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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중에서

니체에게 망각은 하나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수만 개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마치 자기 안에 카오스를 만드는 것과 같다. 카오스란 길의 사라짐이 아니라 길의 과잉이다. 그것은 한 개의 시각이 갖는 특권을 제거하는 대신 수만 개의 시각이 가능함을 보이는 것이다. 니체는 자신이 질병과 치유를 반복함으로써 무엇보다도 '하나의 시각[퍼스펙티브]만을 갖는 맹목성에서 벗어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니체는 이 과정을 '수많은 대립적 사유 방법에 길을 내주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과정이 진행되면 그 동안 자연스러움을 판단했던 지배적 정서는 다른 정서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니체는 독특한 방식으로 자연스러움이나 올바름의 기준들을 공격해서 지배적 정서의 특권을 사라지게 만든다. 특권이 사라지면 수많은 정..

Review 2011.10.20

홍대 토니스그릭

홍대에 있는 '토니스 그릭'이라는 그리스 레스토랑에 다녀왔다. 파란 간판과 이국적인 느낌의 외관이 예전부터 시선을 끌었고 그리스 음식점이란걸 알고선 낯선 음식에 대한 도전정신 상승! 블로거들의 칭찬일색 포스팅에 기대도 급상승! *.*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도 비추고 서비스도 별로였다. 일단 가격도 비쌌고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메뉴의 가격에 10%를 더해 계산해야 한다는) 서비스도 최악이었다. 자리가 없어서 연락처를 남기고 한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길래 레스토랑에 전화했더니, 전화를 했지만 내가 받질 않았단다. 얼른 들어가려고 핸드폰 꼭 붙들고 다녔는데 뭔 소리 -.- 카톡은 잘만 됐으니 폰이 고장났을 리도 없고. 보니까 폰 번호도 제대로 남겼었고. 뭐 실수는 할 수 있다고 쳐도..

Photos 2011.10.05

오늘의 프랑스 미술

추석 연휴동안 전시관을 무료로 개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초국가적이고 초이념적이며 전통과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작품들에게 '현대적'이라는 수식이 붙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늘의 프랑스 예술' 혹은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 같은 전시장에서 아주 이국적이고 생경한 자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단지 몇 분간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으로 현대의 프랑스라는 공간을 서너 개의 전시실에서라도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설렘을 덜어낼 수는 없었다. (오늘의 프랑스 현대미술전 작가 인터뷰영상) 국립현대미술관은 7월 26일부터 10월 16일까지 과천본관에서 전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세계 미술의 동향을 알리는 기획 전시 시리즈의 일환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20..

Review 2011.09.16

110909

이번 여름은 유난히 습했다. 게다가 내가 자취하는 곳은 창문 한 개짜리 고시원 한 칸 방인지라 빨랫감을 오래 놔두면 종종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는. 그런데 언젠가부터 조그만 점 같은 것들이 방 한쪽 구석이나 거울 뒤쪽 같은 데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냥 먼지이거나 밖에서 묻혀온 이물질인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보니 이것들이 움직이는 거였다. 헐. 그치만 바퀴벌레나 곱등이같이 징그러운 벌레도 아니고 하도 쪼끄만 놈들이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난주 금요일 대량 서식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알고보니 방 문이 문제였다. 처음 고시원에 살기 시작했을 땐 빨래를 한 뒤에 항상 옥상에다 널어 말렸는데 점점 옥상까지 올라가는 게 귀찮아져서 그냥 옷걸이에 빨랫감을 주렁주렁 널어서, 문고리에 매달아놓고 말리곤 했다. ..

Diary 2011.09.09

110902

어제는 하루 종일 안 좋은 일이 줄줄이 일어났다. 사건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실타래처처럼 뒤엉켜서 오늘 아침까지도 문뜩문뜩 생각이 나서 마음을 산란하게 했다. 머릿 속에 얽혀져있는 나쁜 기억들을 산발적으로 떠올리면서 정신을 갉아먹게 할 바에야 아예, 어제 일어난 아주 사소한 안 좋은 일들까지 아예 리스트로 분명하게 정리해서 덤덤히 받아들이려고 벌떡 일어나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어제 일어난 일들 하나. 첫학기 첫수업에서 재수강의 징조를 느낌 둘. 디카를 잃어버림 셋. 갑자기 생리가 시작돼서 바지에 묻은 얼룩 넷. 자취방 문을 열던 중에 열쇠가 부러짐 그리고 지금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하나. 디카를 다시 사고 몇 달 간 거지로 살기 둘. 열쇠 복사해오기 셋. 쉬운 재무관리책 사고 수업 복습하기 내가..

Diary 2011.09.02

110829

인정하긴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고스란히 내 탓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빨대를 입에 물고 가던 중에 하품이 나서 빨대를 길에 떨어트리게 되는 순간이라든가 쓸데없는 빨대이야기 하나 더 우유든 콜라든 맨입으로 마시기보다는 스트로우로 쪽쪽 빨아먹는 편이 왠지 더 맛있고 재밌다 심지어 빨대에 대한 로망같은 것도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어린이 메뉴를 시키면 종종 음료수에 꽂혀 나오곤 하는 꼬불꼬불한 플라스틱 빨대 그런 거 몇 개가 선반 위 수저통에 꽂혀있는 깔끔하고 귀여운 부엌을 가지고 사는 상상이라든가

Diary 2011.08.29

브레댄코 퀘사디아&바나나빵

5호선 광화문역에서 8번 출구 방면으로 나가다보면 역사 안에 브레댄코 광화문점이 있다 브레댄코 광화문점은 샌드위치나 피자 등의 메뉴를 파는 레스토랑 컨셉인 브레댄코 키친이 주가 되는 공간이다 베이커리만 이용할 생각이었던 나로선 빵 종류가 별로 없어서 실망함ㅠㅠ 맛도 서비스도 내방 직영점이 좀 더 갠춘한 듯하다 평일이라 그런지 한적해서 오래오래 있을 순 있었지만 오늘의 초이슨 바나나빵이랑 퀘사디아 퀘사디안 얇은 또띠아빵 안에 매콤달콤한 토마토소스, 피클과 양파가 들어있다 갠적으로 두터운 도우(밀가루맛만 나니깐...)를 싫어하는터라 피자빵보단 요런 퀘사디아나 또띠아가 더 맛난당 달달한 바나나맛크림이 들어있던 바나나빵은 마치 왕바나나킥을 먹는 기분이어씀 ㅋㅋㅋ

Photos 2011.08.29

110828

오후에 집에 오는 동안 장재인의 '그 곳'을 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네게 갈 때 그 설레임과 작은 불안 날 기다리던 네게 갈 때 그 두근거림과 작은 희망 머릿속에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부분의 가사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저녁을 먹고 자기 전까지는,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를 읽었다. 정이현씨 소설은 단편이 더 좋긴 하다마는 역시 가장 즉각적으로 마음을 위로하고 구원해주는 것에는 통속적인 감동만한 것이 없다. 아무튼 간만에 꽉 채워진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Diary 2011.08.29

뉴뉴

요새 공부한답시고 맨날 영어 라디오방송만 듣고 다녔는데 얼마 전 그을린 사랑을 보고 너무 좋아서 찾아본 ost곡이 라디오헤드의 'You and Whose Army'였다. 노래가 수록되어있는 앨범을 쭉 들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명곡 ㅜㅜb 오래 갈증을 참다가 물을 마시면 몸 구석구석에서 수분을 흡수하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오랜만에 좋아하는 장르의 노래를 들으니까 멜로디 전부가, 노래 중간중간의 여백까지 쭉쭉 몸으로 흡수되는 기분이었다 역시 사람은 음악을 들으면서 살아야해

Playlist 2011.08.27

야쿤토스트

달달한 카야잼 + 짭쪼롬하고 고소한 버터 + 바삭한 토스트 야쿤토스트의 맛은 한번 먹으면 잊을 수 없다 ㅠㅠ 헝헝 강남역과 광화문역에 가게가 있다. 역삼역에도 있다는데 가본적이 업슴 원래 야쿤토스트의 간판 메뉴는 야쿤카야토스트랑 (싱가폴에서 공수한 토스트용 식빵을 그릴에 바삭하게 구워 반으로 자른 뒤 버터를 썰어 넣고 달콤한 카야잼을 듬뿍 바른 것) 버터슈가토스트지만 (구운 식빵 사이에 슬라이스 버터를 넣고 카야잼 대신 브라운슈가를 넣어서 달지 않고 고소한 맛) 버터를 좋아하지 않는 남친 땜에 버터 대신 슬라이스치즈가 들어가는 치즈토스트랑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했다. 요게 프렌치토스트 야쿤토스트빵에 계란물을 입혀서 부드럽게 구워낸 토스트에 달콤한 카야잼을 발라 먹는 것 이가 약한 남친이 부드럽다고 좋아했다 ..

Photos 2011.08.25

그을린 사랑

오늘 아침에도 학교에 오는 동안 라디오를 들었다. 월드뉴스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리비아의 상황이 생생하게 담긴 오디오를 틀어주었다. 총소리가 들리고, 급하게 뛰어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나 고함 소리들이 들렸다. 학교에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고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느긋한 아침에 지구 어느 곳에서는 피가 튀기고 고성이 오가는 끔찍한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걸 아침 저녁으로 짤막하게 접하는 몇 분의 뉴스만으로 실감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오늘 라디오로 전해들은 총소리는 평소와는 달리 유난히 오랫동안 온 몸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아마도, 어제 본 영화의 여운이 마음에 남아있던 탓이다. 어제 저녁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개봉한지는 좀 되었지만 관객 반응이 좋아서 오래 상영하고 있는 듯했다...

Review 2011.08.25

삼청동 걷기

한땐 혼자서 돌아다니기가 취미였는데 지금은 철이 들어서(아님 체력이 딸려서) 그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진 않는다. 얌전히 학교만 다니다가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에 드디어 역마살이 도진 듯하다. 일부러 아무런 약속 없이 일요일 오전 시간을 비워두고 책을 몇 권 챙겨서, 혼자 삼청동에 갔다. 하늘도 맑고 햇살도 따뜻하고 예쁘고 멋스런 건물과 거리와 풍경들을 보면서 걸으니까 광합성이라도 하는 것처럼 에너지가 쭉쭉 충전되었다. 삼청동에서만 볼 수 있는 요런 카페들 2층짜리 카페는 편안히 오래 머무를 수 있어서 좋다. 여기 2층으로 올라가면, 다락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들 것 같아 뛰어오면 3초! 라고 쓰여진 카페 간판 '뛰어오면'이라는 정직한 문장이 귀여워서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마당이 있어서 소박한 집같..

Photos 2011.08.23

파리바게트 피자랑 샐러드

오랜만에 아무런 약속 없이 느긋하게 보낸 일요일 오전부터 삼청동에 가서 브런치를 먹었다 파리바게트 삼청점 파리바게뜨 카페 포카챠피자랑 치킨샐러드 피자빵 위에 사각거리는 샐러드를 얹어서 사각사각 소리내며 씹어먹고 삼청동 골목길을 요리조리 돌아다녔다 유난히 날씨도 너무 좋았던 이 날 햇살에 따뜻하게 몸을 덥히면서 마음까지 뽀송뽀송해졌다 걷기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삼청동 골목길!

Photos 2011.08.22

야밤에 홍대 돌아다니기

홍대에서 제일 좋아했던 칵테일바 안녕바다가 없어졌다 안녕바다, 안녕노을, 주성치 이런 주옥같은 칵테일들을 먹을 수 없게 되다니 ㅠㅠ 어슬렁어슬렁 홍대 주변을 걸으면서 대신 가보고픈 술집 몇 개를 눈여겨보고 다녔다 역시 홍대는 합정역 근처가 더 놀만하지 홍대입구 근처 안녕바다를 몰아낸 자리엔 호바 지점이 생겼다. 호빠인지 호바인지 용서할수없어 ㅜㅜ

Photos 2011.08.22

강남역 타누키돈부리

난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오밀조밀한 벤또를 좋아하지만 남친은 밥이 많고 푸짐한 돈부리를 좋아한다 암튼 그래서 강남역에 갈 때마다 타누키돈부리로 고고씽! 내가 주문한 건 돈까스 대신 닭고기튀김이 들어있는 가라아게가츠동 역시 난 돼지보단 닭이 좋닥 글고 요건 등심돈까스랑 새우튀김이 들어간 가츠동 하지만 갠적으로 왠지 튀김옷이 바삭바삭하지 않은 돈까스는 끌리지 않아서... 참고로 내 입맛엔 지금까지 타누키돈부리에서 맛본 것 중에 토실토실 살오른 커다란 새우튀김이 들어있는 가끼아게동이 젤 맛있었다 양파도 푸짐하게 들어있는 맛난 돈부리 *.*

Photos 2011.08.22

카푸치노쉐이키

친구를 기다리면서 홀로 던킨에서 시켜먹은 카푸치노 쉐이키 이름도 컴홀더두 기요미 나같은 소비자를 유혹하는 제품이군 역시 더운날엔 아이스커피! 아메리카노는 너무 쓰고 라떼는 부담된다면 카푸치노가 진리다 부드러운 우유거품과 진하고 달콤한 시나몬향 저지방라떼가 메뉴에 없는 던킨매장에선 앞으로 카푸치노 쉐키를 시켜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추천곡은 반반프로젝트의 아이스커피 토모사카리에의 cappuccino

Photos 2011.08.19

만화 캐릭터, 미술과 만나다

가끔 일상에 소소한 변화가 필요할 때면 쇼핑을 가거나 영화를 보러갈 수도 있겠지만 서울 곳곳의 무료 전시나 무료 공연을 보면서 감성을 충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지난주 친구랑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 다녀왔다. 9월 18일까지 이어지는 '만화 캐릭터, 미술과 만나다'전에서는 낯익은 혹은 낯설지만 귀여운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를 보러 다니는 취미가 없는 친구랑 가기에도 부담 없고 재미있는 전시였다. 대중소비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만화적 캐릭터를 작품의 소재로 차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감성을 담은 변용과정을 통해 그 의미를 재맥락화한 젊은 작가 11명의 작품 54점이 선보인다. Ⅰ. 세상을 되돌아보다 만화적 캐릭터의 재창조 과정을 통해, 원전이 가졌던 의미에 ..

Review 201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