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밥 대신 빵으로 식사를 하면
그 날 내내 왠지 더부룩한 느낌이 든다.
또
빵을 먹고 나면
종종 어떤 기분이 여운처럼 남기도 한다.
끼니를 대충 때우려고 편의점에서 빵을 골라오거나
집 앞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정성 없이 구워진 빵을 먹고 나면
불쾌한 느낌으로 배가 부른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빵을
아무렇게나 먹어버리는 나도
아무렇게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건지.
반면에 가끔
아주아주 맛있는 빵을 먹은 날에는
그날 하루가 좀 더 특별해지는 기분도 든다.
얼마 전에
홍대 리치몬드 과자점이
롯데 엔제리너스 카페에 자리를 내주었다는데
(비록 비싼만큼 맛있질 않아서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쉽게 찾아갈 수 있고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만큼
값싼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프랜차이즈 가게들보단, 웬만하면
소박하지만 오래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는
빵가게들을
더 자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몸과 내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런 의미에서
본격, 서울의 빵가게 추천
하나. 마인츠돔 과자점.
분점이 많은 편이라 맛없는 매장들도 있다. 예전 동네였던 하계역 근처 마인츠돔은 꽤 괜찮았다. 오전 늦게 갓 나오는 따끈한 크림치즈모찌빵을 먹는 게 낙이었다. 수플레나 치즈케익 등 치즈가 들어간 빵들이 특히 맛있다. 크림치즈가 아낌없이 들어가는 듯. 호두파이도 자주 사먹었다. 팥은 달콤하고 부드럽고 파이는 겹겹이 촉촉하다.
둘. 김영모 과자점.
대한민국 제과명장이 만드는 위엄 있는 빵들. 유명하다고 손꼽히는 빵들이 몇 개 있지만 먹어보진 못했고 그냥 취향대로 골라서 사왔었다. 피자빵은 별로였다. 길다란 호두크림빵이 굉장히 굉장히 맛있었다. 보통 크림빵은 느끼하기도 하고 크림 특유의 냄새에 거부감이 든다. 근데 김영모 과자점 호두크림빵은 느끼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맛있었다.
셋. 나폴레옹 과자점.
방배점에 갔다가 평범한 맛과 불친절한 점원 때문에 다시 갈 일 없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성북점에 다녀와서 생각이 바뀌었다. 나폴레옹 과자점 '성북점' 짱이에용b. 빵 종류가 정말 많은데 특히 식사대용으로 든든할만한 야채포카챠나 바게트 등 피자빵, 야채빵류가 맛있다. 케이크는 너무 달았다. 시그니처라는 초코크림빵은 초코크림이 듬뿍 들어있었지만 그닥 감흥은 없었다. 내가 크림빵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
넷. 달로 와요.
여긴 피자바게트가 정말 유명하다. 크지도 않은 게 4200원이나 하지마는 확실히 맛있다. 다양한 메뉴들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그치만 비싼 값을 톡톡히 한다. 갠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건 600원짜리 타피오카 미니빵.
다섯. 브레댄코.
프랜차이즈지만 아직 그리 흔하지 않다. 지금껏 중계점, 코엑스점, 사당점, 신도림점, 서울대입구점, 내방점, 광화문점에 가봤다. 내방점이랑 중계점이 좋았고 나머진 그저 그랬다. 테이블이 많은 큰 직영점 매장 것이 맛있고 지하철이나 그냥 테이블 없이 운영하는 작은 지점은 맛이 별로다. 체인점이라 앞서 소개한 빵집들보다 가격대가 저렴하다. 미니번, 미니고로케, 미니앙팡 등 조그만 빵들이 유명하다. 다양한 맛으로 배를 채울 수 있어서 좋다. 갠적으로 피자류 빵을 자주 주문하는데 먹고 가겠다고 하면 카운터에서 따뜻하게 데워준다. 치킨텐더랩은 속이 알차고 여러 종류의 포카치아에는 토핑이 그득히 얹어져서 나온다. 토핑이 얇고 바삭한 피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 갈릭피자랑 풍기피자를 추천하고프다. 갈릭토마토끼쉬도 넘 맛있다. 마늘이 듬뿍 들어간 타르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섯. 오븐과 주전자.
오늘 이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빵집. 찾아가기가 좀 힘들다. 소위 '동네 빵집'을 추구하는 데라서 그렇단다. 그래서인지 구불구불한 골목 안에 있는 빵가게가 더 정감이 간다. 동네 빵집이라선지 가격도 착하다. 치아바타나 베이직한 곡물빵 종류가 특히 맛있다. 올리브치아바타를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아무 양념도 토핑도 들어있지 않은 빵에는 사실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자극적인 데 길들여져 있던 입맛에도 '착하게' 만들어진 듯한 이 곳 빵은 금방 입에 착 감겼다. 반죽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는지 식감이 부드럽다. 담백하고 고소한 빵 맛이 기분 좋게 배를 부르게 한다. 우유보다는 녹차나 홍차와 더 잘 어울리는 빵들이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옷 걱정과 크렌베리빵 (0) | 2012.04.06 |
---|---|
영단어 어원 검색 (0) | 2012.04.03 |
유럽 경제 위기 가운데 독일의 독주와 한계 (0) | 2012.03.03 |
갖고 싶은 취미 (0) | 2012.03.01 |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는 법 (0) | 2012.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