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374

애교녀와 철벽녀

천성적으로 나는 애교가 많은 편이 못된다.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게 얘교를 부리는 사람은 내 남자친구 뿐이다. 그것도 사귄지 3년쯤 되서야, 조금씩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애교를 실천해보기 시작했었다. 대체의 경우 나는 철벽녀이다.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뿐만 아니라 내게 악의 없이 호의를 베푸는 좋은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내심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까지도 나는 철벽을 친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웃으며 인사를 한다거나, 조금의 호의로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을 하는 데에도 주저하게 된다.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은 답답한 행동과 태도가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좀처럼 고쳐지질 않는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들, 누구에게든 마음을 쉽게 열고..

Diary 2015.10.01

141003

2박 4일의 홍콩 일정을 마치고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뒤에 앉은 양복 입은 아저씨 때문에 의자를 젖히지도 못하고, 옆에 앉은 동남아 청년이 계속 뒤척뒤척거리는 바람에 깊이 자지를 못했다. 자리를 옮겼다간 예민한 척한다고 팀원들이 꿍시렁거릴까봐 꾹 참고 그냥 세시간의 비행을 버텼더니 컴퓨터를 하고 있는 지금 이순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이 어지럽다. 올해 초 스위스 출장을 다녀왔을 때는 못되쳐먹은 과장년과 공감능력 제로인 남자 상사놈들로부터 하도 갈굼을 당해서 귀국하자마자 다음날까지 꼭 인생계획을 다시 세워서 사표를 내리라 다짐했는데, 어영부영 살다보니 갈굼의 횟수도 잦아들고 다시 또 버틸만 해져서 이렇게 결국 두번째 홍콩 출장을 다녀오게 됐다. 홍콩은 꽉 막히는 교통, ..

Diary 2014.10.03

140817

일요일이지만 일이 너무 많아서 출근을 했다. 쉬는 날 출근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야근보다는 차라리 휴일 근무가 더 좋다. 사무실에 아무도 없으니 마음껏 방구도 뀌고 일이 안풀릴 때 육성으로 욕할 수 있고 상무님 냉장고에서 물도 막 꺼내마시고 사무실 안을 쿵쾅거리면서 거침없이 돌아다닐 수가 있다. 그렇긴 한데 오늘 입사 이래로 가장 큰 사고를 쳐버렸다. 오롯이 나의 부주의함에서 비롯된 사고였다. 작은 불씨를 모른 체 했더니만 산불이 나버린 셈이다. 거래 업체를 비롯해서 여기저기 회사 내외 담당자들로부터 전화가 왔고 나도 여기저기 정신없이 전화하고 방법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최선을 다해봤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회사에 빼도박도 못할 금전적 손실이 났다. 팀장님과 팀원들에게 보고하면 쌍욕을 먹고 혼쭐이..

Diary 2014.08.17

140713

나는 사람들에겐 세속적 가치에 무관심하게 보여지기를 원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그 세속적 가치와 관계들을 무섭도록 갈망한다 내색하지 않고 고고한척 하면서 그대신 그로테스크하게 자기파괴적인 방식으로 욕망을 분출시킨다 건강하지 못한 정신은 나의 개성을 형성하는게 아니고 가엾고 구제불능인 인간으로 만들 뿐이다 척하지 말고, 초라함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Diary 2014.07.13

140604

몇번의 시행착오 후 내 성향에 맞는 위클리 다이어리를 산 후론다이어리에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덕분에 블로그는 먹방 사진용 앨범으로 전락해버림 그래도 괜시리 감정을 증폭시켜서 블로그에다감성과잉 문장들을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시간낭비하는 일이 없어진 건 다행일지도.아무리 채색(혹은 무채화)하려해도 삶은 구질구질하고 시덥잖다 스스로 세운 몇가지 원칙들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면서소소한 것들에 웃고 감사하며 사는 것만으로도 삶이 충만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Diary 2014.06.04

1/26

분명히 당연스럽게 여겼을테지만,아무런 의도도 없다는 듯이어제 아빠는 자연스럽게 동생의 기숙사비 얘기를 꺼냈다.내가 버럭 짜증을 내자 아빠는 나를 노려봤고뭐라뭐라 서로 자기 말만 내뱉는 짧은 대치 후에방에 들어가서 일단 잠을 잤다. 그리고 오늘 동생 생일선물로 향수와 립글로스를 샀다.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해서 첫월급 받을 때 갚아,라고격려를 곁들여서 분명하게 입장전달 할 생각이었지만막상 집에 와 동생방문을 열었을 땐, 무뚝뚝하게 선물을 건네면서입금일이 언젠지 알려줘 짧게 한마디 덧붙이고 문을 닫게 돼버렸다. 그러면서 앞으로 상대가 당연히 여기는 희생은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며칠 전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이층 동생방의 불이 꺼져있는걸 보고 잠시 섬뜩한 생각을 떠올렸다.하지만 되돌릴수 없는 시간과 쌓인..

Diary 2014.01.26

11/20

외시, 행시를 공부하던 주변사람들의합격 소식이 꽤 많이 들려온다. 꾸준히 흔들림없이 공부하고 노력했던 친구들이 드디어 값진 성과를 얻었다는 게 기특하고 대단하다. 대학 시절 한번도 고시공부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긴 시간 흔들림 없이, 주변 사람들과 페이스를 비교하지 않고 먼 길을 묵묵히 걸어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자리에 맞추어 서게 되는 거 같다. 내 인생도, 내 노력치와 의지치에 따라 얼마든지 앞으로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건희망인 동시에 무서운 경고다.

Diary 2013.11.20

hopeful monday

지난 한 주는 내가 육체적으로 (이와 맞물려 정신적으로도)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 일주일이었다. - 어떤 부분에 있어서의 내 욕망과 절제력은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 특별한 노력을 하자. 평범하지 못한 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평범하지 않은 방안을 마련할 것. - 절제와 중용으로만 가장 큰 충만함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Diary 2013.11.18

11/04

1. 동생이 카페에서 노트북을 도둑맞았다길래 쿨하게 하나 새로 사주었다. 나름 대기업(으로 포장된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꼬박꼬박 받는 월급 덕택에 확실히 삶의 편의성이 증진되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런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들 그토록 회사에서 쪼들리고 시달리며 살아가는거겠지. 2. 뭔가 더 대단하고 훌륭한 일을 하고 싶고, 더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가도 아침이면 다시 익숙한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몸을 충전하고 그렇게 굴러가는 하루하루

Diary 2013.11.04

오랜만에 일기쓰기

얼마 전 홍콩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매일 사무실에 쳐박혀 빽빽한 책상들 사이에 하루종일 앉아있는 그 숨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컨벤션 센터를 돌아다니며 바쁘게 움직이고 아시아퍼시픽 담당 디렉터나 매니저들과 미팅하는 것은 정말이지 활기가 넘치는 멋진 일이었다. 그렇지만 홍콩에서도 틈틈이 H와 J로부터 갈굼을 당해야 했다. 마음맞지 않는, 게다가 툭하면 갈구고 비웃음을 날리는 싸가지 상사 H와 J는 내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원천. H : 성격이 몹시 드러움. 윗사람한테 잘하면서 아랫사람은 매우 갈구는 못된 습성이 있음. 자신의 된장녀 & 속물 습성과 양아치 근성을 인지하지 못함. J : 스스로가 엄청 잘난집 자식이고 엄청 똑똑하다고 생각함.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당당하게 무시함...

Diary 2013.09.30

뒤돌아봄

1 No motivation, no goal. What am i doing right now? But the trahgedy is, it is just the way normal life goes. 2 그러므로, 주목해야할 것은 비극으로서의 삶을 보다 낭만적으로 만드는 방법 : - 사회적인 성공 - 외모 관리 -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 3 나를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목적의 불명확성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이란 끊임없는 과정이고 그토록 규명하려 애쓰는 목적이란 미지의 영역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Diary 2013.09.30

어떻게 써야 하는가

나는 어떻게 쓰는가② 안수찬〈한겨레〉탐사보도팀장 글은 자아의 노출이다. 그것도 불특정 다수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쓰기가 두렵다. 글에 담긴 자신을 누군가 폄훼할까 두렵다. 어떤 글도 독자를 한정짓거나 특정할 수 없다. 누가 읽을지 알 수 없고, 의도할 수도 없으므로, 글쓰기는 때로 위험천만한 모험이 된다. 불특정 독자가 나(의 글)를 간단히 오해할 것이다. 두려운 나머지 사람들은 가장 은밀한 일기를 쓸 때조차 미래의 독자를 의식한다. 근본에 있어 글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적’이지 않다. 동시에 사람들은 글쓰기를 갈망한다. 그것은 불멸에 대한 동경이다. 삶은 찰나의 시공간에 붙잡혀 있지만, 글은 그 올가미를 벗어버릴 수 있다. 글은 소통의 경계를 붕괴시킨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

Diary 2013.08.04

11/17

예전에 내가 동경했던 아이가 연예인으로 데뷔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의 응원이 전해질 수 있길 바란다. 당신은 분명히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 거야 미니홈피 속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당신처럼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며칠동안 쭉 흐트러졌었지만 더는 흔들리지 않도록 다시 단단히 마음을을 붙잡고 잘 살아가야겠다 그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을 뿐인 거 같아. 당신도 나도

Diary 2012.11.17

건강 최대의 적, 밀가루

식재료 이야기 건강 최대의 적, 밀가루 리빙센스 │ 2012.10.10 09:15 습관이 되어 나도 모르게 입에 넣은 빵 한 조각은 똥배가 되고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군살 없이 늘씬하게,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밀가루와 작별해야 한다. ◆ 밀의 비밀 불과 1백 년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뚱뚱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나 비만인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쇼핑몰에서도, 회사에서도, 카페에서도. 젊은이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 어린아이조차 과체중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대책 없이 먹기만 하고 운동이라곤 숨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주일에 5일을 운동하고 채소 위주로 식사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이유가 ..

Diary 2012.10.14

떡볶이 포차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가 좋다. 특히 만든지 시간이 좀 지나서 국물이 걸쭉하게 졸아든 양념이 떡 깊숙이 배어있는 통통하고 쫄깃한 쌀떡볶이 갑자기 떡볶이가 참을 수 없이 먹고 싶어져서 홀로 앉아있던 카페를 잠시 뛰쳐나와선 근처 떡볶이 포장마차에 가서 떡순과 튀김 세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비쥬얼과 달리 떡볶이는 맛이 없었다. 맛없는 떡볶이를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내가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꽤 유혹적이었는지 사람들이 하나 둘씩 갑자기 몰려들어 떡볶이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맛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떡볶이를 먹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은 계속 떡볶이를 주문했다. 다들 나 때문에 낚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맛없는 떡볶이를 먹고 닭강정으로 입..

Diary 2012.09.09

오백만년만의 블로깅

진짜진짜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 일기를 써본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올 겨울 급히 취업 준비를 시작해서 덜컥 생각지도 못한 데에 취직을 해버렸고 동기들 중에 처음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은 계열사 연수를 일주일 남겨둔 채로 있다. 다음주 금요일이면 직무배치를 받고 신입사원으로 첫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대학 시절 내내 나의 관심사는 내 마음의 균형을 잡는 법을 알아내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산성 없는 생각에 빠져들거나 내 안에 깊이 깊이 침잠해 들어갈만한 여유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이 새로 나왔지만 그보다는 회사에 메고 다닐 숄더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 시절 동안 죽을둥 살둥 집착했던 다이어트를 놓아버렸고 저녁을 두둑히 먹고 집에..

Diary 2012.09.02

120609

매일 자기 전 세 가지씩 그 날 잘한 일을 스스로 칭찬하기, 하루 세 가지 칭찬하는 것을 습관화하면 더 긍정적으로 살 수 있다고 하니까. 어제 내 자신에게 칭찬한 건 첫째, 점심 약속 전 잠깐이나마 오전 운동을 한 것. 둘째, 점심에 괜찮은 일식집으로 사람들을 데려가 즐겁게 식사한 것. 셋째, 저녁 메뉴로 된장전골을 고른 것. 하루 수십 번씩 반복되는 후회와 절망, 도피의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매일 깊이 반성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 게 도움이 좀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다잡고 조금씩 발전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보면서 더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을 머지 않은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Diary 2012.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