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당연스럽게 여겼을테지만,
아무런 의도도 없다는 듯이
어제 아빠는 자연스럽게 동생의 기숙사비 얘기를 꺼냈다.
내가 버럭 짜증을 내자 아빠는 나를 노려봤고
뭐라뭐라 서로 자기 말만 내뱉는 짧은 대치 후에
방에 들어가서 일단 잠을 잤다.
그리고 오늘 동생 생일선물로 향수와 립글로스를 샀다.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해서 첫월급 받을 때 갚아,라고
격려를 곁들여서 분명하게 입장전달 할 생각이었지만
막상 집에 와 동생방문을 열었을 땐, 무뚝뚝하게 선물을 건네면서
입금일이 언젠지 알려줘 짧게 한마디 덧붙이고 문을 닫게 돼버렸다.
그러면서 앞으로 상대가 당연히 여기는 희생은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며칠 전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층 동생방의 불이 꺼져있는걸 보고
잠시 섬뜩한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되돌릴수 없는 시간과 쌓인 감정과 익숙해진 거리를
어디서부터 극복해야할지, 가늠할 수 없는 막막함에
그냥 무겁고 아득한 기분만을 잠시 느끼고 생각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