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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상으로 비 내리기 두 시간 전. 낮은 채도의 한강 공원을 걷고 있다. 하늘과 강물이 모두 탁한 소라색인 부드러운 풍경. 내 마음이 비슷한 채도여서 그런지, 맑은 날씨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 젖은 풀잎 냄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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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괴로워지는 원인 중의 하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평가하는 나 간에 간극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 진심은 그게 아니었는데, 나의 선한 마음이 왜곡된 채 전달되어 상대방에게 오해를 샀다고 느껴지는 날. 혹은 나의 악하고 부족한 모습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처럼 보일 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난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야' 하는 마음에 괴롭고, 심지어 내 본 모습과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상대방이 미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나와 남간의 간극이라는, 그 무한에 가까운 심연의 크기를 생각하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왜곡이 발생하고 관계에 마찰이 일어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아주 웅장하고 난해한 서로 다른 세계와 우주가 만나는 일과 같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담는 말(언어)이라는 그릇의 한계를 감안하면, 나아가 그 말이 전달되고 표현되는 시공간의 수많은 변수를 생각하면, 내 생각과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바램일 것이다. 최선을 다해 솔직하게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의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