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of ATOM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 아톰의 꿈
ICAFE 2011/12
제2회 국제만화예술축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가도
인기 만화가 방영될 시간이면 뿔뿔이 흩어져 각자네 거실 TV 앞으로 달려가 앉곤 했다.
주말 아침 방영되던 만화 프로그램 때문에 일요일 아침에는 혼자서도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
이제 만화가 방영되고 있는 채널은 망설임 없이 돌려버리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어린 시절 즐겨보았던 만화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살아간다.
악당을 통쾌하게 물리치고 세상을 평화롭게 지키던, 수많은 로봇들과 소년소녀 영웅들.
그들을 동경하며 함께 평화를 꿈꾸던 어리고 순수했던 마음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고양아람누리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 아톰의 꿈>과 <제2회 국제만화예술축제>는
그런 추억을 떠올리며 가벼운 기분으로 찾아갈만한 전시이다.
하지만 전시장을 나설 때는 예상치 못하게 묵직해진 마음을 안고 돌아오게 될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상상했던 어른으로서의 내 모습은, 지금의 나와 과연 얼마나 다른 모습이었는지
새삼 곱씹어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테즈카 오사무_정글대제(1950-54)
테즈카 오사무_철완 아톰(1952-68)
아람미술관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에서는 ‘철완 아톰’ 외에도 다양한 만화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일본 최초의 TV 컬러 애니메이션이었던 ‘정글대제’,
양성적인 면을 지닌 소녀 히어로가 등장한 ‘리본의 기사’,
의사 주인공을 통해 생명 연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담은 만화 ‘블랙잭’ 등
테즈카 오사무의 여러가지 걸작이 애니메이션과 원화, 포스터 등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캐릭터도 보고 스토리도 읽는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테즈카 오사무_불새, 리본의 기사(1967)
테즈카 오사무_키리히토찬가, 도로로
전시를 보면서 무엇보다 감탄스러웠던 것은
그 만화들 일련에 흐르고 있는 테즈카 오사무의 강한 인간애적인 메시지였다.
인간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톰을 통해 인간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히틀러가 유대인이었다면 하는 가정이나
악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하는 만화들을 통해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들려준다.
만화라는 매체가 결코 가볍게만 소비되는 오락거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와서
마음 깊숙한 곳에 어떤 깨달음을 전달하는 예술임을
테즈카 오사무는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에서 느낀 재미와 감동을 간직한 채로
그 옆 갤러리누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제2회 국제만화예술축제 전시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제만화예술축제(ICAFE)에서 선정된
주목할 만한 팝아트 작품들과 좋은 만화 작품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으니
이 전시도 놓치지 않기를 권한다.
오노 준이치_Spring Voice(2011)
아키야마 타카시_WILD LIFE-HELP(1984)
오노 준이치_Very Big Woman(1999)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아키야마 타카시의 포스터들이 모여 있는 특별관에서는
유쾌한 시각적 메시지를 전해 받을 수 있었다.
한편 다양한 만화와 현대미술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 일반관에서는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가와 작품을 고르며 돌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기획관에서는 만화 ‘장길산’으로 유명한 백성민의 그림들,
애니메이터 타무라 시게루가 발표해 온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애니메이션들,
소년 소녀의 소소한 이야기와 꿈을 그려낸 수채화 같은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이 전시되고 있다.
마냥 가볍고 유쾌한 기분만으로 둘러보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관람을 마치고 전시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어린 아이에서 벗어나 철든 어른이 되기 위해서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길들여져왔다.
나의 안위와 이익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곧 철든 어른이 되는 방법이라는 데 동의해 버린 채로.
하지만 만화 속의 때묻지 않은 주인공과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너를 그토록 행복하게 해주었고
너무나 설레는 마음으로 그려왔던 너의 꿈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인턴기자로 취재차 작성했던 기사글에서
갠적으로 타무라 시게루와 '소중한 날의 꿈'이 가장 인상깊었다.
테즈카 오사무야 뭐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http://www.mu-um.com/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