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읽다가 잠든 1Q84에서
"따뜻한 아침식사로 몸과 마음을 덥히며 하루를 시작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투의 문장이 인상깊게 남아서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브로콜리 치즈스프를 끓여 먹었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느낀 것은
역시 하루키는 위대한 작가이고, 1Q84는 대단한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는
찰스주르당 구두나 준코시마다 정장을 갖춰입은 주인공이
얼마나 섬세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갖춘 것인가하는
하루키의 브랜드 카탈로그같은 형용구들에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 속에서 종종 전해지는, 자본주의적으로 잘 포장된 미적 감성은
현실 속에서 그다지 반짝거리지 못하는 '행인1' 같은 우리에게
잠시의 달콤한 위로 이상이 되지 못한다
드라마 속 재벌가 아들에게 사랑받는 여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 같은 것이고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소비의 열망'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 모 잡지 편집장이 내놓은 낯뜨겁게 허접하고 무반성적인 소설보단
훨씬 세련되고 지적인 방식으로 속물적이지마는,
그리고 물론 나도 이런 속물 근성에 젖어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세상이 진정으로 요새의 청춘들에게 건네야 하는 것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뜨듯미지근한 위로가 아니라
무엇때문에 왜 아픈지를 고민하고 부조리함에 저항하고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단단한, 용기를 쥐어주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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