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27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구걸연습 중에서 어떤 부인이 지나갔다. 우리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멈춰서서 말했다. ─구걸하는 게 부끄럽지 않니? 우리집으로 가자, 너희들한테 시킬 일거리가 있어. 나무를 베고, 베란다 청소를 하고. 너희들은 그 정도 일은 충분히 하겠구나. 일을 잘 하면, 내가 수프와 빵을 주마. 우리는 대답했다. ─우리는 부인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아요 부인. 우리는 부인의 수프와 빵을 먹고 싶지 않아요. 배고프지 않거든요.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왜 구걸을 하지? ─구걸하는 기분이 어떤지 그리고 사람들 반응은 어떤지 관찰하기 위해서예요. 그녀는 소리지르며 가버렸다. ─더러운 자식들 같으니라고! 건방지게시리!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사과랑 과자, 초콜릿, 동전 등을 강가 풀숲에 던져버렸다.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

Review 2012.04.17

남이섬 닭갈비

남이섬에 갈 때 제일 기대하는 코스는 뭐니머니해도 닭갈비와 막국수. 남이섬 근처 닭갈비집이 엄청 많지만 항상 가는 곳은 강가가 내려다보이는 집의 테라스 자리이다. 그런데 친구말로는 춘천에서 닭불고기와 된장찌개가 그렇게 맛있는 집이 있단다. 춘천에서 닭불고기와 된장찌개를 먹지 않는 것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며.... 어딘지 꼭 가봐야겠군

Photos 2012.04.14

총선 후 대선 전, 진보와 보수에 대하여

[1]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의 적대적 공존을 깨라" [정치경영연구소의 自由人] 김성식 "한나라당, 임계점에 도달했다" 프레시안, 2012-01-18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1.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의 적대적 공존 상태'야말로 정치가 국민의 삶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핵심 이유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 둘 간의 적대적 공존 상태란 무엇인가? 그리고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는 어떤 면에선 샴쌍둥이처럼 매우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정치를 하면서 이에 대해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기고 가르치려 하고 위선적인 모습을 가졌다는 점에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는 똑같다. 낡은 보수는 낡은 진보가 있어주면 자기 개혁을 하지 않고도 집..

Diary 2012.04.12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OOO개론'이란 전공 과목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대학교 일학년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 주인공 성민의 풋풋하면서도 찌질하고 답답한 연애방식이 내 연애방식과 많이 닮아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숨기고 상처받을까봐 말을 아끼고 내 딴에 애쓴다고 한 일이 알고보면 괜한 삽질이라든지. 그래도 서투른만큼 더 풋풋한 게 첫사랑이니까. 어쨌든 지금은 최선을 다해서, 마음을 온전히 전하는 연애를 해야지.

Review 2012.04.09

봄옷 걱정과 크렌베리빵

하루 날 잡아서 여유롭게 봄옷 정리를 하고 싶은데 날씨가 풀리려면 아직 멀은 것 같다. 4월 말 쯤 되면 더 정신없고 시간도 없을텐데 이것저것 할 일들을 떠올리니 머리가 아프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가뜩이나 멘붕의 연속인 나날을 보내는 중인데 생활적인 일로 더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지. 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우선순위부터 차근차근. 오랜만에 노원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애 숭실대 토모니베이커리에서 크렌베리빵을 사갔다.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원두커피를 끓여서 이른 저녁이라 생각하고 먹었다. 설탕도 계란도 안 들어간 빵이라는데 포근포근하고 담백하니 참 맛있었다. 요새는 이런 담백한 빵이 좋다. 맛있는 음식을 적당히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Diary 2012.04.06

서울 빵가게

확실히 밥 대신 빵으로 식사를 하면 그 날 내내 왠지 더부룩한 느낌이 든다. 또 빵을 먹고 나면 종종 어떤 기분이 여운처럼 남기도 한다. 끼니를 대충 때우려고 편의점에서 빵을 골라오거나 집 앞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정성 없이 구워진 빵을 먹고 나면 불쾌한 느낌으로 배가 부른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빵을 아무렇게나 먹어버리는 나도 아무렇게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건지. 반면에 가끔 아주아주 맛있는 빵을 먹은 날에는 그날 하루가 좀 더 특별해지는 기분도 든다. 얼마 전에 홍대 리치몬드 과자점이 롯데 엔제리너스 카페에 자리를 내주었다는데 (비록 비싼만큼 맛있질 않아서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만큼 값싼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프랜차이즈 가게들보단, 웬만하면..

Diary 2012.03.07

유럽 경제 위기 가운데 독일의 독주와 한계

'유럽의 독일' 지고, '독일의 유럽' 뜬다 [독일의 독주와 한계]①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편집자 주| 작년 11월 폴란드의 라도슬라브 시코르스키 외무장관은 "독일이 유럽을 위기에서 구할 유일한 나라"라며 "나는 독일의 파워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독일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 더 두렵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날카로운 풍자가 담긴 이 말은 독일의 위상 변화를 잘 설명한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서 유럽의 선도국으로 부상한 독일, 그 배경과 향후 과제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우리는 독일의 유럽(German Europe)이 아닌, 유럽의 독일(European Germany)을 원한다" 독일 출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토마스 만이 1953년 자신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함부르크대 학생들에게..

Diary 2012.03.03

갖고 싶은 취미

사흘 연속으로 클로리스 홍대점과 신촌점에 가서 매일 다른 종류의 홍차랑 허브티를 마셨다 허니부쉬카라멜, 얼그레이, 윈터엔젤. 다 좋았지만 특히 달콤한 향의 허브티가 취향에 맞았다. 차가 우러나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조금씩 잔에 따라서 천천히, 맛보다 향기로 포만감을 채우는 건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요새 갖고 싶은 취미가 생겼다. 바로 예쁜 찻잔과 홍차, 허브티를 종류별로 수집하는 것. 달콤한 향, 상큼한 향, 진하고 쌉싸름한 향, 그날그날 기분따라 골라서 마실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비루한 취준생은 돈이 없으니.... 취업만 하면 다 살꺼야 ㅜ.ㅜ

Diary 2012.03.01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는 법

새로 이사간 동네에 빨리 정 붙이는 방법 1. 동네에서 가장 많이 할인되는 슈퍼나 가게를 알아낸다. 2. 한밤중에도 걸어다닐 수 있을만한 산책 코스를 발견한다. 3.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떡볶이 가게를 찾아낸다. 4. 훈훈한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편의점이나 카페를 알아둔다. 이렇게 해서 나도 이 동네랑 제법 정이 들었었다. 이제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지만 ㅎ_ㅎ/

Diary 2012.02.19

테즈카오사무 특별전

Dream of ATOM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 아톰의 꿈 ICAFE 2011/12 제2회 국제만화예술축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가도 인기 만화가 방영될 시간이면 뿔뿔이 흩어져 각자네 거실 TV 앞으로 달려가 앉곤 했다. 주말 아침 방영되던 만화 프로그램 때문에 일요일 아침에는 혼자서도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 이제 만화가 방영되고 있는 채널은 망설임 없이 돌려버리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어린 시절 즐겨보았던 만화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살아간다. 악당을 통쾌하게 물리치고 세상을 평화롭게 지키던, 수많은 로봇들과 소년소녀 영웅들. 그들을 동경하며 함께 평화를 꿈꾸던 어리고 순수했던 마음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고양아람누리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과..

Review 2012.02.18

나폴레옹과자점 성북점

예전에 방배동에 있는 나폴레옹과자점에서 케이크랑 빵을 사먹은 후로 나폴레옹과자점? 거기 그저 그렇던데... 말하고 다니곤 했었다. 그러다 얼마 전 성북구에 갈 일이 생겼고, 한성대입구역 근처 나폴레옹에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성북점 매장은 생각보다 훨씬! 컸고 무엇보다 일층과 이층에 넉넉하게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먹음직스러운 여러가지 빵들이 진열되어 있는 데에선 눈이 휙휙 돌아가고 @.@ 나폴레옹의 시그니처 빵이라는 초코크림빵과 연어가 들어간 바게트류의 빵, 남자친구랑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나눠 먹을 바나나쇼콜라케이크를 샀다. 고심해서 고른 요 빵을 먹는 순간 행복지수가 파바박 올라가는 걸 느꼈다 ㅠㅠ 완전 감동감동! 따뜻하게 데펴진 계란을 포크로 톡 건드리니 노른자가 스르륵 흘..

Photos 2012.02.17

스프링

닉 태슬러 지음, 이영미 옮김. "기회를 낚아채는 충동의 힘, 스프링" 도박과 사업에서 흔히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손해를 본다."는 말로 묘사되는 상황이 이와 같다. 사람들은 땅 위로 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더 깊은 구덩이를 판다. 추락은 아주 빠르게 일어난다. 평균적 인간에게는 고도의 스트레스와 위험천만한 상황을 오래 버텨낼 배짱이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모험적인 상황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신중한 사람들이 모험 사왕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그런 상황에 빠져본 경험이 드물기 때문이다. 반응 양식을 학습하지 않았을 때 판단력은 자동 속도 유지 장치인 크루즈 컨트롤 모드로 변환된다. 두뇌는 특정 시나리오에서 침착하고 여유롭게 대처하기 위한 행동 패턴을 떠올리지 못하고 반사, 즉..

Review 2012.02.14

02/09

하루종일 거울을 피해다녔는데 결국 엘레베이터 안에서 거울 속의 나와 마주쳐버렸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핑 도는 순간. 순간의 충동에 무책임하게 몸을 내맡겨버리고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던 결과였다. 나는 왜 이토록, 나를 망가뜨려야만 했었나.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쓸데없는 후회에만 에너지를 낭비하는 건 더 미련해지는 짓이다. 과거의 내가 끔찍하게 혐오스럽더라도 그런 모습들과 지난 행동의 결과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었으니까 라는 데에서 조금은 위로를 얻어본다. 많이 미끄러져 버렸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한 곳에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발을 내딛는 데에 집중하자

Diary 2012.02.09

영혼 없는 작가

내 눈길을 강하게 끈 것은 유럽 사람들의 몸은 항상 어떤 시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손가락과 심지어는 등짝까지도 항상 어떤 시선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몸에 항상 시선을 다시 되돌려 줄 의무가 있었다. 그 것뿐만이 아니다. 눈도 이에 대하여 반응을 보여 줄 의무가 있다. 부정적으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용서가 되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이 과제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되면 나는 전차나 버스에서 눈을 감아야만 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시선을 던지지 않아 길거리에서 공격적인 말을 듣게 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나는 모든 사람을 눈으로만 인지하고 싶지는 않다. 더군다나 모든 형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고 싶은 마음은 ..

Review 2012.02.08

서울역 에릭 케제르(ERIC KAYSER)

사르코지 대통령이 매일 아침 먹는다던 에릭 케제르 빵! 마침 서울역에 갈 일이 생겼는데, KTX 역사 안에 에릭 케제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위치는 지상 서울역 2층과 3층, 두 곳 모두 빈스앤베리스 카페 안. 매장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빵 종류는 몇 가지 없었다. 혹시나 해서 두 곳 다 가봤지만 파는 빵들은 똑같았음 ㅜㅜ 아무튼 2층이랑 3층 합쳐서 거의 만원 정도 빵을 지르고 시식 고고 브리오슈랑 초코크로와상 가격은 각각 2000원대였던듯 @.@ 블로그 후기들을 보고 아주아주 기대했으나 그렇게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았다. 특히 가격에 비해선ㅠㅠ 개인적으로 크로아상보단 브리오슈가 좋았다 브리오슈는 많이 달지 않으면서 반죽이 부드러워서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지만 ......비쌈 ㅠ.ㅠ 파이, 슈게트, 쁘..

Photos 2012.02.07

우천염천

그리하여 우리는 예상 외로 나흘째 되는 밤을 캅소카리비아의 스키테에서 보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곳은 우리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살벌하고 까다로운 수도원이었다. 이처럼 여행을 하다 보면 모든 일이 예정대로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고향을 떠나 타향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장소 ― 그것이 바로 타향이다. 그러기에 모든 일은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자면 모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제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것, 이상한 것, 기막힌 것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 하루키 여행에세이, '거센 비 내리고 뜨거운 해 뜨고' 중에서 이 이..

Review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