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어느 날 N은 집 뒤편 길에서 내리는 바람에 한 시간 동안이나 집을 찾지 못해 헤매다녔다고 했다. 그 집에 십년 째 살고있었지만 뒤편 길로는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정말 걱정이 되었다. 만약 어느날 잘못해서 자기 존재의 뒤편에서 내리게 된다면 N은 자신을 되찾는 데 무척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디 부디 잘 지내 N.
문득 나도 언젠가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는 듯한 혼란이 왔다.
내가 휴가를 끝내고 N을 딘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N의 편에서는 건망증 때문에, 내 편에서는...... 내 편에서는 우연히라도 N을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 다르 사람이 N의 소식을 묻거나 전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마저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N은 내게 무심했고 나는 N을 경멸했지만 우리의 관계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어느 순간 갈라졌고 나뉜 가지처럼 N과 나는 서로를 닮지 않으려 애썼다. 가끔 나는 N과의 오랜 관계에 대해 내가 심각하게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문제는 내 쪽에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투를 위한 손수건은 던져졌다. 나는 산란기 연어처럼 모욕이 발아하던 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권영선, 반죽의 형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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