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이중섭 내가 만난 이중섭 김춘수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Review 2016.08.14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 당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로든 떠나보세요. 무라카미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중에서 Review 2016.08.11
힛더스테이지, NCT텐 우연히 티비에서 보고 외모가 넘나 내스타일이라서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춤도 잘추고 표정연기도 잘하고 얼굴도 잘하네 크.... 중간에 관객 리액션 좀 잡지 말고 원샷이나 잡아주지 Review 2016.07.30
제이슨본 역시 믿고 보는 본시리즈! 1,2,3편에 비하면 스토리도 액션신도 별로라는 혹평도 많지만 어쨌든 큰 기대없이 보러가서인지(회사에서 공짜로 보여줌) 만족스럽게 관람했다 또한 근래 본 액션영화중에 가장 매력있는 여성캐릭터들의 등장! 특히 헤더 리, 이 언니가 아주 매력 넘친다 *3* 뛰어난 업무 실력과 능수능란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상사의 상사를 적절히 이용하여 원하는 프로젝트를 겟팅! 꼰대에다 뒤까지 구린 직속 상사의 뒤통수를 아주 통렬하게 가격하는!!! 이 언니랑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 Review 2016.07.28
환상의 빛 1_ 네가 무슨 일을 겪었던 간에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남겨진 자의 윤리는 최선을 다해 흔들리지 않고 살아내는 것. 2_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그렸던 장면들과 영화 속 장면들 간에 다소 분위기가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환상의 빛은 소설>영화인데, 아무래도 소설은 여성 화자의 입장에 조금 더 감정을 이입하여 이야기를 읽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하게 이어지는 사진적인 풍경들과, 에스미 마키코의 리즈 시절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영화관에서 감상할 가치가 충분한 영화. 3_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기인형'의 이후로 이어지는 고레에다히로카즈 감독의 밝고 희망적인 최근작들이 훨씬 좋다! Review 2016.07.10
황인찬, 실존하는 기쁨 그는 자꾸 내 연인처럼 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와 팔짱을 끼고 머리를 맞대고 가만히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아는 사람을 보았지만 못 본 체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지만 확신은 없다 아파트 단지의 밤 가정의 빛들이 켜지고 그것이 물가에 비치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검게 타들어 가는데 이제 시간이 늦었다고 그가 말한다 그는 자꾸 내 연인 같다 다음에 꼭 보자고 한다 나는 말없이 그냥 앉아 있었고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 손을 담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Review 2016.05.15
황인찬, 종로사가 앞으로는 우리 자주 걸을까요 너는 다정하게 말했지 하지만 나는 네 마음을 안다 걷다가 걷다가 걷고 떠 갇다가 우리가 걷고 지쳐 버리면, 지쳐서 주저앉으면, 주저앉은 채 담배에 불을 붙이면, 우리는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을 보고, 보았다고 믿어 버리고, 믿는 김에 신앙을 갖게 되고, 우리의 신앙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깊은 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겟지 우리는 이 거리를 끝없이 헤매게 될 거야 저것을 빛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다 저것을 사람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너는 말할 거고 그러면 나는 그것을 빛이라 부르고 사람이라 믿으며 그것들을 하염없이 부르고 이 거리에 오직 두 사람만 있다는 것, 영원한 행인인 두 사람이 오래된 거리를 걷는다는 것, 오래된 소설 같고 흔한 영화 같은, 우리는 그러한 낡은 것.. Review 2016.05.14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우린 나갈 때...... 우린 벽장에서 코트도 꺼내지 않았어요. 몇 분이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우리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왜 갔는지도 모르겠고. 충동이었어요. 그 말밖엔 할 수가 없어요. 그릇된 충동이었지요."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날 밤 일은 내 잘못이었어요. 미안해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데. 나도 알고 있어요." "맙소사." 그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렇지만 당신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어, 매리언!" 그리고 그 즉시 그는 자기가 새롭고도 의미심장한 진실 하나를 입 밖에 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이먼드 카버,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중에서 Review 2016.05.03
반죽의 형상 늦은 밤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어느 날 N은 집 뒤편 길에서 내리는 바람에 한 시간 동안이나 집을 찾지 못해 헤매다녔다고 했다. 그 집에 십년 째 살고있었지만 뒤편 길로는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정말 걱정이 되었다. 만약 어느날 잘못해서 자기 존재의 뒤편에서 내리게 된다면 N은 자신을 되찾는 데 무척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디 부디 잘 지내 N. 문득 나도 언젠가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는 듯한 혼란이 왔다. 내가 휴가를 끝내고 N을 딘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N의 편에서는 건망증 때문에, 내 편에서는...... 내 편에서는 우연히라도 N을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 다르 사람이 N의 소식을 묻거나 전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마저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 Review 2016.04.23
가을이 오면 일어나보려고 애썼지만 그녀는 일어나지 못했다. 남자가 그녀를 업고 가까운 정형외과로 데려다주었다. 부은 발목에 침을 맞으면서 그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고 나서야 그녀는 오래전부터 몹시 비명이 지르고 싶었다는 것을 알았다. 좀더 일찍, 함정에 빠지듯 시장통 한가운데 푸욱 무너졌을 때 질렀으면 좋았을 비명이었다. 그녀가 치료를 끝내고 나왔을 때 남자는 가고 없었다. 접수대에서 계산을 하려다 그녀는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한 달 반여의 수고비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앎이나 깨달음은 늘 그렇게, 한발짝 늦게 그녀를 찾아왔다. 똑같은 거리가 등하교 때마다 오분 가량 차이나듯, 그녀긴 아무리 아등바등 따라잡으려 해도 삶과 그녀의 박자도 그렇게 어긋났다. 권여선, 가을이 오면 중에서 Review 2016.04.23
미야모토 테루, 박쥐 란도는 그렇게 말하고 여자애와 제방 쪽으로 걸어가 철사 다리를 올라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제방 위에 섰을 때 여자애의 스커트가 바람에 걷어 올려졌다. 내 눈을 의식하며 서둘러 양손으로 누르던 여자애의 동작이 언제까지고 마음에 남았다. 나는 전봇대에 기대어 두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날이 기울고 집들의 그림자로 골목이 어두워지기 시작해도 여자애와 란도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내 가방을 땅바닥에 놓고 그 위에 앉아 무릎을 껴안았다. 란도의 가방을 열었더니 안쪽에서, 가늘고 긴 철판을 그라인더로 깎고 며칠이나 숫돌에 갈아서 손수 만든 단도가 들어있었다. 손잡이 부분에는 하얀 테이프가 몇 겹으로 감겨있었다. 칼집은 없고 칼만 있었다. 직접 만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가라.. Review 2016.04.10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담백한데 눈물이 나는 가족 이야기. 오래도록 찝찝했던 영화 공기인형과는 전혀 다른, 따뜻한 고레에다히로카즈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꼭 보러가야겠다고 결심했다! Review 2015.12.26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눈물나도록 세심한, 청춘의 나날들의 한 페이지. 종이달이라는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서 원작소설도 사고 빨간책방 팟캐스트에서 종이달 해설도 찾아듣다가 같은 감독의 이전 작품이 더 좋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보게 된 영화. 나이를 충분히 먹고 얼굴에 주름선이 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어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의 방황은 계속된다. 단지 방황할 기회나 여유가 주어지지 않을 뿐. Review 2015.12.05
선샤인크리닝 실수투성이에, 삶이 엉망진창일지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삶은 가치가 있다. 행복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분명히 기억할 것. Review 2015.12.01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지금까지 홍상수 영화를 한번도 재미있게 본 적이 없다. 일단 남자주인공의 찌질함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닥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 그 꾸밈없는 적나라함으로 인해 그의 무례함이 넉살스럽고 은근하게 용서받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에 개봉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정재영이 술 취해서 주사부리는 장면에서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났다. 찌질함을 매력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유부남의 추근덕거림을 소소한 일탈로 봐줄 만큼 내가 관대한 것은 아니다. 무진기행이고 나발이고 어쨌든 바람피우는 건 더러운 거다. 나한테 유부남이 추근덕거린다면 원빈이건 정재영이건 김치 싸대기를 날려줄거임. Review 2015.09.28
29초 영화제 - 김치 김경래 감독_김치 도시 한복판에 있는 서울 판자촌.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김노인은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한다. www.29sfilm.com Review 2014.08.15
님포매니악 1,2 "내 모든 구멍을 채워줘" 님포마니악 볼륨1,2를 보았다 주말의 시작, 일요일 조조로 영화를 보길 잘했다. 안그랬으면 이 영화의 비일상적인 스토리와 반사회적 소재에 (다가올 평일을 대비해서, 일상적이고 무난한 가치관으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나면 안된다는) 부담감 없이 충분히 빠져들 수 없었을테니까. 아무튼 오래간만에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주는 영화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1. 욕망(과 금욕)이란 내가 큰 관심을 두고있는 카테고리들 중 하나이기에 비정상적 성욕을 지닌 여자 색정광을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영화가 보고싶었다. 감독이 그 유명한 안티크라이스트를 만든 라스 폰 트리에라는 건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 인간의 욕망이란 당연스런 생물학적 본성이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납될수.. Review 2014.07.06
유시민의 경제학카페 중에서 행복지수 = a · (충족시킨 욕구의 양 / 충족시키려는 욕구의 양) ; a는 양(+)의 상수 이 방정식이 말하려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돼지가 얼마나 행복한지는 자기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 가운데 얼마만큼을 실제로 충족시키느냐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돼지가 더 행복해지려면 이 '행복 방정식'의 좌변이 커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돼지는 우변의 분자를 키웠다. 먹이, 화장실, 침대, 룸살롱, 세계일주는 다 그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정력과 시간의 낭비에 불과하다. 그는 조금도 더 행복해질 수가 없다. 그 이유를 아는 데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수학만으로 충분하다. 자원의 양은 유한하기 때문에 그걸로 충족할 수 있는 욕구의 양 역시 유한하다. 방정식 우변의 분자는 유한한 크기.. Review 2014.06.02
동일한 점심 -역사를 빠져나가려던 그는 반대편 출구를 통해 아침 8시 38분에 출근 열차를 타는 플랫폼으로 내려왔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2번 차량 3번 칸 앞에 섰다. 6시 58분이었다. 그러니까 꼭 열 시간 이십 분 만에 아침에 떠났던 곳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열 시간 이십 분. 그는 그 시간을 잊지 않으려는 듯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그 동안 무얼 했나. 서둘러 복사실 문을 열었고 몇 권의 책을 제본했고 제본해놓은 책을 팔았고 책과 자료의 일부를 복사해줬고 자꾸 종이가 걸리는 복사기를 손봤고 정오가 되어 정식 A세트를 먹었다. 그 후에는 틈틈이 영화를 봤고, 영화를 보다 졸았고, 몇 페이지인가 복사를 했고, 종이가 걸리는 복사기를 손봤고, 제본해 놓은 책을 팔았고, 몇 편의 책을 추가로 제본했다. 구내식당의 .. Review 2014.02.03
뭐라도 되겠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프로필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걸 좋아했다. 거기엔 도약이 있고, 지속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도저히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사실이 하나로 이어져 있기도 하고, 의외의 반전이 계속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경력을 디자인하는 것이고 프로필에 적힐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모두 자신의 페이지를 디자인하고 있다. -나는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학벌의 나라이고 스펙의 나라라지만, 어느덧 마흔이 넘은 친구들의 근황을 보고있으면, 어느 학교 출신이라는 거, 어디에서 뭘 전공했다는 거,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김중혁 에세이, 중에서 Review 201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