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오늘날 많은 사람이 겪는 불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과거에 비해 상당히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불안이 점점 커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금 가진 것과 현재의 나에 만족하지 말라고, 미래를 생각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며 부러움을 느끼거나 홀로 뒤처진 것 같은 우울한 기분을 느껴보셨을 거예요.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고 걱정할 이유가 없는데도 계속 타인을 의식하고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불안을 키우는 거지요.
사실 불안은 그 자체로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누구도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 수 없으니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까,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맞을까, 불안을 느끼는 게 당연하죠. 살면서 아무런 불안도 느끼지 않는 순간은 없습니다. 예를 들면 10대 때는 친구 관계나 학업 성적으로, 20대 때는 연애 문제나 취업 문제로, 30대 때는 건강과 결혼, 육아 문제로 걱정하는 것처럼 불안거리는 인생의 어느 지점에나 존재합니다. 하나가 사라지면 또 다른 게 나타나지요. 분명한 특정 대상이 존재하는 공포와 달리, 명확한 대상이 없거나 매번 그 대상이 달라지는 것이 불안의 정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불안할 일을 적당히 불안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불안해하거나 새로운 불안거리를 찾아 키워나가면서 자기 삶을 스스로 괴롭게 만들 때입니다. 이렇게 불안거리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 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보통이 『불안』에서 제안한 것처럼 여행이나 예술에 몰두하는 겁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며 흥분과 설렘을 느끼면 불안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죠.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뭔가 몰입하고 집중할 게 있으면 불안이 사라지니까요. 물론 이런 방법은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두 번째 방법은 불안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애써 거기에 집중하거나 섣불리 제거하려 들지 말고 마음 한편에 그대로 두는 거죠.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잘하고 있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내 곁을 지켜주며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는 응원을 듣고 싶은 순간이 있죠. 내 입장에서 이야기해주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주는, 그런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한 겁니다. 성수선 작가의 에세이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에는 이런 공감의 메시지가 잘 담겨 있습니다.
지금 그 정도면 괜찮아, 잘하고 있어, 불안해하지 마. 가끔 내가 물어보기 전에 누가 먼저 말해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넌 참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계속하라고.
불안할 때는 먼저 내 마음을 돌아보고, 그다음으로 관계를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가진 여러 모습, 설령 조금 못나 보이는 모습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즉 나라는 기준점을 단단히 다지면 우리는 어떤 불안 속에서도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고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좋은 사람을 곁에 둔다면, 불시에 들이닥치는 불안에도 잘 대처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불안한 마음을 적당한 크기로 잘 다스리면, 그것이 행복의 촉매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기구를 탈 때 무척 불안해하면서도 즐거워하는 것처럼 말이죠. 불안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더 이상 불안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밤은 없을 것입니다.
- 전승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중에서
너무 옳은 말만 골라해서 뼈 때리는 책... 좋은 책이지만 좀 더 마음이 단단한 상태일 때 읽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