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384

씬짜오, 씬짜오

1. 독일에서의 일은 이제 뿌연 유리창으로 보는 바깥 풍경처럼 희미하다. 그런데도 처음 투이네 집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면 그때 느꼈던 감정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투이네 식구 모두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던 일, 그 환대에 기뻐하던 엄마의 모습, 어떤 조건도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따뜻한 기분과 우리 두 식구가 같은 공간에 모여 음식을 나눠 먹던 공기를 기억한다. 어떻게 그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이 호의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고작 한 명의 타인과도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어른이 된 나로서는 그때의 일들이 기이하게까지 느껴진다. 2.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오래도록 그 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했다는 걸 깨달았다. 투이의 커다란 눈이 한 번 깜빡였다. 바람이 불 때..

Review 2017.01.22

또오해영

요새 추운 날씨와 불규칙한 생활과 오랜 친구들과의 얕은 우정을 확인한 데서 얻은 상실감과 여러가지 스트레스가 겹쳐 의도치 않게 방콕생활에 빠져들게 되었다. 인스턴트 음식과 드라마 다시보기에서 위로를 얻는 방콕 생활로 인해 몸뚱이는 포동포동해졌고 그럴수록 쇼핑도 나들이도 흥미가 없고 방콕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없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요새는 명작이라 추천받은 한드를 매주 하나씩 정복하는 중이다. 지난 주 내내 폐인같이 끼고 살았던 드라마는 시그널인데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캐릭터에 있다. 이재한과 차수현을 앓으면서 허우적거리다가 이번 주에는 또오해영에 빠졌다. 또오해영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서현진이다. 다른 드라마에서의 서현진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오해영으로서의 서..

Review 2017.01.20

최은영, 쇼코의 미소

쇼코는 판탁스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서 수박을 먹고 있는 우리 세 사람의 얼굴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 거실을 청소하는 할아버지를 파파라치처럼 찍어댔다. 엄마와 할아버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그런 관심이 싫지 않다는듯 웃어넘겼다. 눈을 반짝이며 웃는 엄마와 말이 많은 할아버지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이런 사람들을 바깥에서 만났다면 나는 주저 않고 좋은 어른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할아버지는 늘 무기력했고 사람을 사귀는 일에 서툴렀다. 나는 엄마와 할아버지를 작동하지 않아 해마다 먼지가 쌓이고 색이 바래가는 괘종시계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변화할 의지도,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 사람들이라고. 가족은 언제나 가장 낯선 사람들..

Review 2017.01.08

다와다 요코, 용의자의 야간열차

이 소설을 통해 다와다 요코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등극! 그녀의 문장은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이리저리 뻗어나간다. '용의자의 야간열차'를 읽는 동안 나는 당신이 되고,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한, 영원한 야간열차의 승객이 된다. - 역 분위기가 뭔가 심상찮다. 플랫폼에 이상하게 사람이 적다. 게다가 역무원들이 왠지 소란스러운 게 무슨 비밀이라도 감추고 있는 것 같다. 역무원을 불러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뭣하니, 그저 묵묵히 관찰할 수밖에 없다. 역 전체가 가면을 들쓰고 있지만, 당신은 그것을 벗겨내지 못한다. - "버스는 어딨나요, 파리행이오." 역무원에게 몰아대듯 묻자, "대합실에서 기다리세요." 라고 사무적으로 대꾸하며 뿌리쳤다. 들어본 적도 없는 역 이름이었다. 주위는..

Review 2017.01.07

에브리맨, 필립 로스

그것으로 끝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들이 모두 하고 싶은 말을 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또 물론 그렇기도 했다. 그날 이 주의 북부와 남부에서 이런 장례식, 일상적이고 평범한 장례식이 오백 건은 있었을 것이다. 두 아들 때문에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 삼십 초, 그리고 죽음이 발명되기 이전에 순수하게 존재하던 세상, 아버지가 창조한 에덴, 구식의 보석상이라는 탈을 쓴 폭 5미터 깊이 12미터밖에 안 되는 크기의 낙원에서 이루어지던 영원한 삶을 하위가 아주 공을 들여 정확하게 되살려낸 것 외에는 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Review 2016.12.18

가는 비 온다, 기형도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 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 가는 비......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을 빌리러 뒤뚱뒤..

Review 2016.12.11

밤 눈,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Review 2016.12.10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기형도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걱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가끔씩 어둡고 텅 빈 방에 홀로 있을 때 그 기타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는 경악한다. 그러나 나의 감각들은 힘센 기억들을 품고 있다. 기타 소리가 멎으면 더듬더듬 나는 양초를 찾는다.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어둡고 텅 빈 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 색이다.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Review 2016.12.10

립반윙클의 신부 존구

립반윙클의 신부를 보면서 든 생각 : 1. 영화 끝나면 유니클로에 가서 니트 티를 사자 2. 겨울 동안 머리를 기르고 파마를 해야겠다 그 외에 영화 내내 드는 생각은 내가 왜 돈주고 저런 콩벌레같은(외모가 아니라 행동이나 제스쳐가) 노매력 답답보스 여주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야하지? 저 여자는 정신연령이 초등학생 이하인 것 같은데? 였다고 한다. 러브레터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Review 2016.10.09

반딧불이

1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 눈을 말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부자연스러우리만큼 투명했다. 그녀의 눈이 이렇게 투명하다는 것은 그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그녀를 만난 것은 반년 만이었다. 반년 동안에 그녀는 몰라볼 정도로 야위어 있었다. 통통한 볼살이 빠지고 목선도 훨씬 가늘어졌다. 그래도 뼈만 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그때까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뻤다. 나는 그 말을 해주려 했지만, 어떤 식으로 말해야 좋을지 몰라 그만두었다. 2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로 나왔을 때 내가 할 일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그것뿐이었다. 나는 녹색 부직포가 깔린 당구대며 빨간색 N360이며 책상 위의 하얀 꽃이며, 모두 잊..

Review 2016.09.14

네리리키르르하라라

달라진 것은 나 하나일 뿐인데 #피에르위그 #무제(인간가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일이 필요해서 오랜만에 시청 근처 미술관을 찾았다. 멋 모르고 우연히 방문해서 관람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2016 전시는 예상치 못한 고퀄에 꿀잼이었다! 예전엔 미디어아트가 뭔가 강제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이라 별로라고 생각했는데(한창 인터랙션아트가 핫할 때였긴 하다) 고퀄의 전시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온 뒤 걷는 덕수궁 돌담길까지, 무용한 정신적 충만감으로 가득 채운 토요일 오후.

Review 2016.09.10

최악의 하루

1 골 때리는 등장인물들이 마냥 밉지 않은 건 나도 그들 못지 않게 매일 매일 골 때리는 장면을 매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희의 대사처럼 정말이지 억울하다. 나는 매 순간에 충실하게 진심을 다 했을 뿐이라고. 2 이 영화는 '이것은 소설 속의 이야기이다'라는 료헤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고, '이야기의 엔딩은 이렇다'라는 나레이션으로 끝난다. 영화 자체가 액자식 구조임을 료헤이가 말하는 구성인 탓에, 영화 속 어디서부터가 팩트이고 어디서부터가 소설인지 그 해석의 여지가 관객에게 활짝 열려 있다. 나는 사실 소설이든 영화든 이런 열린 결말의 방식을 좋아한다.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엔딩으로 스토리를 간직할 수 있으니까. 3 사실 이 영화는 매력이 너무 많다. 관객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

Review 2016.08.28

태풍이 지나가고

1_하나의 팩트를 어떤 자세로 보는가에 따라 삶은 경쾌한 단편집이 될 수도, 그저 구질구질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되도록 밝고 뽀송뽀송한 마인드로 살아가야 하는 것! 2_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있는 캐릭터는 할머니다. 키키 키린은 '앙 단팥인생 이야기'에서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신다. 그녀의 왕성한 연기 활동에 박수를 보내며, 이 영화를 통해 나에게 있어 완전히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

Review 2016.08.14

내가 만난 이중섭

내가 만난 이중섭 김춘수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Review 2016.08.14

제이슨본

역시 믿고 보는 본시리즈! 1,2,3편에 비하면 스토리도 액션신도 별로라는 혹평도 많지만 어쨌든 큰 기대없이 보러가서인지(회사에서 공짜로 보여줌) 만족스럽게 관람했다 또한 근래 본 액션영화중에 가장 매력있는 여성캐릭터들의 등장! 특히 헤더 리, 이 언니가 아주 매력 넘친다 *3* 뛰어난 업무 실력과 능수능란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상사의 상사를 적절히 이용하여 원하는 프로젝트를 겟팅! 꼰대에다 뒤까지 구린 직속 상사의 뒤통수를 아주 통렬하게 가격하는!!! 이 언니랑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

Review 2016.07.28

환상의 빛

1_ 네가 무슨 일을 겪었던 간에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남겨진 자의 윤리는 최선을 다해 흔들리지 않고 살아내는 것. 2_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그렸던 장면들과 영화 속 장면들 간에 다소 분위기가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환상의 빛은 소설>영화인데, 아무래도 소설은 여성 화자의 입장에 조금 더 감정을 이입하여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하게 이어지는 사진적인 풍경들과, 에스미 마키코의 리즈 시절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영화관에서 감상할 가치가 충분한 영화. 3_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기인형'의 이후로 이어지는 고레에다히로카즈 감독의 밝고 희망적인 최근작들이 훨씬 좋다!

Review 2016.07.10

황인찬, 실존하는 기쁨

그는 자꾸 내 연인처럼 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와 팔짱을 끼고 머리를 맞대고 가만히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아는 사람을 보았지만 못 본 체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지만 확신은 없다 아파트 단지의 밤 가정의 빛들이 켜지고 그것이 물가에 비치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검게 타들어 가는데 이제 시간이 늦었다고 그가 말한다 그는 자꾸 내 연인 같다 다음에 꼭 보자고 한다 나는 말없이 그냥 앉아 있었고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 손을 담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Review 2016.05.15

황인찬, 종로사가

앞으로는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다정하게 말했지 하지만 나는 네 마음을 안다 걷다가 걷다가 걷고 떠 갇다가 우리가 걷고 지쳐 버리면, 지쳐서 주저앉으면, 주저앉은 채 담배에 불을 붙이면,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보았다고 믿어 버리고, 믿는 김에 신앙을 갖게 되고, 우리의 신앙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깊은 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겟지 우리는 이 거리를 끝없이 헤매게 될 거야 저것을 빛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다 저것을 사람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고 그러면 나는 그것을 빛이라 부르고 사람이라 믿으며 그것들을 하염없이 부르고 이 거리에 오직 두 사람만 있다는 것, 영원한 행인인 두 사람이 오래된 거리를 걷는다는 것, 오래된 소설 같고 흔한 영화 같은, 우리는 그러한 낡은 것..

Review 2016.05.14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우린 나갈 때...... 우린 벽장에서 코트도 꺼내지 않았어요. 몇 분이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우리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왜 갔는지도 모르겠고. 충동이었어요. 그 말밖엔 할 수가 없어요. 그릇된 충동이었지요."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날 밤 일은 내 잘못이었어요. 미안해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데. 나도 알고 있어요." "맙소사." 그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렇지만 당신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어, 매리언!" 그리고 그 즉시 그는 자기가 새롭고도 의미심장한 진실 하나를 입 밖에 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이먼드 카버,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중에서

Review 2016.05.03

반죽의 형상

늦은 밤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어느 날 N은 집 뒤편 길에서 내리는 바람에 한 시간 동안이나 집을 찾지 못해 헤매다녔다고 했다. 그 집에 십년 째 살고있었지만 뒤편 길로는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정말 걱정이 되었다. 만약 어느날 잘못해서 자기 존재의 뒤편에서 내리게 된다면 N은 자신을 되찾는 데 무척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디 부디 잘 지내 N. 문득 나도 언젠가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는 듯한 혼란이 왔다. 내가 휴가를 끝내고 N을 딘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N의 편에서는 건망증 때문에, 내 편에서는...... 내 편에서는 우연히라도 N을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 다르 사람이 N의 소식을 묻거나 전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마저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

Review 201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