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6

아무튼, 집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집에 관한 수많은 감정은 결국 내가 사는 공간이자 내 삶의 배경인 집을 사랑하고 싶어서 생긴 마음이라는 것을. 지나온 집들의 모든 시절을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집에는 내가 사랑한 한구석이 있었다는 것을.사무용 책상에 하늘색 시트지를 붙여 만들었던 나의 첫 책상, 해바라기꽃이 피고 지던 대문 옆 담장, 원룸 창틀에서 조각 햇빛을 먹고 자라던 상추 모종들, 몸을 담그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던 접이식 반신욕조, 소망이의 숙면 공간이었던 복층 다락…. 내가 사랑했던 그 한구석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여전히 내 안에서 나를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게 나는 과거의 집, 현재의 집, 미래의 집을 포개어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어디론가 감사 기도를 보낸..

Review 2025.01.25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요나스는 아침부터 산타클로스 옷을 곱게 다려 가짜 수염과 함께 문 앞에 걸어놨다. 유치원에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날이었다. 겨울이면 요나스는 유치원과 지역 행사를 돌며 산타클로스를 연기하곤 했다. 요나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이라며 자주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엔 나도 요나스를 따라가기로 했다. 마침 쉬는 날이기도 했고, 요나스의 간절한 초대 때문이기도 했다. 유치원은 집에서 한 블록 거리였다. 오며 가며 보던 장소라 낯설지 않았다. 산타 복장을 한 요나스와 구경꾼 신분의 내가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있었다. 요나스는 아이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유치원 뒤편으로 가 기타를 준비했다. 창문 너머로 몇몇 아이들이 나를 쳐다봐 나는 괜히 딴청을 피우며 어슬렁거렸다. 요나스의 오..

Review 2025.01.14

퍼펙트데이즈

-공동 화장실을 꼼꼼하게 청소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냈다. 덕분에 한결 아름다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한명 한명이 모두 반짝이는 아름다운 존재임을 되새기며.-영화를 보다 보니 품위 있는 자의 일상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그의 일상이 미적으로 느껴진 건 주인공이 지닌 품위 때문이다.-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송을 들으며 출근하고 일터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골라 매일 그 곳에서 점심을 먹고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가꾸는 능력을 가진 이가 만들어 나가는 귀중한 삶.-어쩌면 현실은 덜 반짝이고 더 비참할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는 공중 화장실의 구역질 나는 변기 내부나, 궂은 더위나 추위에 취약한 낡은 주택에서 고생..

Review 2025.01.12

아직, 도쿄

호기롭게 하루 패스권을 제시하며 입장해서는 늘 유원지의 쉬러 오는 사람처럼 곧장 매장으로 직진할 것이다. 그날에 기분에 맞는 스낵 하나와 논알콜 캔맥주를 사서 2층에 올라 관람차와 하늘 자전거 타는 사람을 구경하며 주어진 하루를 조용히 보내고 싶다. 만족스러운 텅 빈 표정을 지으며.나른하게 앉아있다 보면 유원지의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다."신나지 않아도 돼 신나하지 않아도 된단다."- 임진아 여행 에세이 중에서

Review 2025.01.01

250101

어수선하고 화나고 마음을 분노하게 하는 일들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던 12월이 지나고새해 첫 음식으로 만두국과 유부초밥을 만들어 먹었다. 올 한해도 잘 흘려보내며소담하고 잔잔한 일상에서 충만감을 얻는 더욱 고요하고 안정감 있는 사람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그리고 주변을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작은 일이라도 조금 더 많이 실천할 수 있는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작년의 나보다 한뼘이라도 더 자란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Diary 20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