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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닭볶음면’과 ‘디진다 돈까스’에 열광할까?

GQ KOREA │ Culture 게재 기사 글 / 강보라(칼럼니스트) 매운맛이 꼭 '빨간 맛'인 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매운맛은 보통 너덧 가지 성분으로 나뉜다. 덴 듯 뜨거운 캡사이신(고추), 찌르르 알싸한 알리신(마늘), 코끝이 간질간질한 피페린(후추), 찡하고 상쾌한 시니그린(고추냉이), 전류가 흐른 것처럼 얼얼한 산쇼올(화자오) 등이 '매운맛'으로 통칭되는 서로 다른 자극을 책임진다. 한식의 매운 맛은 대부분 캡사이신에서 나온다. 캡사이신이 뇌신경을 자극하면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다시 중추 신경을 자극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한다. 통증을 상쇄하기 위해 몸이 그렇게 반응한다. 마라톤 선수가 '러너스 하이'에 의지해 고비를 넘기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리고 지구상..

Review 2019.10.07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지음 시작하며: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 일러두기: 이 책을 읽는 방법 1. 의지력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는가? 퇴사 후, 게으른 생활을 즐기다 | 전혀 즐겁지 않은 자유시간 | 미니멀라이프 다음은 ‘습관’이다 | 왜 새해 다짐은 항상 실패할까? | 모든 것은 ‘보상’과 ‘벌칙’ | 오늘은 사과 1개, 내일은 사과 2개 | 일단 눈앞의 보상이 중요하다 | 나중에 받을 보상을 기다리지 못하는 이유 | 마시멜로를 먹을까? 말까? | 마시멜로 실험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 의지력은 사용하면 줄어드나? | 왜 마지막 아이스크림을 참지 못했을까? | 의지력을 갉아먹는 건 ‘불안’이라는 감정 | 즐거운 기분이라면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 |..

Review 2019.10.04

지금 가장 멋진 사람들 - 유노윤호 편

GQ 코리아 '지금 가장 멋진 사람들' 글/ 조경아( 편집장) “유노윤호는 멈추지 않으며, 뭐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좌우명에 온 시간을 쏟았다.” 유노윤호가 다르게 보이는 요즘이다. ‘자다 일어나 춤을 춘다’는 이 웃긴 문장이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웃기기만 하지는 않고,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눈빛으로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벌레는 ‘대충’이라는 말을 하는데 손가락이 저절로 오그라들거나 실없는 조소가 새어나오지도 않는다. 그들이 다섯일 때, 동방신기는 대단했다. 멋있고 세련되었으며 힘 있고 무려 섹시했다. 그들의 해산은 떠들썩했다. 탈퇴, 재조합 등. 어떤 단어가 맞을지 모르나 그들의 분리는 이른바 해체였다. 흘러나오는 잡음들은 흉흉했고 나간 셋과 남은 둘의 차이는 들이댈 수 있는 모든 잣대에 고루 극명..

Review 2019.10.02

‘시발 비용’, ‘탕진잼’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형태

GQ 코리아 게재 글 / 권민지(프리랜스 에디터) 내일이 없는 것처럼 돈을 펑펑 쓰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행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무조건 혀를 찰 일도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미래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얼마 전 한 외국 트위터 계정에서 ‘시발 비용’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일러스트 하나를 봤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의 기사로 꽤 강렬한 이미지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왜 젊은 한국인들은 돈을 펑펑 쓰는 것을 좋아하는가(Why Young Koreans Love To Splurge).”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시발 비용’, 낭비하는 재미를 일컫는 ‘탕진잼’ 등의 신조어를 소개하면서 한국 밀레니얼 세대들의 소비 습관을 취재한 기사였..

Review 2019.10.02

‘괜찮아’의 늪에 빠진 요즘 시대

GQ 코리아 게재 글 / 이다혜(작가, 기자) 혹독한 자기계발의 시대를 지나 이젠 뭐든 다 괜찮다는 위로가 서점가를 점령했다. 곰돌이 푸나 라이언의 얼굴을 한, 귀엽고 공허한 위로가 이 시대를 떠돌고 있다. 위로받는 데도 지쳤다. 괜찮아, 안 괜찮아, 괜찮아, 안 괜찮아. , , , , , …. ‘괜찮아’ 라는 말은 2018년 이후 갑자기 책 제목으로 큰 인기를 끄는 중이다. ‘어린이를 위한 용기의 심리학’이라는 부제의 라는 책도 있다. 를 위시해 , 등 위로는 영원히 이어질 듯 보인다. 당신은 책을 왜 읽는가. 이 ‘왜’가 한때는 자기계발이었다. 2017년에 25주년 에디션이 나온 스티븐 코비의 은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는 자기계발서다. 이 책은 제목으로도 유행을 불러왔는데, ‘습관’으로 검색하면 숱한 ..

Review 2019.10.02

북쪽 거실

고개를 들고 있으면 세계는 익숙하고, 사방의 사물과 얼굴들은 형체를 그토록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일 없이 지루하게 지속되는 듯하나, 그러나 시간의 바닥으로 시선을 돌리면, 우리는 이처럼 어지러운 빠른 굉음과 시커먼 기름덩이, 육중한 쇠철굿공이들이 만들어내는 기계의 거친 물살 속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고, 우리는 죽음으로 돌진하는 미친 열차를 타고 있는 것인데, 단지 그 위압적인 속도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그래서 구름이 저처럼 천천히 흘러가고 돌은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있으며 하늘은 움직이지 않고 하루는 다른 하루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뿐. 그러한 어느 몽상의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의 기차가 우리의 몸 위로 지나가리라. 휙, 하는 순간의 속도로. 그때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선로 바닥에서 보게 되..

Review 2019.10.02

‘뉴트로’로 다시 태어난 복고 열풍

GQ 코리아 게재 글 / 김희연(경향신문 오피니언 에디터) 뉴트로는 단순히 수년째 이어지는 복고 열풍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1970~1980년대를 겪지 못한 세기말, 혹은 새로운 세기에 태어난 세대가 과거를 하나의 새로운 양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왜 미래는 과거가 될까? 느지막한 토요일 오후, 을지로 한 다방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목욕탕처럼 자잘한 타일로 마감된 바닥에선 세월의 때가 묻어난다. 여러 군데 흠집이 난 투박한 나무 탁자에 앉아 와인 한 잔을 마신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면 1970년대 부유한 가정집 거실에 있었을 법한 호박색 조명등이 있다. 이곳은 60여 년 전 다방의 모습을 간직한 서울 을지로의 한 와인 바로, 최근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다. 밀레니얼 세대는 ..

Review 2019.10.02

실패한 날을 다루는 자세

인생은 끝없는 실패와 끊임없는 재시작의 반복이다. 이미 미끄러진 후라면? 다시 일어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듯이.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그 다음 장애물에는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대처이다. -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해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수는 있다 (카를 바르트)

Diary 2019.09.27

190926

평일 저녁이어서 그런가 가로수길 베이커리 카페에는 손님 없이 텅 비어있었다. 덕분에 루프탑을 전세 내고 먹을 수 있었지만. 오픈 샌드위치는 맛있었고 커피도 나쁘지 않았는데 속이 쓰리다. 초라할 정도로 평범하고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예쁜 공간에서 예쁜 저녁을 먹는 것으로 인생의 채도를 높여보려 했으나 아무래도 오늘은 치얼업 실패. 저녁 값으로 만사천원이라는 거금을 쓴 게 문제였던 듯하다. 내일 아침은 프렌치토스트를 구워가고 점심은 팀점으로 법카로 해결해야지. 저녁도 집밥으로 절약모드로 ❛ ֊❛

Diary 2019.09.26

190925

매주 세번 청구역과 신당역 사이에 있는 필라테스 센터에 가는데 센터 옆에 붉은 색 벽돌로 된 건물이 있다. 붉은 색 벽돌로 지어진 정갈한 모양의 건축은 기묘한 설레임과 경건함 그 중간쯤 되는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내게 익숙한 붉은 벽돌 건물들에는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광희동 정동교회가 있는데 둘 다 무척 아름답다 (교회는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검색해보니 필라테스 학원 근처에 있는 건물은 몰몬교 교회라고 함. 붉은 사각형 건물이 종교적 경건함과 영적 신비로움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Diary 2019.09.25

네 인생의 이야기

- 네 인생의 이 단계에서 네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어. 내가 너에게 젖을 먹이기 전까지 네 안에는 과거의 만족감에 관한 기억도, 미래의 충족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하지 않아. 그러다 젖을 빨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역전되겠지. 너는 세상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느끼지 않게 돼. 네가 지각하는 유일한 순간은 오로지 지금뿐이야. 너는 현재 시제 속에서만 살아. 여러 의미에서 실로 부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지. - 미래를 안다는 것과 자유의지는 양립할 수 없었다. 나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내가 미래를 아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미래를 아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사람들에게 털어놓는 행위를 포함해서, 나는 결코 그 미래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

Review 2019.09.08

190903

- 요새 출근할 때 아이스 라떼 사는 돈을 아끼고자,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서 얼음과 에스프레소 샷을 넣어 셀프 라떼를 만들어 먹는다. 오늘은 그동안 만들어 먹었던 저지방우유나 무첨가두유가 아닌 '소화가 잘 되는 우유'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맛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셀프 라떼 만들기를 할 때 우유의 질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소화가 잘 되는 우유나 파스퇴르, 상하목장 우유가 확실히 맛이 좋다. 퀄리티가 달라. - 목요일 퇴근 미션 : 더 다양한 야채와 토마토, 피클을 가지고 더 맛있는 뚱뚱이 샌드위치 만들기에 도전하기! 오늘의 뚠뚠이는 맛은 미흡했지만 후식 생각이 싹 달아날만큼 배부르게 해주었다 ๑˘ ³˘๑

Diary 2019.09.03

190830

지치고 피곤하고 왠지 울적한 금요일 저녁이다. 한참 사내 카페에서 동기와 수다를 떨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늘같은 날은 일찍 퇴근해서 맛있는 것을 먹고 기운이나 좀 북돋아야겠다. 되도록 빵보다는 밥이 좋겠다. 쌀알 하나하나에 기운과 응원을 담아 꼭꼭 씹어 삼키기. 집에 가는 길에 참치 캔을 사가야겠다. 얼마 전에 배송시켜 둔 매콤 곤약밥에 참치를 올려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슬라이스 치즈도 한 장 얹어서 데워야지. 후식으로 먹을 과일도 사야겠다. 복숭아를 먹고 싶기는 한데 한 박스나 사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자두나 한 팩 사는 게 나으려나. 넷플릭스 쉐어 계정 2개월분까지 질러두었다. 6시 10분 칼퇴하자마자 푹 쉴 준비 완료!

Diary 2019.08.30

190826

올해 한국 나이로 30살이 되었다. 30살이 된 것에 대해 크게 유감인 부분은 없다. 외모가 좀 더 나이들어 보이는 것과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빼면. 다만 주변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과반수 이상이 되어버린 탓에 가끔 마음 한 구석이 무거운 기분이 든다. 청첩장을 받는다던지, 결혼한 친구들과 밥을 먹는다든지, 남자친구네 부모님 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남자친구가 우리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거나 할 때 그렇다. 결혼은 인생에 있어 선택 옵션이지만,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을 찾을 수만 있다면 함께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삶의 구조를 갖추는 편이 여러모로 이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까지 이르는 프로세스는 상상으로도 끔찍하고 해낼 자신이 없다. 특히 내가 우리 가족과 집안 형편을 되도록 숨기고 싶은 ..

Diary 2019.08.26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한수희 저/서평화 그림 - 나는 원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을 읽다가도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나오면 신이 난다. 청소를 하고 옷을 다리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요리를 하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 안심이 된다. 어릴 때 읽은 동화책에서도 찬장 위에 놓인 살구절임을 먹을까 말까 계속해서 고민하는 여자애의 이야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만화영화 속 빨강머리 앤과 다이애나가 집에서 몰래 훔쳐온 찻잔에 귀한 사탕이니 초콜릿 같은 걸 두고 소꿉놀이를 하던 장면은 아마 할머니가 되어도 잊지 못할 것이다. 톰 소여가 마시던 유리병에 든 흰 우유도, 하이디가 먹던 검은 빵과 흰 빵도. 잠들기 전에 기도를 하던 초원의 집 소녀들이 머리에 쓴 귀여운 모자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읽거..

Review 2019.08.03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 신체 혐오의 위기에 빠진 여성이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첫 번째 반응은 '난 다이어트할 거야. 탄수화물을 줄여야겠어. 매일 운동해야지. 이제 디저트는 안 먹어.'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응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두 번째로, 섭식 장애로 이어지는 위험한 행동을 이끌ㅇ낼 수 있다. 왜냐하면 표준 몸매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 가장 흔한 반응은 깡마른 이상형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기꺼지 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서적인 고통을 겪을 경우 기분 전환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 설사 그 행동이 잠깐의 기분 전환을 위한 것이더라도 말이다. 이런 기분 전환은 커다란 아이스크림 한 ..

Review 2019.08.03

190801

요새 팀 분위기가 싱숭생숭하다. "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하는 게 뭐냐?)" 라는 전무님의 지적이 있었고, 각 파트장들에게 더 성과를 내라는 (최대한 쇼잉이라도 하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그런데 이게 팀원들의 업무력과 성과를 향상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팀 내에서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 혹은 더 나은 업무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시기와 미움을 받게 된 것이다. 모두가 예민해진 상황에서 특별히 잘나지 않은 다수의 평범한 팀원들은 이렇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렇게 잘났고 바쁘고 일이 많고, 나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해서 비교 당하고 평가 절하 당한다". 혹은 "너가 그렇게 튀니까 내가 혼나는 게 아니냐, 나도 열심히 하..

Diary 2019.08.01

190703

- 일 년 전쯤부터 회사에 화장을 안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눈에 염증이 생긴 일을 계기로 기초 화장(선크림+팩트)과 립글로스, 눈썹을 다듬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 아침에 화장하는 시간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 내 눈에 들어가는 이물질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한다. 다만 화장이 점점 익숙지 않아지다보니 주말에는 화장이 너무 진하게 되거나 어색해 보인다는 것이 단점. 그래서인지 (아니면 나이살의 영향인지) 요새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자주 낯설다.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이렇지 않았는데, 라는 게 거울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최근 일 년간 야금야금 살이 찌면서 오십 키로를 돌파한 게 가장 큰 영향일거라고는 짐작하고 있지만. 어쨌든 체중과 관계 없이 하루 한 번씩은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내가 ..

Diary 2019.07.03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저, 중에서 - 손을 깨끗히 하려고 쓰는 비누부터 먼저 씻는 마음. 내 손을 깨끗하게 해주느라 더러운 거품이 묻은 비누를 닦아주는 마음. 이 마음이 필요할때가 분명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것이 언제일지 떠올려보았다. 하나, 늘 말을 잘 들어주는 이에게 습관처럼 내 마음을 늘어놓았던 날. 혹여 내 마음 때문에 친구 마음에 구정물 거품이 묻어 버렸던 건 아닐까? 둘, 스트레스 받은 마음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괜히 투정부리며 이상한 방식으로 화를 풀던 날, 나로 인한 더러움은 스스로 닦아낸 후 사람을 대해야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가까운 사람이니까 이 거품도 이해해주겠지... 하던 이기적인 착각. 비누를 닦아내듯 나를 뱅글뱅글 돌리는 방법을 배우자고 다짐하며 긴 손 ..

Review 2019.06.23

190615

요새 즐겨듣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동네 스타벅스까지 걸어갔다. 시인 박준이 게스트로 출연한 방송분이었다. 소소하게 재미있고 아름답고 어딘지 쓸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시인 황인찬이 생각났고, 그때 함께 좋아했던 샤이니 종현이 생각났다. 어쩐지 나도, 나야말로 행복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의 뿌리는 오늘 아침 잰 몸무게가 지난주보다 0.2 늘어난 50.9kg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봐주더라도 48kg대에는 도달해야, 마음 놓고 긍정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내가 된다는 암묵적 자기 승인이 있기 때문이다. 몸무게에 대한 강박은 아주 아주 가끔씩은 절제력을 키워주는 효능이 있지만, 대개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여러모로 한계에 부딪히게 만드는 것 같다.

Diary 2019.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