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374

기말 시험과 과제가 끝나면

기말이 끝나면 읽어야지 생각해뒀던 온다리쿠와 폴오스터와 보르헤스 랑 무라카미하루키 1Q84 삼권 은희경 신작소설 그러고보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공통점은 1. 표현이 풍부하면서도 솔직하다 (이건 100퍼센트!라는 느낌이 드는 문장과 단어들) 2. 현실의 지면에서 몇 센치 떠있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 인거 같다 요번 겨울엔 편식하지 말고 중간 중간 다른 장르의 책들도 많이 읽어주어야지 그러고보면 비소설은 한 번도 끝까지 다 읽어본 적이 없구나

Diary 2010.11.25

너무 지나치게 상쾌한 아침

어제 커피를 네잔 마셨다. 특히 저녁 일곱시 넘어서 아메리카노를 두잔이나 마시고 잤더니 밤 동안에 꿈을 세 개나 꿨다 해도 채 안 떴는데 눈꺼풀을 벌떡 일으켜 일어나서는 한 시간이나 샤워를 했는데도 지치지가 않는다 새삼 카페인의 힘에 감탄하고 있다ㅋ_ㅋ 이건 뭐 지구라도 구할 기세 물론 이 호랑이 기운은 점심 때가 지나면 급격히 소진될테고 오늘 하루종일 헤롱거릴게 분명하다

Diary 2010.11.25

11월 22일

1 우울한 날에만 일기를 쓰는 게 안좋은 것 같아서 되도록 매일매일 일기를 쓰려고 한다 아날로그로든 블로그로든 간에. 아무튼 문득 11월 22일,이라고 써놓고 보니 11월 22일이라는 건 왠지 매우 귀여운 날짜인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엉망으로 보냈지만 내일이 내일 모레가 내일 모레의 모레가 계속 있으니까 괜찮아, 나하하 2 비교를 안하면 내가 정체되어 있단 것도 모를 테지만 비교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비참해지네. 인터넷을 끊든 해야지

Diary 2010.11.22

부끄러움을 말하는 일기

고등학교 때는 야자를 땡땡이치거나 수업 시간에 정신을 놓고 졸거나 하루 중에 단 몇 시간만 한량 같이 보내도 사정없이 혼이 났다. 그런데 대학에 오고 나니 아무도 질책해주지 않는다, 이렇게 한심하게 살고 있는데. 문득 그게 참 무서운 거라는 생각이 든다. 22살, 사실은 생일이 빠른 21살(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어서 사족을 다는건 그만큼 내가 방어적이라는 얘기겠지만) 아무튼 22살이 2달 정도 남은 이 시점까지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중이라고 무비판적으로 생각해오고 있었다. 심지어 정신적으로 제법 더 성숙해'졌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허세스러운 생각, 현실 도피적인 상상, 얕은 성찰들이나 끄적거리고 있었을 뿐이었으면서, 가소롭게 그렇게 믿었다. 사실은 그저 주변 일들의 흐름에 따라 아무런 의식도 없이 ..

Diary 2010.11.21

길모어걸스 시즌1 에피8

LORELAI: Everybody does stupid things in school, it's like a requirement. LANE: Not like this. LORELAI: No. Everybody screws up, Lane. That's what happens. It's what you do with the screw-ups, it's how you handle the experience - that's what you should judge yourself by. _ 누구나 실수를 하지. 중요한 건 너가 망쳐버린, 이미 저질러진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인거야. 그게 진정으로 너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거야. 여러가지 일들을 망쳐버릴 때마다 이 대사를 떠올리면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

Diary 2010.11.19

뭔놈의 개꿈

오늘 꿈을 두개나 꿨다 하나는 완전 개꿈 사탄의 인형처럼 물리면 죽는(혹은 좀비처럼 변하는) 어떤 비글이 있는데 그 비글이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는 문이 두 개가 달린 방이 있었는데 왼쪽 문으로 오른쪽 문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나는 그 미친 비글을 피해다녔다 그렇게 한참 피해 다니다 결국 물렸다 끝 이렇게 써놓고 나니 완전 어이없는 꿈 같지만 정말 이렇게도 땀을 많이 흘리고 무섭고 기분 찝찝한 꿈은 오랜만이었다 다른 하나는 엄마 아빠가 나왔던 꿈이었다 가슴 먹먹해지게 한 아픈 꿈.

Diary 2010.11.05

ㅠㅠ

어제 밤에 겨울옷을 집에서 챙겨오느라 한손에는 빨간색 캐리어를, 한손에는 파일가방을 들고 어깨에는 백을 걸치고 힘들게 자취방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길래 가만보니 파일가방이 증ㅋ발ㅋ 내 한학기 필기가 다 들어있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넣어져 있는데 무엇보다 내가 제일 아끼는 제토이 고양이 파일이 들어있었다 난 제토이 덕후임 ㅜㅜ 하계역에서 7호선을 타고 - 숭실대입구역에서 내려 (이때까지 분명히 가지고 있었음) - 역편의점에 잠깐 들렀다가 - 5511을 타고 봉천동 중앙시장에서 잠시 하차 - 포장마차 떡볶이를 사들고 - 5515를 타고 자취방에 도착 이 여정 어딘가에서 파일가방이 사라진 것이었다. 일단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떡볶이를 샀던 포장마차에 갔으나 파일가방은 없었고 5515와 5..

Diary 2010.11.02

우울의 가치

우울의 가치는 그것이 교훈을 준다는 데 있다. 일단 하루의 시작이 늦어졌다는 데에서부터 우울은 시작되었다. 점심을 먹고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오후 두시. 학교 입구에서 버스를 탔고 좌석에 앉아 벽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졸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이미 내릴 정류장을 한참 지나버린 후였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한참 걸어서 4호선을 탔다. 타자마자 자리가 보이길래 얼른 앉았는데 막상 앉고 보니 왼쪽에는 몇 달동안 씻지 않은 듯한 거지가 오른쪽에는 신발을 벗은 스타킹 안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피곤했기 때문에 코를 막고 버틸까 싶었지만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내내 서서 갔다. 인간과 인간의 삶의 격차, 개인주의적 삶의 방식의 지당함 이란 문제를 몸소 체험하면서 마음은 점점 더..

Diary 2010.11.01

liking

무라카미하루키 라디오천국 길모어걸스 빈티지 트립합이나모던락 이 모든 걸 좋아하는 사람과는 오히려 어떤 선 이상으로 친해질 수 없겠지 A little difference makes attractiveness 그러고보니 옛날엔 습관적으로 이런 낙서를 많이 했었다 좋아하는 것들 구구절절 늘어놓기 예를 들면 영화 리스트 적는 것. 일순위는 언제나 이터널선샤인! 그리고 카모메식당, 호노카아보이, 찰리와초콜릿공장, 베니와준, 아메리칸사이코, 좋아하는 것들 구구절절 늘어놓기 기억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Diary 2010.10.16

등과 등등의 차이

등 의존명사로 [같은 무리에 속하는 명사를 열거한 다음에 쓰이어] (앞에 늘어놓은 것들과 같은) 여러 가지, 등(等) 따위를 의미. 예) 쌀, 보리, 밀 등을 곡식이라 한다. 등등 [많은 사물 중에서, 몇 가지만 줄여 열거한 다음] '이 외에도 그와 같은 것 여러 가지'의 뜻을 나타내는 말. 예) 떡, 과자, 음료수 등등 먹을 것이 많다. > 예전부터 궁금해했던 것인데 방금 전에야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확실히 알았다. '시험기간'의 가치는 학생들이 공부하기를 최대한 미루기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함으로써 여러모로 폭넓은 상식을 갖게 된다는 데에도 있을 것이다.

Diary 2010.10.14

10월 둘째주 화요일

어쨌든 10월이 시작됐다 라는 다이어리 속 문장이 왠지 마음을 울렸었는데 이제 벌써 10월도 일주일이나 지나갔다 대학교 삼학년 라이프도 두서달밖엔 남지 않았고. 스물두살의 하루하루는 특히나 더 소중한 것인데 말이야 매일매일이 반짝거리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시간을 갈고 닦아야 해. p.s. 방황과 질풍노도는 20대부터 시작된다는 걸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걸까

Diary 2010.10.07

지금부터라도 꼭 ㅠㅠ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 거의 완벽한 거짓말을 위해서는 스스로까지 속일 각오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럴 용기가 없다면, 자신의 깊숙한 세계까지 어지럽혀지는게 두려웠다면 아예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했다 이미 늦었다면 진실을 이야기하는 수밖에. 수렁 속으로 사건을 묻어두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무심코 스스로, 아니면 다른 누구에 의해서든 진실은 파헤쳐 들어 올려지게 되어 있다.

Diary 2010.09.28

아강나아아악

내일이 친구 생일임을 하루 전에 알았다 게다가 경영학원론 조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세 번째 조모임까지 마친 방금 전에야 알았고 요새 정신이 없어서 남자친구와의 백일 기념일도 깜빡하고 있었다 과식으로 위장이 꿀렁거린다 비를 맞고 돌아다니다가 구두 밑창이 떨어져 나갔고 청바지 물이 비싼 가방에 퍼렇게 묻었다 일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10월은 더 바쁠 예정이다 울고싶다. 닭똥같은 눈물 뚝뚝 떨굴 수 있는 슬픈 영화 보고 싶다 근데 요새 보러갈 만한 영화도 없네

Diary 2010.09.21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인터뷰 중에서

Interviewer: 평소에는 언제 글을 쓰시나요? Interviewee: 보통 새벽에 일어나서 정해 놓은 시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4시에 일어나서 조금 전까지 글을 썼습니다. 시간을 무조건 정해 놓고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것은 미국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방식이었죠. Interviewer: 그럼, 그 시간 동안에는 술술 글을 쓰시나요? Interviewee: 기계가 아니니까 꼭 그렇진 않죠. 그래도 책상 앞에 인내심을 가지고 앉아 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쓸 거리가 생각나면 신나게 써 내려가지요. Interviewer: 일종의 수련 과정 같네요. Interviewee: 글의 소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갑자기 여행을 떠나 버린다던가 하는 적극적인 사..

Diary 2010.09.16

오페라, 오페라의 유령

엄마랑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왔다 화려한 무대, 화려한 노래가 지나간 뒤엔 헐리우드 영화 한 편 본듯한 멍하고 가벼운 여운이 남았다 재미있게 보긴 했다만 어쨌든 이런 자극은 하루 이틀 지나면 증발해 버릴 느낌이니까... 그래도 이 정도로 즐겁고 만족스럽게 세시간이 채워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흠 비싼 자리에서 관람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일요일의 나머지 시간까지 굉장히 들떠있었지 역시 화려하고 비싼 것들은 모두 즐거웁다

Diary 2010.08.22

세라복을 입은 연필은 가방속에

공부할건 산더미같고 시간은 없고 가방은 무겁고 날씨처럼 기분은 꾸물꾸물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서 점심겸 저녁으로 밥을 먹을지 빵을 먹을지 고민했다 밥을 먹고 싶은데 학원 수업 전까지 공부하면서 시간을 때우려면 카페에 가야겠지 슬프다. 공부고 뭐고 다 밥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오늘따라 멘탈 컨디션이 좋지 않다 꾸물꾸물하고 눅눅한 머릿속 그러니까 괜히 참지말고 나를 가져가라고 기분이 훨씬 좋아질거야 겟미 롸잇나우 라고 일주일동안 사물함에 처박아두었던 하루키 책이 외치는것 같아서 결국 사물함으로 돌아와 가방속에 넣어버렸다 해커스 교재와 프린트물들과 세라복을 입은 연필이 들어있는 무거운 가방을 손목에 걸치고 강남역으로 가는 꿉꿉하고 저채도인 월요일 오후 하루키를 읽으면 조금은 상쾌해지겠지만 회계강의는 도대체..

Diary 2010.08.16

꿈에서니까, 일련의 사건과 장소들 속에서 내가 왜 위치하게되었는가 그 시작을 전혀 모르는 채로 나는 그냥 거기 있는 것이 된다 인과성이 흐물흐물한 이야기들의 슬라이드쑈 아무튼 나는 지금은 사라진, 예전에 단골이었던 노원역 어느 옷가게에 있었고 마음에 드는 옷들이 다 너무 비싸서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몇몇 커플들이 싼티나는 옷을 입고 싼티나는 옷을 고르고 싼티가 나는 질문을 주인에게 하는걸 보고 그 가게 아들내미가 쟤네들 참 싼티난다는 말과 함께 멸시 섞인 비웃음을 짓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싼티나는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문득 생각했다 그러다 장면이 바뀌어서 세련되고 키크고 이쁘고 옷도 잘입는 대학 동기가 등장했고 벤치에서 책을 읽는(체하던) 나는 책을 덮고 동기에게 다가갔다 동기는 같..

Diary 2010.07.28

신림2동 네시 십팔분

핸드폰으로 시각을 확인했다. 새벽 네시 십팔분. 숫자조차 을씨년스럽다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 열대야에 가뜩이나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밖에서 왠 여자 울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절절하게, 마음 속 깊은 데에서 우러나오는 깊고 처절한 울음소리 멍한 상태에서 부시시 몸을 일으켜 앉으니까 곧 그 울음소리에 반응해 내 몸 세포 구석구석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흑, 흑하는 여자의 호흡에 내 숨까지 턱턱 막히고, 온 몸의 털이 바짝 곤두섰다 처음에는 맞은편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이 방 안에서 울고 있는줄 알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끔찍한 생각은 어떤 '죽음', 자살. 어느 고시원에서 누가 자살한지 며칠만에 발견되었더라, 하는 뉴스에서만 보던 이야기. 새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얼마나 끔찍..

Diary 2010.07.27

다요리에 주절주절

시간이 지나면서 잃어버리게 되는 것만큼 새롭게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것들도 확실히 많지만, 그래도 여러가지로 변해가는 것들 뭐 마음과 마음사이의 거리라던가, 말랑말랑한 감정 같은것들을 어딘가에 담아서 밀봉해 놓을수있다면 좋겠다 고 싸이 다이어리에 써놓은것은 결국 철딱서니없는 응석부리기였던거 같다 제자리에 서있는 채, 꿈쩍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저 문장에 공감해주기를 바랐다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약한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걸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었다

Diary 2010.07.14

오랜만에 몰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가난한 할머니가 파는 떡을 샀다. 할머니는 어이구 고맙습니다 하면서 떡을 건넸다. 선생님께서는 울컥 화가 치밀었고 또 슬퍼지셨다. 왜 저 할머니는 나에게 굽신대고 나는 저 할머니를 굽신대게 만들었는가. 왜 인간의 제일 비굴하고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었는가. 선행은 많은 경우 상대방의 자존심을 빼앗고, 나의 (이미 가진) 힘을 정당화하고, 나를 만족시키는 데서 끝난다. 예전에 수업시간에 '거지에게 돈을 주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장애인들, 선글라스를 끼거나 눈을 감고 찬송가를 틀어놓은 채 몇개 안 되는 동전이 든 바구니를 들고 칸칸이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지갑을 열어 돈을 주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그런 기부라는 것은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사회적 우위에 ..

Diary 2010.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