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어디서든 먹히는 걸 알고 있지.
그러니까 그런 표정. 그런 말투로.
![](https://blog.kakaocdn.net/dn/6CvTS/btrxwAIetia/N68AwGP30t9wCvDk3CjBA1/img.jpg)
어제 티빙에서 '알고있지만'을 새벽 4시까지 정주행 해버렸다. 이렇게 새벽까지 정주행하게 만든 드라마는 '라이프온마스' 이후로 처음이다. 처음에 이 드라마 캐스팅이 확정되고 한소희 x 송강이라는 핫한 조합 때문에 커뮤니티가 꽤나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배우의 넘사벽 비주얼은 분명히 드라마의 전개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상대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버린 송강, 그런 재언조차 집착하게 만드는 한소희, 그들의 얼굴만으로 캐릭터가 충분히 개연성을 얻는다. 믿음과 안정감을 주는 도혁이 아닌 마음을 불안하게 흔드는 재언을 선택한다는 전개도 비슷한 사람을 겪어보았기에 납득이 된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 분위기, 서사, 장면들 모두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관계가 확신을 얻는 순간 그 관계는 힘을 잃는다"는 재언의 말은 회피주의적인 그의 성향을 잘 대변하지만 동시에 반박하기 힘든 진리이기도 하다. 늘 초록색이 넘실거리는 학교 캠퍼스, 밤을 새서 공부하는 낭만이 있었던 도서관, 대학가의 술집 같은 장면들 덕분에 나의 20대가 떠오르기도 했다. 도혁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적재의 노래가, 재언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나이트오프의 노래가 나오는 것도 더 없이 어울린다. "매일 밤마다 니가 싫은 이유를 생각해보다 잠이 들어야 한다는 건"
https://youtu.be/M3Mk0RBAo2o
+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웹툰도 다시 보고 있는데, 원작에서는 박재언이 전형적인 바람둥이였을 뿐 그를 포장하는 다른 서사가 부여되지 않아서 더더욱 하이퍼리얼리즘이다. 나비와 도혁 모두 현실의 우리가 그렇듯 어느 정도는 순수하지 못하고 자기 방어적이다.
이렇게 현실적이고 찌질한데 그래서 더 긴장감 넘치는 로맨스 작품 또 나오면 좋겠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 나의해방일지 (0) | 2022.04.18 |
---|---|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 (0) | 2022.04.10 |
가끔 집은 내가 되고 (0) | 2022.03.26 |
불투명하고 관통할 수 없는 얼굴의 표면 (0) | 2022.03.19 |
칵테일, 러브, 좀비 (0) | 2022.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