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정말 그렇다고 덤덤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이혼 이후로 나는 아빠랑 동생이랑 셋이서 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는 예전처럼 매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자주 술을 마셨고 담배를 상당히 많이 피웠고 취하면 나쁜 말을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더이상 아빠는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다. 대신에 조용하고 무기력하고 표정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나는 아빠가 불쌍하고 안타까웠지만 아빠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대답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 점점 나는 아빠를, 내가 '아빠'라고 불러야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가난을 실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때 나는 아빠가 '보험'에 가입되어있는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