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새벽에 문득 떠오른 비둘기의 잔상

유연하고단단하게 2009. 9. 15. 04:18


세시쯤에 잠에서 깼다

문득 할 일이 생각나서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메모를 저장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기 위해서
부드러운 수면 양말을 신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따뜻한 우유도 마시고
침대에 누워 얼굴 아래까지 이불을 올려 덮었다.



눈을 아무리 꼭 감고 있어도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문득 그저께 집 앞에서 본 비둘기가 생각이 났다.



얼굴이 없던 비둘기
목부터가 깨끗하게 잘려나간채
몸뚱아리만 꼼짝 않고 앉아있던 주차장 구석의 회색 비둘기


인형같은 것이 아닐까하고 좀 더 다가가서 보았는데
그것은 틀림없이 실제의 살아있는 비둘기였다


왠지 현실감이 없는 그 모양에
징그럽다기보다는 신기하다는 느낌이 컸다
그냥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무심히 그것을 지나쳐갔다.




갑자기 그 비둘기가
굉장히 기묘한 어떤 상징성을 띠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 얼굴이 없던 비둘기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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