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연은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그들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상대에게 직접 가하는 힘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향한 통제력이라 할까, 오랜 시간 ‘판단’과 ‘선택’이 몸에 밴 이들이 뿜어내는 단단하고 날렵한 기운이었다. 얼핏 사람 좋아 보이는 박도 마찬가지였다. 이연은 자신이 대상을 편견 없이 대하는 태도에 작은 만족을 느꼈다. 타고난 성정이라기보다 수양의 결과였다. ‘어렸을 땐 정말 타인을 시시콜콜 판정했는데……’ 지난 세월, 시간의 물살에 깎이고 깨지며 둥글어진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이십여 년간 이연이 여러 인물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며 깨달은 사실은 단순했다. 그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해와 갈등이, 드라마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