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구두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도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았다. 어머니의 옆모습은 여느 때보다 아주 조금 슬퍼 보였다. 하지만 그건 단지 느낌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 나는 한 번도 도서관에 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그곳에 가서 그 지하실 입구를 확인해보고 싶은 기분도 든다. 하지만 나는 이제 거기에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해질녘에 도서관 건물을 보기만 해도 발이 오그라들어 버리는 것이다. 가끔씩 지하실에 두고 온 새 가죽 구두를 생각한다. 그리고 양 사나이를 생각하고 아름다운 소녀를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나로선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채로 나는 점점 그 지하실로부터 멀어져간다. 지금도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