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127

에그타르트와 단호박타르트

삼청동 정독도서관을 지나서 안국역 방향 골목길로 쭉 들어가다보면 찾을 수 있는 노란 자전거가 문 앞에 놓여있는 앤드류스 타르트 가게 에그타르트, 고구마타르트, 단호박타르트는 2200원 애플시나몬타르트는 2700원 친구들은 에그타르트를 이미 에그타르트에 질린 난 단호박타르트를 먹었다 바삭하고 달달한 페스츄리 속에는 따끈하고 부드러운 단호박이 채워져있다 맛있긴 했다만 너무 비쌌다. 쪼그만 주제에

Photos 2011.08.07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2

초등학교 사학년 땐가 처음 해리포터를 읽던 날 책이 너무 재밌던 나머지 학습지 선생님이 수업하러 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척하고는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어버렸었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주문 한 마디면 지팡이 끝에서 빛나는 마법이 일어나는 해리포터 속의 세상이 얼마나 황홀하고 부러웠는지. 하지만 해리포터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점점 변하고 성장해가면서 나도 어느덧 십대에서 벗어났고 언제부턴가 해리포터 시리즈는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어제 남자친구랑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보러 가게 됐다. 호그와트 입학생으로부터 이제 완전히 어른이 되어버린 해리포터 그리고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 된 나. 같은 시대에 십대라는 시기를 함께 가로지른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다 커버린 서로를 마주..

Review 2011.08.04

오마르 갈리아니

8월 말까지 서울대미술관 MOA에서는 서울의 혼이라는 전시로 오마르 갈리아니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성주의'라는 설명에서 짐작되었던 대로 전시된 그림들은 모두 흑백이었고 간혹 붉은 색으로 캔버스를 칠하거나 가느다란 선을 그려넣고 있었다. 흑백으로 그림 속에 그려져있는 것은 인체의 뼈, 치아나 우주 이미지 등 영원함과 불변함, 무정(無情)함과 같은 속성을 지니는 것들이다. 그 불가해성 및 숭고성은 연필이나 목탄, 흑연 등의 소재로 표현되어 웅장하고 장엄하면서도 또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들과 캔버스 속에 함께 그려지는 것은 뜻밖에도 소녀나 장미의 이미지이다. 보통 아름다우면서도 갸날프고 순간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소재들은, 그러나 익숙하게 이해되는 '상처받기 쉬움'이나 '연약함' 등의 의미..

Review 2011.08.04

이미지의 수사학

전은 다변화되어가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미지의 존재 방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찰해봄으로써 한국 미술의 발전적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우리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한국 미술을 선도하고 있는 중진 작가 14인의 작품에 집중하여, 이들이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사회적 의미를 생산하도록 하는 시각적 수사학을 심도 있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전시 구성에 있어서는 보는 즉시 즉각적으로 인지 가능한 구상적 이미지로 구현된 작품으로 범위를 한정하여 14인의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한 이러한 소통을 위하여 취하고 있는 표현 방식은 무엇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

Review 2011.07.30

따띠아모 아이스크림

제작년인가는 한동안 요거트아이스크림에 꽂혀 있었다 온갖 종류의 체인점을 돌아다니면서 먹어본 요거트 아이스크림들 중에 제일 맛있엇던 곳은 뭐니뭐니해도 낙성대 4번출구에 있는 펠리치타! 하지만 낙성대와 녹두거리는 뭔가 오묘하게 가기 힘들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랑 띠아모에서 만나서 오랜만에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친구랑 얘기하는 동안 다 녹아서 반도 먹지 못했지만 아이스크림만큼은 혼자 먹는게 제일 맛이썽

Photos 2011.07.30

삼청동 달1887

파스타가 먹고싶다고 찡찡대서 찾아간 삼청동에 있는 레스토랑 dal 1887 로마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과 이름이 똑같은 곳 치킨토마토파스타랑 까르보나라를 주문하고 얼른 사진을 몇장 찍고 먹는 데 집중했다 내 입맛엔 크림보다 토마토파스타가 더 진하고 맛있었다. 크림소스는 느끼함이 덜한 대신 좀 묽고 심심한 맛이어씀 열 개 남짓한 테이블이 놓여있는 레스토랑 안이 조용해서 좋았던 곳이다

Photos 2011.07.29

레오노라 캐링턴

2002년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에서 있었던 ‘초현실주의 혁명 La Revollution Surrealiste’전은 미술관 전관에 걸쳐 60여명 작가들의 작품 600여점을 망라한 초대형 회고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 여성작가들의 작품은 10여점에 불과했다. 당대에 함께 활동했던 대략 21명의 여성작가들 중 레오노라 피니, 자클린 람바, 메레 오펜하임, 도라 마르, 레메디오스 바로 등 몇몇 작가의 작품 한두점씩이 전부였다. 위대한 여성 작가들은 다만 뮤즈로, 혹은 연인으로 비공식적인 스냅사진에나 존재할 뿐이었다. Leonora Carrington, The inn of the dawn horse (self-portrait), 1937 역사 뒤에 가려진 수많은 '그녀'들 중에 레오노라 캐링턴Leonor..

Review 2011.07.29

낭풍 김치찌개

신촌에 갔다가 친구가 단골이라는 김치찌개식당에 갔다 양이 정말 많다고 나한테 칭찬해왔던 신촌 낭풍 김치찌개 구석진 데 있어서 잘 모르고 찾아가면 헤매기 쉬울 듯하다 정말 이따시만한 돼지고기가 큼직하게 들어있어서 가위로 조각조각 잘라주고 고기가 푹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김치랑 같이 건져 밥에다 쓱쓱 비벼먹었다 장점은 맵지 않고 고기가 엄청 많았다는 것 단점은 맵지 않아서 얼큰한 맛을 좋아한다면 별루라는 거 김치찌개의 얼큰하고 개운한 맛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냥 그랬지만 고기매니아라면 취향에 잘 맞을 듯하다 술안주로도 좋을 것 같음 암튼 역시 한국사람은 밥을 먹어야햇

Photos 2011.07.27

사소한 분노

고시원에 살면서 복도 끝에 놓여있는 공용 냉장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며칠 전에 사둔 바나나를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더니 내 바나나 두 개가 온데간데 없었다.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누군가 친절하게 버려줬나보다. 일부러 좀 오래되서 말캉해진 바나나를 먹고 싶었는데. 평소에 밥을 사먹기 때문에 냉장고 한 칸도 안 쓰고 사는 나로선 왠지 더 억울하다 지들은 온갖 반찬통에 괴상한 비닐봉지들을 가득가득 쳐넣고 살면서 백원이라도 아끼려고 일부러 삼각김밥이나 먹고다니고 커피우유도 서울우유만 먹는 자취생에겐 육백원짜리라도 누군가 허락도 없이 갖다버렸다는 것은 분노까지 치미는 일이다 게다가 나는 먹는 것에 특히 민감하단 말이닷 '남의 음식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라고 쓴 포스트잇을 냉장고에 붙이고 (밑에 '- ..

Diary 2011.07.22

코엑스는 평일에 가야 제 맛

경영학과 수업을 꾸역꾸역 듣느라 누적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계절학기 수업이야 원래 빡세다지만 그래도 매주 퀴즈랑 리폿이라니 ㅜㅜ 4학년의 여름학기는 원래 가혹한 것인가 근데 오늘 왠일로 선생님이 (리폿이랑 기말고사 준비하라고) 수업을 한 시간이나 일찍 끝냈다 도서관으로 가서 비현실적인 시험 범위를 공부하고 허벅지를 찌르며 리폿을 써야한다는 생각에 망...설이기는 개뿔 바로 코엑스로 고고씽해서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고 왓다 푸드코트에서 새로운 걸 먹어보는 것이야말로 내 삶의 소소한 활력소이기에 오늘 도전했던 거는 1) 튀김가루를 잔뜩 뿌린 아오키우동 묵곤약 2) 현대백화점 베이커리에서 발견한 명란을 뿌린 치즈난. 이건 실패 3) 쫀득쫀득한 아몬드맛 터키아이스크림.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역시 부드러워야 제..

Diary 2011.07.21

청춘으로서 한마디

어제 읽다가 잠든 1Q84에서 "따뜻한 아침식사로 몸과 마음을 덥히며 하루를 시작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투의 문장이 인상깊게 남아서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브로콜리 치즈스프를 끓여 먹었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느낀 것은 역시 하루키는 위대한 작가이고, 1Q84는 대단한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는 찰스주르당 구두나 준코시마다 정장을 갖춰입은 주인공이 얼마나 섬세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갖춘 것인가하는 하루키의 브랜드 카탈로그같은 형용구들에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 속에서 종종 전해지는, 자본주의적으로 잘 포장된 미적 감성은 현실 속에서 그다지 반짝거리지 못하는 '행인1' 같은 우리에게 잠시의 달콤한 위로 이상이 되지 못한다 드라마 속 재벌가 아들에게 사랑받는 여주인공에 대한 ..

Diary 2011.06.28

0610pm-0611am

너는 나를 하나의 구멍으로 치환시켰다 나는 역겨움을 꾹 참고 입을 벌렸다 입 안은 바싹 말랐고 마찰로 뜨거워졌다 비린내나는 덥고 끈적끈적한 공기가 얼굴과 온몸에 달라붙었지만 짜증을 낼 수도 소리쳐 울수도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단지 구멍이었기 때문에 질척거리는 것을 뱉어낸후에 우리는 악몽에서 깨어났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주보고 웃었다. 그렇게 토요일의 아침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사과주스랑 샌드위치로 주말다운 아침식사를 했고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꼼꼼히 비누칠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무언가 씻겨내지지 않는 미끈미끈하고 불쾌한 것이 남았다 머릿속의 기억은 잘 밀봉되었지만 몸의 기억은 도대체 어쩔 수가 없어서.

Diary 2011.06.11

0527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던 초저녁쯤의 시간에 멍하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입 안에는 방금 사먹은 딸기맛 아이스크림의 여운이 맴돌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기는커녕 미지근하고 기분 나쁜 뒷맛만 남기고 금방 입안으로 녹아들어가 버렸다. 내 얘기를 아무에게도 털어놓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위로받고 싶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뜨면 전혀 낯선 어떤 곳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해변 같은 곳에 서있게 되는 상상을 하면서 별 의미가 없었던 하루가 조용히 저물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Diary 2011.05.27

명심하기: 양보단 질

무려 이주일 동안 고민하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심사숙고해서 인터넷으로 구매했던 청바지와 구두를 반품했다. 이번에 구두랑 바지를 반품하면서 분명하게 느낀 건 첫째, 옷과 구두와 가방은 반드시 직접 눈으로 보고 입어보고 사자는 것 둘째, 싸고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거다. 역시 양보단 질이라는 걸 요번에 확실히 되새겼으니 그런 의미에서 내 한정된 시간들을 양질의 시간으로 꽉꽉 채울 수 있도록! 인터넷쇼핑 끊고 공부나 해야지

Diary 2011.05.24

한스 홀바인, <대사들> 속의 두개골에 대하여

한스 홀바인, , 1533 우리의 망막에 다가온 빛의 경험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세계에 대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서술들에 따라 인지된다. 즉 내가 볼 때, 내가 보는 것은 단순히 빛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이다. 인간의 시각은 사회화되어 있다. 주체와 세계 사이에는, 문화적 구성물인 시각성을 위한 담론들의 총합으로서의 스크린이 서있다. 말하자면 망막과 세계 사이에는 기호들의 스크린, 즉 사회적인 활동의 장을 이루는 시각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로 구성된 스크린이 삽입되어 있다. 내가 사회적으로 보는 것을 배울 때, 즉 내가 나의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내게 주어진 인식 코드들을 가지고 나의 망막의 경험을 규명할 때, 나는 (내가 보기 이전에 세계를 보았고 내가 더 이상 보지 않는 이후에도 여전히 보..

Review 2011.04.27

비오는 오후 도서관에서의 이야기

1 비가 오는 날에는 왠지 바삭바삭 튀긴 튀김이나 지글지글 기름에 부친 전, 특히 그 바삭한 갈색 가장자리 같은게 땡긴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바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소리가 후라이팬에 기름이 지글지글 타는 소리랑 비슷해서 부침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듯한 얘기였지만 왠지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 전이나 부침개보다는 튀김이 훨씬 생각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비오는 날의 눅눅해진 공기에 몸도 기분도 눅눅해지면서 그것과 상반된 바삭한 촉감이 그리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오늘 저녁엔 꼭 깻잎튀김이랑 고추튀김을 먹어야지 2 중간고사는 어제 다 끝났지만 다음주까지 논문도 써야되고 과제도 줄기차게 이어지는 마당이라 그냥 도서관에 왔다. 시험기간에도 안 끼던..

Diary 2011.04.22

RE: 볼륨을 높여요 4월 16일의 인트로

지금 눈에 보이는 것 지금 귀에 들리는 것 맡고 있는 냄새나 피부로 느껴지는 것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을 뿐 생각이란 형태로 머릿속을 흐릅니다 그러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죠 구름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말이에요 흐릿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그것은 분명 내가 가지고도 갖지 못한 셈입니다 단순히 종이 위에만 옮겨 놓아도 한편의 일기 한장의 편지 하나의 사건으로 온전한 내것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죠 맞아요 강짱 그게 이 소소한 블로그가 소중한 이유에요

Diary 201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