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어떻게 써야 하는가

유연하고단단하게 2013. 8. 4. 20:54

 

 

 

나는 어떻게 쓰는가② 

 

안수찬〈한겨레〉탐사보도팀장

 


  글은 자아의 노출이다. 그것도 불특정 다수 앞에서 발가벗겨지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쓰기가 두렵다. 글에 담긴 자신을 누군가 폄훼할까 두렵다.

어떤 글도 독자를 한정짓거나 특정할 수 없다.

누가 읽을지 알 수 없고, 의도할 수도 없으므로, 글쓰기는 때로 위험천만한 모험이 된다.

불특정 독자가 나(의 글)를 간단히 오해할 것이다.

두려운 나머지 사람들은 가장 은밀한 일기를 쓸 때조차 미래의 독자를 의식한다.

근본에 있어 글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적’이지 않다.

 

 

 동시에 사람들은 글쓰기를 갈망한다. 그것은 불멸에 대한 동경이다.

삶은 찰나의 시공간에 붙잡혀 있지만, 글은 그 올가미를 벗어버릴 수 있다.

글은 소통의 경계를 붕괴시킨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내가 죽고 난 다음까지 나를 알릴 것이다.

글은 기본적으로 내가 주도하는 미디어다. 글 쓰는 이가 글 읽는 이를 지배한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아를 거리낌 없이 펼쳐 보일 광대한 영지를 갖는 일이다.

이 영토 안에서 나는 자유롭고, 그 땅에서 나는 세계의 주인이다.

글에 비하자면 말은 덧이 없다. 기껏해야 가족·연인·동료에게 나를 표현할 뿐이다.

매스미디어를 장악한 웅변가가 아니라면, 뭇 사람의 말은 공중에 흩어져 자취조차 남지 않는다.

(실은 웅변조차 글로 옮겨야 ‘역사’가 된다)

글은 불멸의 미디어이므로, 사람들은 찰나의 삶을 글에 담으려 안달한다.

 

 

 서로 충돌하는 공포와 열망을 잘 조절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는 자아 노출의 공포와 열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일이다.

글을 지탱하는 것은 그래서 문장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자아가 글의 정수다. 글은 ‘나’의 문제다.

김구의 <백범일지>, 함석헌의 <씨알의 소리> 등이 훌륭한 것은 그 문장과 별 상관이 없다.

그들은 문장연습을 거듭한 문필가도 아니다.

그들의 자아가 훌륭하므로, 이를 그대로 드러낸 그들의 글도 훌륭하다.

 

 

 

 

 

 

역시, 문제는 글쓰기가 퇴행한 것이 아니고

내 생각과 삶의 형식과

나란 사람의 그릇이 퇴행하고 있는 것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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