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는 십년 정도 된 옷장이 있다. 얼핏 보면 심플하고 예쁜 흰색 옷장인데 가까이서 보면 코팅지 가장자리가 거의 다 떨어져서 문을 여닫을 때마다 너덜거린다. 이 옷장을 보면 가끔 마음이 아프다. 몇년 전 옷장을 닫다가 문이 떨어져서 아빠한테 고쳐달라고 말씀드렸다. 조심성이 없다고 혼나자 욱해서 "이런 싸구려를 사오니까 고생이지" 라고 되려 성질을 냈다. 내 말에 아빠는 조용히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 옷장에는 풀죽은 무거운 표정의 아빠가 새겨져 있고 그 날의 풍경이 생각날 때마다 죄스럽고 마음이 쓰라리다. 내 방은 침대 하나 놓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좁지만 아빠 방은 내 것보다 더 작고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