 상황이죠. 근데 똑똑해지고 있는 대중에게 불안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에요. 제가 영화기자가 된 지 얼마 안 된 ..

카테고리 없음 2022.03.26

불투명하고 관통할 수 없는 얼굴의 표면

만약 눈이 영혼의 창이라면, 불투명하고 관통할 수 없는 얼굴의 표면은 무엇인가? 파비안 고펠스로이더 박사 / 베를린자유대 철학과 의장, 취리히 예술대학 예술이론연구소 얼굴은 인간의 파사드이다. 얼굴의 불투명함은 내부를 보호하는 동시에 내부를 외부로 표현한다. 투명성을 거부하고 숨겨진 표현을 가시화한다. 얼굴은 공과 사의 영역 사이에서 마치 국경 경비대처럼 작동한다. 국경 경비대가 통과시켜주는 것만 이 사람의 얼굴에서 드러난다. Per-sonare ('~를 통하여 말하다'라는 라틴어). 배우의 가면을 통하여 울려퍼지는 소리는 한 개인을 특별한 인간으로 나타낸다. 가면으로 인해 감춰진 것은 유사한 것끼리 편을 만드는 세상 속으로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 얼굴은 인간의 가면이다. 이 가면 속에서 개인은 인간의 ..

Review 2022.03.19

220316

며칠 전에 과식을 좀 했더니 (그래봤자 1900칼로리 정도 먹었는데 자기 전에 900 칼로리 정도를 몰아서 먹었다) 몸무게가 2kg 정도 늘었다. 수치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얼굴부터 배, 허벅지까지 온 몸이 부풀어올랐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긴 한데 이렇게 하루 아침에 확 부어오른 건 약 10년 전 쯤 양념 곱창을 야식으로 먹고 일어난 다음 날 손가락이 아기처럼 퉁퉁해진 걸 목격했던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네 미용실에서 앞머리를 잘못 잘라버린 것도 얼굴 면적이 확 늘어나는 데 한 몫 한 것 같고, 이제 서른 셋이 되면서 몸이 탄력을 잃고 더 쉽게 살찌는 체질로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좀 통통했던 상태여서 그냥 지방 조금 더 얹은 게 새로운 못생김의 차원을 열어 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런 ..

Diary 2022.03.16

그것도 분명 행복이겠죠

https://youtu.be/clLa_BYC5sk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면 그것은 분명 행복이겠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 그것도 분명 행복이겠죠 밤과 아침의 틈 사이를 날아올라 건너면 이 발소리만이 거리에 울리고 망설임도 사라지죠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내게는 그리고 싶은 내일이 있어요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다면 불행해진다해도 괜찮아요 돌계단에 펼쳐진 그림자 위로 이리저리 떠놀던 그 시절 어릴적 꿈은 솜사탕처럼 시들어져버렸지만 새잎이 난 벚꽃나무의 저편으로 얼굴을 들어보면 여름의 구름이 보였어 그럴 리가 없는데도 봤어요 정말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내게는 그리고 싶은 내일이 있어요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다면 혼자뿐인 방도 두렵지 않아

Playlist 2022.03.15

쌓이는 날들

최근 일이 너무 많아서 밥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서 대충 아무 시간에 빵이나 과자 초콜릿 같은 걸 먹눈다. 뇌에 포도당을 공급해야 그래도 좀 머리가 돌아가겠지 싶어서. 눈 뜨자마자 씻지도 않고 노트북을 켜는데 씻을 시간 없이 저녁 10시가 되곤 한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움직일 새도 없어서 오로지 일하며 앉기,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눕기, 이렇게 몸의 관절을 고정시킨 채 살고 있다. 회사 시스템은 말도 안되게 융통성이 없고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일은 너무나 많고 팀장님은 완벽주의자이고, 이직한지 7개월차가 되어 가는데도 적응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고, 요새는 악몽도 꾼다. 오늘 출근하는 지하철에서는 오랜만에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는 ..

Diary 2022.03.11

220306

요새 평일에는 재택 근무를 하고 주말에는 임장을 다니느라 거의 취미 생활이랄 것 없이 살고 있다. 전시를 보러 가거나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읽거나 힙한 카페에 가는 등 내가 좋아했던 모든 일들이 시간 낭비이고 사치인 것처럼 느껴져서 이 모든 걸 '집을 산 이후'로 보류했다. 오늘도 임장을 갔다가 1호선을 타고 돌아오는데 맞은 편에 앉은 남자가 너무 잘생겨서 흘긋흘긋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 탤런트 최민용을 닮은 느낌인데 얼굴이 하얗고 속눈썹이 길고 쌍꺼풀이 짙다. 회색 무채색 코트에 검은색 나이키 신발. 적당히 마르고 키가 큰 느낌이다. 어제 유튜브로 아이돌 실물 모음 영상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외모가 주는 힘이란 정말 큰 것 같다.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점점 자연스럽게 외모에 대한 시간과 에너지 투..

Diary 2022.03.06

220216

하루 종일 방에 박혀서 재택 근무를 했다. 저녁 밥 생각이 딱히 안 날 정도로 간식을 많이 먹었고 오늘 하루 동안 오십 걸음도 안 걸은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어서 산책을 나갔다. 마스크에 습기가 찰 것을 대비해서 마스크 2개를 챙기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겨울철 산책 노하우다. 오늘은 늘 향했던 한강 공원이 아닌 응봉동 쪽 낯선 길로 쭉 걸었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15억 남짓한 오랜 복도형 아파트 단지들 사이 널찍하고 조용한 4차선 도로변을 따라 걸었다. 네이버 지도로 근처 카페를 찾아 보다가 양재에서 봤던 시크한 느낌의 카페가 응봉에 2호점을 연 것을 발견했다. 카페 밖에 도착해서 안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심플했지만 카페 안 의자들은 등받이가 없어서 앉아 있으려면 코어 힘이 많이 ..

Diary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