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90703

유연하고단단하게 2019. 7. 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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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쯤부터 회사에 화장을 안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눈에 염증이 생긴 일을 계기로 기초 화장(선크림+팩트)과 립글로스, 눈썹을 다듬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 아침에 화장하는 시간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 내 눈에 들어가는 이물질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한다. 다만 화장이 점점 익숙지 않아지다보니 주말에는 화장이 너무 진하게 되거나 어색해 보인다는 것이 단점.

그래서인지 (아니면 나이살의 영향인지) 요새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자주 낯설다.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이렇지 않았는데, 라는 게 거울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최근 일 년간 야금야금 살이 찌면서 오십 키로를 돌파한 게 가장 큰 영향일거라고는 짐작하고 있지만. 어쨌든 체중과 관계 없이 하루 한 번씩은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내가 예뻐보이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전무하다. 겨우 한살 더 먹은 영향이라는 게 이토록 큰 것인지... 차라리 체중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덜 기분 나쁘겠다.

그렇다고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나의 이십대를 하루 이십사시간, 일년 삼백육십오일 내내 다이어트에 바쳐 살았던 탓에, 이제는 그런 기력이 다 소진되어 버린 것 같다. 외모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인풋 만큼 내가 얻을 수 있는 아웃풋이 대단치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내 커리어와 인생 개발에 쏟았다면 지금 내가 이런 지위와 상황에 놓여 있지는 않을텐데, 라는 후회를 삼십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그래도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한 여성으로서 살아감에 있어 외모는 여전히 중요한 무기이자 자본이다. 이십대에 생각했던 것만큼 절대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아니었을 뿐. 때문에 외모는 내가 스스로를 가치 평가하는 데에 있어 여전히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어쩌면 내 인생을 개발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 가운데 외모를 가꾸는 것이 가장 쉽고 즉각적이기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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