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난히 습했다. 게다가 내가 자취하는 곳은 창문 한 개짜리 고시원 한 칸 방인지라 빨랫감을 오래 놔두면 종종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는. 그런데 언젠가부터 조그만 점 같은 것들이 방 한쪽 구석이나 거울 뒤쪽 같은 데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냥 먼지이거나 밖에서 묻혀온 이물질인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보니 이것들이 움직이는 거였다. 헐. 그치만 바퀴벌레나 곱등이같이 징그러운 벌레도 아니고 하도 쪼끄만 놈들이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난주 금요일 대량 서식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알고보니 방 문이 문제였다. 처음 고시원에 살기 시작했을 땐 빨래를 한 뒤에 항상 옥상에다 널어 말렸는데 점점 옥상까지 올라가는 게 귀찮아져서 그냥 옷걸이에 빨랫감을 주렁주렁 널어서, 문고리에 매달아놓고 말리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