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374

사소한 분노

고시원에 살면서 복도 끝에 놓여있는 공용 냉장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며칠 전에 사둔 바나나를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더니 내 바나나 두 개가 온데간데 없었다.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누군가 친절하게 버려줬나보다. 일부러 좀 오래되서 말캉해진 바나나를 먹고 싶었는데. 평소에 밥을 사먹기 때문에 냉장고 한 칸도 안 쓰고 사는 나로선 왠지 더 억울하다 지들은 온갖 반찬통에 괴상한 비닐봉지들을 가득가득 쳐넣고 살면서 백원이라도 아끼려고 일부러 삼각김밥이나 먹고다니고 커피우유도 서울우유만 먹는 자취생에겐 육백원짜리라도 누군가 허락도 없이 갖다버렸다는 것은 분노까지 치미는 일이다 게다가 나는 먹는 것에 특히 민감하단 말이닷 '남의 음식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라고 쓴 포스트잇을 냉장고에 붙이고 (밑에 '- ..

Diary 2011.07.22

코엑스는 평일에 가야 제 맛

경영학과 수업을 꾸역꾸역 듣느라 누적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계절학기 수업이야 원래 빡세다지만 그래도 매주 퀴즈랑 리폿이라니 ㅜㅜ 4학년의 여름학기는 원래 가혹한 것인가 근데 오늘 왠일로 선생님이 (리폿이랑 기말고사 준비하라고) 수업을 한 시간이나 일찍 끝냈다 도서관으로 가서 비현실적인 시험 범위를 공부하고 허벅지를 찌르며 리폿을 써야한다는 생각에 망...설이기는 개뿔 바로 코엑스로 고고씽해서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고 왓다 푸드코트에서 새로운 걸 먹어보는 것이야말로 내 삶의 소소한 활력소이기에 오늘 도전했던 거는 1) 튀김가루를 잔뜩 뿌린 아오키우동 묵곤약 2) 현대백화점 베이커리에서 발견한 명란을 뿌린 치즈난. 이건 실패 3) 쫀득쫀득한 아몬드맛 터키아이스크림.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역시 부드러워야 제..

Diary 2011.07.21

청춘으로서 한마디

어제 읽다가 잠든 1Q84에서 "따뜻한 아침식사로 몸과 마음을 덥히며 하루를 시작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투의 문장이 인상깊게 남아서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브로콜리 치즈스프를 끓여 먹었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느낀 것은 역시 하루키는 위대한 작가이고, 1Q84는 대단한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는 찰스주르당 구두나 준코시마다 정장을 갖춰입은 주인공이 얼마나 섬세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갖춘 것인가하는 하루키의 브랜드 카탈로그같은 형용구들에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 속에서 종종 전해지는, 자본주의적으로 잘 포장된 미적 감성은 현실 속에서 그다지 반짝거리지 못하는 '행인1' 같은 우리에게 잠시의 달콤한 위로 이상이 되지 못한다 드라마 속 재벌가 아들에게 사랑받는 여주인공에 대한 ..

Diary 2011.06.28

0610pm-0611am

너는 나를 하나의 구멍으로 치환시켰다 나는 역겨움을 꾹 참고 입을 벌렸다 입 안은 바싹 말랐고 마찰로 뜨거워졌다 비린내나는 덥고 끈적끈적한 공기가 얼굴과 온몸에 달라붙었지만 짜증을 낼 수도 소리쳐 울수도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단지 구멍이었기 때문에 질척거리는 것을 뱉어낸후에 우리는 악몽에서 깨어났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주보고 웃었다. 그렇게 토요일의 아침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사과주스랑 샌드위치로 주말다운 아침식사를 했고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꼼꼼히 비누칠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무언가 씻겨내지지 않는 미끈미끈하고 불쾌한 것이 남았다 머릿속의 기억은 잘 밀봉되었지만 몸의 기억은 도대체 어쩔 수가 없어서.

Diary 2011.06.11

0527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던 초저녁쯤의 시간에 멍하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입 안에는 방금 사먹은 딸기맛 아이스크림의 여운이 맴돌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기는커녕 미지근하고 기분 나쁜 뒷맛만 남기고 금방 입안으로 녹아들어가 버렸다. 내 얘기를 아무에게도 털어놓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위로받고 싶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뜨면 전혀 낯선 어떤 곳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해변 같은 곳에 서있게 되는 상상을 하면서 별 의미가 없었던 하루가 조용히 저물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Diary 2011.05.27

명심하기: 양보단 질

무려 이주일 동안 고민하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심사숙고해서 인터넷으로 구매했던 청바지와 구두를 반품했다. 이번에 구두랑 바지를 반품하면서 분명하게 느낀 건 첫째, 옷과 구두와 가방은 반드시 직접 눈으로 보고 입어보고 사자는 것 둘째, 싸고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거다. 역시 양보단 질이라는 걸 요번에 확실히 되새겼으니 그런 의미에서 내 한정된 시간들을 양질의 시간으로 꽉꽉 채울 수 있도록! 인터넷쇼핑 끊고 공부나 해야지

Diary 2011.05.24

비오는 오후 도서관에서의 이야기

1 비가 오는 날에는 왠지 바삭바삭 튀긴 튀김이나 지글지글 기름에 부친 전, 특히 그 바삭한 갈색 가장자리 같은게 땡긴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바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소리가 후라이팬에 기름이 지글지글 타는 소리랑 비슷해서 부침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듯한 얘기였지만 왠지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 전이나 부침개보다는 튀김이 훨씬 생각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비오는 날의 눅눅해진 공기에 몸도 기분도 눅눅해지면서 그것과 상반된 바삭한 촉감이 그리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오늘 저녁엔 꼭 깻잎튀김이랑 고추튀김을 먹어야지 2 중간고사는 어제 다 끝났지만 다음주까지 논문도 써야되고 과제도 줄기차게 이어지는 마당이라 그냥 도서관에 왔다. 시험기간에도 안 끼던..

Diary 2011.04.22

RE: 볼륨을 높여요 4월 16일의 인트로

지금 눈에 보이는 것 지금 귀에 들리는 것 맡고 있는 냄새나 피부로 느껴지는 것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을 뿐 생각이란 형태로 머릿속을 흐릅니다 그러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죠 구름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말이에요 흐릿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그것은 분명 내가 가지고도 갖지 못한 셈입니다 단순히 종이 위에만 옮겨 놓아도 한편의 일기 한장의 편지 하나의 사건으로 온전한 내것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죠 맞아요 강짱 그게 이 소소한 블로그가 소중한 이유에요

Diary 2011.04.20

헛헛함에 쓰는 헛헛한 일기

4학년 1학기가 시작된 지 이제 2주가 좀 더 지났다. 바쁘다면 바쁘고, 한가롭다면 한가롭고, 구제불능처럼 게으르다면 게으르고 뭔가 열심히 발버둥치(는 척하)기도 하고 뭐 그런 3월의 하루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관점이나 기분에 따라서 어떻게든 설명될 수 있는 그런, 무게가 애매한 하루하루들 나를 둘러싼 반경 몇 키로미터 이내의 조그만 세계는 너무 조용한데 유난히 안팎으로 싱숭생숭하고 불안한 일들이 많은 2011년의 봄,이라는 세계의 귀퉁이에서 '별 일 없어'라고 친구의 문자에 답장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새삼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내가 별 일 없이 살고 있다는 건 눈 감고 귀를 닫고 멈추어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지각하고 생각하고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마는

Diary 2011.03.18

웹 폰트 색상표

■ 000000 black 블랙 ■ 2f4f4f darkslategray 다크슬레이트그레이 ■ 708090 slategray 슬레이트그레이 ■ 778899 lightslategray 라이트슬레이트그레이 ■ 696969 dimgray 딤그레이 ■ 808080 gray 그레이 ■ a9a9a9 darkgray 다크그레이 ■ c0c0c0 silver 실버 ■ d3d3d3 lightgrey 라이트그레이 ■ dcdcdc gainsboro 게인스보로 ■ ffffff white 화이트 ■ fff5ee seashell 씨쉘 ■ fffafa snow 스노우 ■ f8f8ff ghostwhite 고스트화이트 ■ fffaf0 floralwhite 후로랄화이트 ■ f5f5f5 whitesmoke 화이트스모크 ■ f0f8ff al..

Diary 2011.02.14

아빠랑 마주보고 저녁을 먹었다

아빠가 차려준 늦은 생일상을 먹었다 끓여놨던 미역국은 니 동생이 다 먹었다, 미안해하시면서 나없던 생일날 동생과 먹고 남았다는 갈비를 구워주셨다. 오랜만에 아빠랑 마주보고 앉아서 작은 식탁을 사이에 둔, 그 만큼의 거리에서야 주름이 깊어진 얼굴 염색이 벗겨져서 드러난 흰머리 특히 이빨이 빠져서 군데군데 휑한 입 속 아름답게 늙지 못하신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밥그릇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묵묵히 숟가락질을 했다. 내가 아빠를 제일 미워했었던 그 시기에 아빠는 자신을 위한 삶을 포기하고 딸들을 위해서만 살겠다고 결심하셨고 그런 마음으로 10년을 살아내셨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아빠가 당신 자신을 위해 가지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무능력함과 무기력함만을 탓해..

Diary 2011.02.12

parallel world

지금 이 세계와 비슷한 세계가 다른 우주에 존재한다 여기서의 존재가 저기서의 존재와 대략적으로는 일치하지만 다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예를 들면 다른 쪽에서는 달이 두 개 뜬다든지 다른 우주의 나는 좀 더 차가운 성격이라든지 평행세계의 의미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는 시공간의 일그러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생일선물로 1Q84를 선물받아서 기뻤다 책장 속에 늠름하게 꽂혀있는 하루키의 책들

Diary 2011.02.10

20110121

요며칠동안 스푸트니크의연인(왠지단한번도한번에제대로된제목을기억해낸적없는)을다시읽었다 확실히 착실한자본주의적인지구인으로살아가는 사람들의마음속엔사실우주적인마인드가있어서 사람마다다소의차이가나타나긴하지만 가끔씩-발바닥은지구상에완전히밀착시킨상태지만 마음은달나라에서둥실둥실무중력상태로떠다니고있다-는걸 분명하게확인하게된다 뒤죽박죽으로엉켜버린채이지만 손가락하나까딱할수도없어 그대로놓아둘수밖에없어서 가만히 공허하고무기력한기분으로 바닥에누워서꼼짝도하지않고있다 딱히주의할만한불편함을초래하지않는, 배가아프다던가머리가무겁다던가한게아닌. 호르몬의불균형함이슬그머니작용한걸까 아니면그냥단순한수면부족때문인것일지도모르겠다만 아무튼오늘은 아침부터도무지 나자신도스스로를통제할수없었다 계절학기기말고사를마치고 점심을먹고 자취방에와바닥에누워서어지러운기분으..

Diary 2011.01.21

비로소 새해 다짐

아침 꿈에서 나는 다시 수능을 치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에 재입학했다. 꿈 속에서(도) 나는 성적이 좋고 성실한 학생이라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나태하게 지내면서 그저 열심인 척, 노력하는 척 스스로를 잘 포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정말 수능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야 '앗, 이건 아닌데'하는 갑작스런 위기 의식에 휩싸여서 땀을 뻘뻘 흘리다가 잠에서 깼다. 꿈의 메시지는 생생하고 분명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되질수록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급급해 하면서 살게 된다. 나태함에서 오는 나른한 평온에 빠져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얻을 수 있을 더 큰 행복을 모른 체하며 살아가는, 이제 이런 짓은 정말로 그만두어야겠다. 아무튼 역시 월요일이야..

Diary 2011.01.03

경영학원론재수강 고고

다음 학기에 처음으로 재수강을 하게 되엇다 왜 이렇게 점점 성적이 하강곡선을 그리는 걸까 1학기 때도 지금까지 받아본 학점 중에 최하점을 받았었는데 요번 학기에는 처음으로 들은 경영 수업에서 무려 C+를 받아버렸다. 내년엔 온통 경영으로 시간표를 처발라야 하는데 계속 성적이 이따위로 나오면 어떡하지 슈ㅣ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씨쁠이 나와버렸단 건 내 실력이 객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내 스타일 과제물과 시험 답안이 선생님의 니즈나 취향과 잘 맞지 않았고 무능력하고 나태한 조원들 때문에 팀 성적이 하향 평준화된 탓도 있을꺼다 그치만 무엇보다 일단 내 실력이 확실히 부족했던 거겠지 나름 '열심히' 했는데도 이런 최하점이 나와버렸으니깐 이번 성적을 약으로 삼고..

Diary 2010.12.28

말을 하든 글을 쓰든

마음 속에 일어나는 사고들, 여러가지 사건과 사물들과의 관계를 언어화시키지 않고 꾹꾹 내 안에 눌러 담거나 아니면 무심히 스쳐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좋지 않은 거 같다. 가공하지 않고 쌓아두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의미를 가질 수 없고, 혼돈은 점점 더 커지게되니까. 얽힐 대로 얽힌 채로 꽉 막혀서 썩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말해냄으로써, 문장의 형태를 갖추게 함으로써 사태를 왜곡하고 변형시켜 버리게 되더라도, 무엇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그런 가공의 작업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가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마음껏 해주는 것은 폴 오스터의 표현에 따르면 '혈액 속에 축적된 독극물을 뱉어내는' 작용이다. 그런 맥락에서, 왠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비유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더 솔직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 ..

Diary 2010.12.27

콜렉션

요시노이발관 카모메식당 안경 호노카아보이 남극의쉐프 토일렛 요 영화들엔 분명히 어떤 공통점이 있다. 얼마 전에 호노카아보이랑 남극의쉐프는 다른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걸 알고 살짝 쇼크받았을 정도니. 우울한 기분을 환하게 바꾸어주는 이 아기자기한 영화들은 아무래도 한 셋트로 묶여서 '해피해피 기획상품'저럼 진열이라도 되어야 할 거 같단 말이지.

Diary 2010.12.18

기억을 믿지 말 것 (RE: 히든)

2010. 12. 17. 금 저녁까지 학교 도서관 열람실에 있다가, 자취방으로 가던 길에 아딸에 들러서 어묵꼬치를 몇 개 사가지고 와서, 자취방에 들어와 어묵을 먹고 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한참 졸았고, 그러다 친구에게서 온 전화에 잠이 깨어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복도 끝 화장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 입었던 옷은 회색 니트와 청바지에 검은 색 패딩과 베이지색 목도리, 검은색 가죽가방. 2010. 12. 18. 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과 야채주스를 사가지고(자취방의 문은 잠그고 다녀왔었고), 라디오를 좀 듣다가 지하에 있는 세탁실에 내려가 빨래를 하고 돌아옴. 입었던 옷은 회색 집업후드와 레깅스 청바지. - 그런데 이 시간 중 어딘가에서 내 엠피쓰리가 사라졌다. 엠피..

Diary 2010.12.18

독서 취향 테스트

자신의 독서취향을 알아보는 테스트 http://book.idsolution.co.kr/?mode=home 내 독서취향 테스트 결과 평론가의 까탈, "북방침엽수림" 독서 취향 보르헤스 같은 잘 짜여진, 지적이고 심오한 문학 좋아함 온정적인, 평범하고 엉성한 베스트셀러 싫어함 "타이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북방침엽수림 지대는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지에 가장 넓게 분포한다. 길고 혹독한 겨울과, 짧고 온화한 여름이 특징. 가혹한 기후 조건이지만 년중 고른 강수량을 유지해 북방 동식물들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제공. 전체 지구 식물군의 15%를 차지하는 타이가 수풀림은 워낙 많은 양의 기체를 생산해 지구 대기의 상태를 좌지우지함. 혹독한 추위, 거대한 영향력, 치밀한 생명력. 이런 환경은 당신의 책 취향..

Diary 2010.12.14

12월 9일 오전의 사고(思考)

왜 나는 스스로를 소모시키려 했을까 내 내부를 그렇게 파괴시키려 했을까 행복과 불행은 대부분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인간에게는 행복을 추구하는 욕구만큼이나 강렬하게 불행에 대한 욕구가 자리하는 것 같다. 삶을 '의지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드는 일이라서, 차라리 어떤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어 부웅부웅 회전하는 바람 속에 몸을 내맡기고 싶다는 욕구가 조심스럽게 커져 가는 것이다. 거친 바람에 갈기갈기 찢겨지고 파편화되어 버리고 싶다는 욕구. 이성을 거부하고 짐승이 되고 싶은 욕구. 완전한 공허에 대한 욕구.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의지 작용을 잠시 멈추고 싶다는 욕구. 얼룩들을 지우는데 지쳐서 차라리 무엇도 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 침잠해 ..

Diary 2010.12.09

밀가루는 안 좋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밀가루는 좋지 않다 1. 일단 육체적으로, 밀가루는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혈당을 단기간 올렸다가 급속히 떨어트리기 때문에 몸에서 저혈당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탄수화물을 원하도록 만든다 2. 정신적으로, 서구식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는 한 가지 아이템으로서 밀가루 음식은 외로움을 망각하게 한다. 심지어는 외로움을 무언가 가치있는 '쓸쓸함'인 양 왜곡시키기도 한다. 확실히 종종 베이커리와 커피는 추한 고독을 도시적 시크함으로 포장하는 수단이 되는 듯하다. 뭐 아주 개인적인 견해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소중한 사람들과는 따스한 김이 솔솔 올라오는 밥을 먹으며 이야기해야 해 "오늘도 밥, 잘 챙겨드세요" Re: 밀가루는 안 좋아 그런데 솔직히 빵이나 커피든, 음악이나 라디오..

Diary 2010.12.01

겨울철 완소아이템

작년 겨울 지마켓에서 매우 저렴하게 구매했던 이중패딩점퍼 따뜻해 보이는 까만색 소재에 너무 뚱뚱해지지 않는 디자인 거기다 엉덩이까지 야무지게 덮어주는 적절한 길이! 지금까지 인터넷으로 구매했던 물건들 중에 제일 만족스러움*.* 이거 입고 자크를 목 끝까지 올려주면 영하의 날씨도 두렵지 않다 어그까지 신으면 완전 무적이라능 여기다 목도리로 눈밑까지 칭칭 감아주면 지나다니는 사람들한테 미안해질 정도다 (나 혼자 너무 따뜻해보여서)

Diary 2010.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