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심리테스트인지 사주팔자인지를 보았다가 그 결과가 정곡을 찔러서 뜨끔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히 말해 나는 혼자 잘났다고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다가 남에게 미움받기 딱 좋은 성격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나는 내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 과반수 이상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일도 못하고 주인의식도 없고, 남에게 의지하면서 미안한 줄 모르고, 이기적이고,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니면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쓸데없고 무의미한 일만 잔뜩 벌이고!
이것이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릴 때 즉각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나'와 비교했을 때 그들은 진짜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서울대를 나왔고, 회사에서는 성과지향적으로 일하고, 상사들에게서 (적어도 업무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아무도 나서기 싫어하는 힘든 일은 '그냥 내가 해서 후딱 해치우자'고 생각하고 솔선해서 희생한다. 시간 제약과 환경 요소를 고려해서 책임지지 못할 일은 벌이지 않고, 일단 하게된 일은 가능한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건 내 관점과 내 기준에서의 생각일 뿐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기준과 세계관을 갖고 있다. 내 세계에서 주어진 시간과 자원을 활용해서 완벽하게 해치웠다고 생각한 일이 무심코 다른 사람의 세계를 손상시켜 버린 것일지 모른다. 혹은 누군가의 가치관으로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게다가 내가 남보다 더 뛰어난 것이 사실이고, 또 누군가에 대한 나의 신랄한 평가가 맞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폄하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나는 결코 회사에서 혼자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세상에서 삶은 팀플레이의 연속이다.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과 협조를 절실히 원할 때, 혹은 다른 이에게서 인정을 받거나 온정을 구하고자 할 때 누군가 나에게 그것을 베풀어줄 것인가는 그 전에 내가 그에게 어떻게 하였는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