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는 판탁스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서 수박을 먹고 있는 우리 세 사람의 얼굴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 거실을 청소하는 할아버지를 파파라치처럼 찍어댔다. 엄마와 할아버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그런 관심이 싫지 않다는듯 웃어넘겼다.
눈을 반짝이며 웃는 엄마와 말이 많은 할아버지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이런 사람들을 바깥에서 만났다면 나는 주저 않고 좋은 어른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할아버지는 늘 무기력했고 사람을 사귀는 일에 서툴렀다. 나는 엄마와 할아버지를 작동하지 않아 해마다 먼지가 쌓이고 색이 바래가는 괘종시계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변화할 의지도,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 사람들이라고.
가족은 언제나 가장 낯선 사람들 같았다. 어쩌면 쇼코는 나의 할아버지에 대해서 나보다 더 많이 알았을지도 모른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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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거의 모든 남루함과 찰나의 반짝임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 반짝임이라는 건 대부분 '낯설음'을 느끼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그 때문에 때로는 나를 담고 있는 풍경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낯설게 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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