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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1

요새 팀 분위기가 싱숭생숭하다. "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하는 게 뭐냐?)" 라는 전무님의 지적이 있었고, 각 파트장들에게 더 성과를 내라는 (최대한 쇼잉이라도 하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게 팀원들의 업무력과 성과를 향상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팀 내에서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 혹은 더 나은 업무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시기와 미움을 받게 된 것이다. 모두가 예민해진 상황에서 특별히 잘나지 않은 다수의 평범한 팀원들은 이렇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렇게 잘났고 바쁘고 일이 많고, 나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해서 비교 당하고 평가 절하 당한다". 혹은 "너가 그렇게 튀니까 내가 혼나는 게 아니냐, 나도 열심히 하..

Diary 2019.08.01

190703

- 일 년 전쯤부터 회사에 화장을 안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눈에 염증이 생긴 일을 계기로 기초 화장(선크림+팩트)과 립글로스, 눈썹을 다듬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 아침에 화장하는 시간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 내 눈에 들어가는 이물질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한다. 다만 화장이 점점 익숙지 않아지다보니 주말에는 화장이 너무 진하게 되거나 어색해 보인다는 것이 단점. 그래서인지 (아니면 나이살의 영향인지) 요새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자주 낯설다.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이렇지 않았는데, 라는 게 거울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최근 일 년간 야금야금 살이 찌면서 오십 키로를 돌파한 게 가장 큰 영향일거라고는 짐작하고 있지만. 어쨌든 체중과 관계 없이 하루 한 번씩은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내가 ..

Diary 2019.07.03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저, 중에서 - 손을 깨끗히 하려고 쓰는 비누부터 먼저 씻는 마음. 내 손을 깨끗하게 해주느라 더러운 거품이 묻은 비누를 닦아주는 마음. 이 마음이 필요할때가 분명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것이 언제일지 떠올려보았다. 하나, 늘 말을 잘 들어주는 이에게 습관처럼 내 마음을 늘어놓았던 날. 혹여 내 마음 때문에 친구 마음에 구정물 거품이 묻어 버렸던 건 아닐까? 둘, 스트레스 받은 마음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괜히 투정부리며 이상한 방식으로 화를 풀던 날, 나로 인한 더러움은 스스로 닦아낸 후 사람을 대해야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가까운 사람이니까 이 거품도 이해해주겠지... 하던 이기적인 착각. 비누를 닦아내듯 나를 뱅글뱅글 돌리는 방법을 배우자고 다짐하며 긴 손 ..

Review 2019.06.23

190615

요새 즐겨듣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동네 스타벅스까지 걸어갔다. 시인 박준이 게스트로 출연한 방송분이었다. 소소하게 재미있고 아름답고 어딘지 쓸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시인 황인찬이 생각났고, 그때 함께 좋아했던 샤이니 종현이 생각났다. 어쩐지 나도, 나야말로 행복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의 뿌리는 오늘 아침 잰 몸무게가 지난주보다 0.2 늘어난 50.9kg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봐주더라도 48kg대에는 도달해야, 마음 놓고 긍정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내가 된다는 암묵적 자기 승인이 있기 때문이다. 몸무게에 대한 강박은 아주 아주 가끔씩은 절제력을 키워주는 효능이 있지만, 대개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여러모로 한계에 부딪히게 만드는 것 같다.

Diary 2019.06.15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허지원 지음 - 어떤 사람이라도 매일매일 위아래로 끊임없이 요동치는 자존감을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아무리 자존감이 높아보이는 사람이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떤 날은 자존감이 바닥 끝까지 가라앉는 경험을 하면서도 그저 버티며, 꾸준히, 살아갑니다. - '깨어 있으면서도 아무 일 없이 쉬고 있음'을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프로이트가 말한 성숙하고 이성적인 에고Ego를 뇌 과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것이 바로 휴지기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유사하다 것입니다. 주위 환경을 돌아보고 상황을 예측하도록 뇌를 준비시키되, 쾌락이나 흥분과 관련된 피질 하부의 네트워킹은 조용히 억제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정말로 에고가 하는 일과 유사하다는 느낌..

Review 2019.06.13

190612

- 다이어트 원칙 하나 더 추가 : 저녁 메뉴로 밀가루 음식 먹지 않기 (단 샌드위치는 허용) - 요새 날이 너무 좋아서 자꾸 걷고 싶어진다. 천장 대신 하늘이 넓게 펼쳐지는 야외 테라스에서 투명한 하늘 색깔을 마음껏 올려다보고 싶은 날씨다 (하지만 어제는 집에서, 오늘은 빵집에서 폭식하고 뒹굴거렸다는 게 함정). 날씨가 맑아서 저녁 흰달이 더더욱이 또렷하다. 달 옆을 유유히 지나가는 흰색 비행기는 날개의 테두리까지 선명하다. 날씨 때문에 기분이 붕 떴다가 또 슬퍼졌다가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내 심란한 상태와 빈곤한 사정이 떠올라서 우울해지고 눈물 고이게 되어버린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콜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내 마음을 북둗으기위한 이 모든 장치에도 ..

Diary 2019.06.12

[김하나의 측면돌파] 어쩌라고, 되면 좋고 아님 말고!

팟캐스트 [김하나의 측면돌파] 허지원 임상심리학자 저 인터뷰 방송 - 당신에게 불안감을 가져오는 사건들은 많은 경우 당신의 노력이나 기대와는 상관없이 운과 상황에 의해 좌우됩니다.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한다고 했습니다. 수백번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일으켜가며 어떻게든 끝까지 해보려 했습니다. 당신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운이 나빴을 뿐입니다. 주인공이 당신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일 따위는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억지로 만들어 낸 가치가 아니어도 당신과 나는 이대로 충분합니다. 기대하세요. 내일의 날씨. 이따가의 점심 메뉴. 오랜만의 시내 외출. 개봉할 영화와 새로운 드라마. 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지치지 않는..

Review 2019.05.31

195031

맛있는 것으로 나를 위로하기. 단 맛있는 것을 욕구하는 것은 끝이 없으니까, 먹고 싶은 것을 한가지만 딱 정해서 그것을 음미하고 즐기고 적당히 위로 받고 마무리. - 요새 자꾸 우울해진다. 가만히 있다가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한다. 뇌가 또 오작동을 하고 있나 보다. 귀찮지만 병원에 가보아야하나. 다시 병원에 가기 시작하면 상담 한번에 10만원, 약은 2주치를 받아가니까 한달에 20만원은 써야하니까 조심스럽다.

Diary 2019.05.31

아프다면 만성염증 때문입니다

이케타니 도시로 지음 만성염증을 억제해야 무병장수한다 최근 당뇨병과 치주염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치주 병균이나 치주 병균에 반응해 치아 주변에서 생기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메디에이터(mediator. 매개체)가 혈류를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며 혈당치를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면역 시스템의 오작동 '메디에이터(mediator)'는 원래 '중재자'라는 의미지만 의학 용어로는 세포에서 세포로 정보를 전달하는 '전달 물질'을 뜻합니다. 간단히 세포가 이래라 저래라 하고 내리는 명령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염증은 원래 몸에 필요한 반응이므로 염증을 일으키는 메디에이터도 필요합니다. 동시에 없애는 메디에이터도..

Review 2019.05.25

평일 오후 을지로 증권사에 가보았다

1. 자본주의 경제에서 부가 팽창하는 원리는 '돈이 돈을 낳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곳은 삶의 현장이 아니라 '금융 시장'이다. 경제 성장의 자원은 노동이 아니라 돈, 즉 투자 시장을 구르는 눈덩이 그 자체이다. 그리고 개인에게 있어, 경제적 의미로 성장하는 방법은 직업적 성취가 아닌 현명한 투자이다. 자본주의의 꽃이 탐스럽게 피어나는 곳은 바로 투자 시장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금융상품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시대인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자 정보의 불균형에 따른 불이익을 껴안는 것, 즉 기꺼이 (금융 시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2. 오후 시간 을지로 빌딩 사이에서 많은 양복쟁이들이 담배를 피거나 커피..

Diary 2019.05.14

배움에 관하여

한 인간으로서의 '나'를 소개한다는 것은 단순한 듯하지만 사실상 참으로 복잡한 일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씨름하고 있는 물음들, 타자에게 건네는 질문들을 통해서 나는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세계의 내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씨름하고 있는 물음들, 자신이나 이 세계에 던지는 질문들이 그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 강남순, '배움에 관하여' 중에서

Review 2018.11.26

세상의 모든 ㅂ들을 위하여

세상의 모든 죽음은, 삶의 종결은 슬프고 아프다. 제대로 인사조차 할 수 없었던 갑작스런 이별은 더욱 그럴 것이다. 내가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을 감히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 그려본다. 아주 짧아도 좋으니 안녕이라고, 만나서 정말 좋았다고 웃으며 말을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역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생의 속성을 보건대 이는 세상에서 가장 큰 욕심 같기도 하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새삼 어떤 이에게는 허락되고, 어떤 이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이 작별의 인사가 참 아프고 슬프다. 그러니 삶의 모든 순간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마주잡으며 안녕이라고 마음을 담아 인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늘 다짐은 앞서고 행동은 느려 후회가 먼저 오지만. 그럼에도. - 엄태주, '세상의 모든 ㅂ..

Review 2018.11.24

181122

예전에 심리테스트인지 사주팔자인지를 보았다가 그 결과가 정곡을 찔러서 뜨끔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히 말해 나는 혼자 잘났다고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다가 남에게 미움받기 딱 좋은 성격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나는 내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 과반수 이상에게 답답함을 느낀다. 일도 못하고 주인의식도 없고, 남에게 의지하면서 미안한 줄 모르고, 이기적이고,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니면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쓸데없고 무의미한 일만 잔뜩 벌이고! 이것이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릴 때 즉각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나'와 비교했을 때 그들은 진짜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서울대를 나왔고, 회사에서는 성과지향적으로 일하고, 상사들에게서 (적어도 업무적으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Diary 2018.11.23

181119

내일은 화요일이다. 일주일 중에 두번째 날. 하루종일 일하고 싸우고, 주말 내 충전시킨 긍정 에너지를 다 소진시키고, 좀 더 낡은 몸이 되어버리는 날. 하지만 나는 내일 반차를 내버렸다 후후후. 여권 사진도 찍고 구청에도 가야 하고 저녁에는 댄스 수업도 들으러 가야 되지만 그 외에는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야지! 점심은 가벼운 샐러드나 샌드위치(칼로리는 낮지만 맛있는 것으로)를 먹고 오후에는 여권 사진을 찍고 여권 재발급 처리를 하면서 부지런하게 보내고, 저녁도 샐러드나 저칼로리 샌드위치를 먹어야지! 홀로 쉬는 날에는 온전히 내 마음대로 선택한 (다른 사람의 기호나 시선을 신경쓰거나, 시간적인 제한에 얽매이지 않는)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신나는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카페에서 식사도 하고 커피..

Diary 2018.11.19

181117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방법으로 남을 대하라'는 말이 있다. 공감은 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웠는데, 내가 미워하고 호감을 갖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내 에너지를 쓰면서까지 굳이 내가 대접받고자 친절을 베푸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득, 사람들은 단순히 자기가 대접 받아왔던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져 온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도 퉁명스럽게 응대한다. 반면 사랑받고 귀한 여김을 받아온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 주저하지 않고 먼저 마음을 열고 살갑게 다가간다. 고로, 내가 그동안 살면서 귀하게 여겨졌고 이쁨받아왔다는 인상을 주게끔 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은 사람들을 대할 때 내가 바로 그렇게 친절하고 살갑게 다가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Diary 2018.11.17

크레이빙 마인드 上

보상에 의한 학습은 대강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계기(trigger), 행동(behavior), 보상(reward). 우리는 화가 나거나 슬플 때 아이스크림 또는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습득한다. 이후부터는 배 속 공복의 신호 대신 감정의 신호('지금 슬프다')를 계기로 음식을 먹게 된다. 행동을 반복하고 습관 고리(habit loop)가 형성된다. 또한, 과거의 행동에 대한 보상과 처벌을 통해 얻은 편견은 우리의 렌즈에 새겨진다. 렌즈는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적인 눈이 된다. 초콜릿을 먹었는데 만족스러웠다면 '초콜릿은 좋은 것'이라는 안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의 입맛을 기준으로 한 주관적인 판단이고 편견이지만, 시간이 흘러 우리는 각자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

Review 2018.11.17

크레이빙 마인드 中

우리는 욕망의 파도에 올라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욕망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라. 욕망이 찾아오는 것은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니 그 파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거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욕망을 무시하지 말고,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려고 하지 말고, 그 욕망을 어떻게 하려고 하지도 말라. 그것은 당신의 경험이니까. 당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단어나 문장('좋아, 왔구나', '그렇지' 등)도 좋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만으로도 괜찮다. 욕망의 파도를 붙잡으려면 그것이 만들어지는 동안 세심하게 연구하고 조사해야 한다. "지금 내 몸에서 뭐가 느껴지지?"라는 질문을 던지라. 열심히 생각하기보다는, 가장 강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포착하라. 그것이 당신에..

Review 2018.11.17

크레이빙 마인드 下

사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우리의 도파민 손잡이를 누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의 스트레스 나침반은 조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가 나침반을 잘못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파민이 분비되는 보상으로부터 멀어져야 하는데 나침반이 우리에게 그런 보상에 다가가는 방향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사랑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슬플 때 달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거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지는가? 아니면 결국 더 나빠지는가? 이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편안하지 않음'과 '강화를 통한 보상'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손잡이를 누르는 행동을 잠시 중단하고 한 걸음 물러나 실제의 보상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러면 어떤 행동이 우리를 스트..

Review 201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