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10812

유연하고단단하게 2021. 8. 12. 15:37

 

이직한 곳으로의 첫 출근 D-11

 

지난 주 부랴부랴 입사 전까지의 방학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캘린더에 몇 가지 놀 계획들을 집어넣었다. 그 중에 하나로, 오늘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 산책을 하러 왔다. 미술관 내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시키고 쟁반에 커피를 받아 들고 돌아서는 순간 삐끗해서 커피를 바닥에 몽땅 쏟아버렸다. 내 앞에 사람이 없었던 게 천만 다행이다. 이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크록스 샌들이 굽이 높고 예쁘고 착화감이 좋긴 한데,  걸을 때 안정감이 떨어져서 자꾸 삐끗한다. 이 신발을 신을 때 좀 더 주의하거나 아니면 그냥 자주 신지 않는 편이 낫겠다.

 

카페에서는 친절하게 새 커피를 만들어 주셨다.

 

어떤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같은 일과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것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크게 또 오래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 실수를 저지른 당사자를 사정 없이 심하게 몰아붙이는 사람이 있고, 위로와 관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크고 작은 실수를 자주 또 많이 저지르는 사람이고, 그런 성향이기에 실수를 저지른 과거와 현재보다는 미래(대처)를 더 중시하는 스타일이며, 나와 같이 실수를 저지른 누군가를 맞닥뜨렸을 때 관용과 이해를 우선한다. 하지만 나와 달리 꼼꼼하고 주의 깊은 성향의 사람은 그런 실수를 자주 맞닥뜨리지 못할 것이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이해하고 용서하기 힘들 것이다. 맞고 틀린 것은 없다. 모두 성향의 차이가 아닐까. 여기가 휴식이 아닌 업무와 관련된 장소이고, 내가 저지른 실수가 커피를 엎지르는 정도가 아니라 회사의 자본과 여러 사람의 노력이 얽혀있는 성과물을 엎지르는 일이었다면, 아마 잦은 실수를 일으키는 사람에 대한 관용보다 부주의한 사람에 대한 비난과 응징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어쨌든, 테라로사에서는 고맙게도 커피를 하나 더 만들어 주셨다.

 

 

 

퇴사한지 (출근하지 않은지) 20일이 지났다.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라고 하면 시간이 얼마 안 흐른 것 같은데 일자를 세어보니 20일이라는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진다. 퇴사 직후 한 일주일 동안은 남은 퇴직 프로세스를 처리하고 원룸 전셋집을 알아보느라 바빴다. 그냥 자취를 하지 말고 집에서 출퇴근을 해보자 하고 결정한 후 지난 주에는... 뭘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SQL 온라인 강의를 듣고 드라마 검블유를 정주행했다는 것 외에는 일주일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좀 부끄럽고 안타깝기도 하다. 그냥 푹, 잘 충전했다고 해두는 수밖에. 그제에는 영종도를 다녀왔고. 앞으로는 자잘한 놀 거리(주로 미술관 투어)로 인스타 앨범을 채우면서 퍼블리로 앞으로 하게 될 일과 기타 마케터로서의 인사이트를 좀 채워놓아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얼마 전에 회사 다닐 때 입던 스커트를 입었는데, 퇴직 전에 살이 쪄서 넉넉하게 입으려고 산 스커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꽉 껴서 충격을 받았다. 여기서 몸무게를 재면 더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 일단 하루 식단을 기록하고 1200칼로리 내외를 먹는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계속 새로운 옷을 사면서 나에게 계속 관용을 베풀기보다는 이제는 좀 정신 차리고 절제하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나를 길들일 필요가 있다.

가벼운 몸은 건강에도 좋고 (나와 남 모두에게) 보기에도 좋으니까.

그리고 마른 몸은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인내심이 있고 좀 더 정갈하고 정돈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나는 뚱뚱한 사람에 대해 조건 없이 멸시나 비하의 감정을 갖는 것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체형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타고 나는 것) 반대로 선택의 문제가 될 지라도 개인이 자유롭게 원하는 체형을 선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나와 내 연인에 대해서는 마른 몸을 좋아한다(비록 나는 마르지 않았지만). 그건 내가 지금 살이 찐 이유가 먹고 싶을 때 먹고, 특히 늦은 시간에 과자와 빵을 서너봉지 뜯어 먹고 그것에 대해 나 자신을 제지하고 관리하지 않기 때문임을 스스로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체중에 구애받지 않고) 어쨌든 소식을 하고 규칙적으로 먹고 야식을 머지 않는 습관을 다시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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