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차려준 늦은 생일상을 먹었다
끓여놨던 미역국은 니 동생이 다 먹었다, 미안해하시면서
나없던 생일날 동생과 먹고 남았다는 갈비를 구워주셨다.
오랜만에 아빠랑 마주보고 앉아서
작은 식탁을 사이에 둔, 그 만큼의 거리에서야
주름이 깊어진 얼굴
염색이 벗겨져서 드러난 흰머리
특히 이빨이 빠져서 군데군데 휑한 입 속
아름답게 늙지 못하신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밥그릇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묵묵히 숟가락질을 했다.
내가 아빠를 제일 미워했었던 그 시기에
아빠는 자신을 위한 삶을 포기하고 딸들을 위해서만 살겠다고 결심하셨고
그런 마음으로 10년을 살아내셨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아빠가 당신 자신을 위해 가지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무능력함과 무기력함만을 탓해온 내가 죄송스러웠다.
이미 맛도 느낄 수 없게 된 갈비를 꾸역꾸역 씹어 삼키던
그 묵직한 기분을, 희미해지기 전에 가슴에 잘 새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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