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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마주보고 저녁을 먹었다

아빠가 차려준 늦은 생일상을 먹었다 끓여놨던 미역국은 니 동생이 다 먹었다, 미안해하시면서 나없던 생일날 동생과 먹고 남았다는 갈비를 구워주셨다. 오랜만에 아빠랑 마주보고 앉아서 작은 식탁을 사이에 둔, 그 만큼의 거리에서야 주름이 깊어진 얼굴 염색이 벗겨져서 드러난 흰머리 특히 이빨이 빠져서 군데군데 휑한 입 속 아름답게 늙지 못하신 그 모습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밥그릇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묵묵히 숟가락질을 했다. 내가 아빠를 제일 미워했었던 그 시기에 아빠는 자신을 위한 삶을 포기하고 딸들을 위해서만 살겠다고 결심하셨고 그런 마음으로 10년을 살아내셨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아빠가 당신 자신을 위해 가지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무능력함과 무기력함만을 탓해..

Diary 2011.02.12

parallel world

지금 이 세계와 비슷한 세계가 다른 우주에 존재한다 여기서의 존재가 저기서의 존재와 대략적으로는 일치하지만 다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예를 들면 다른 쪽에서는 달이 두 개 뜬다든지 다른 우주의 나는 좀 더 차가운 성격이라든지 평행세계의 의미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는 시공간의 일그러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생일선물로 1Q84를 선물받아서 기뻤다 책장 속에 늠름하게 꽂혀있는 하루키의 책들

Diary 2011.02.10

주전부리 추천

최고의 포테이토칩: 마켓오 순수감자 프로마즈 시중의 1500원짜리 감자칩들을 쩌리로 만드는 우월한 맛! 바삭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튀기지 않고 구운' 감자칩과 까망베르치즈가 듬뿍 토핑되어 풍부하게 느껴지는 치즈의 맛과 향. 굳굳 최고의 피자빵: 뚜레쥬르 쫄깃한피자빵 겉은 담백하면서 속은 쫄깃쫄깃한 도우가 대박임. 185칼로리란 착한 열량까지. 식으면 맛이 없고 데펴먹어야 제맛

Photos 2011.02.10

알랭 드 보통, KISS&TELL

1 이러한 상대성에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떠올릴 수 있다. 이것은 관찰자가 관찰을 시작함과 동시에 그 관찰 대상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하이젠베르크가 말한 것처럼 원자를 관찰하기 위해 현미경 렌즈를 조절하기 시작하면 관찰대상은 자기의식적으로 되고, 그에 따라 관찰대상은 관찰되지 않았을 때와는 다른 어떤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 망원경으로 몰래 훔쳐볼 때 거실 바닥에서 뒹굴고 싶었던 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음, 그렇다면 내가 집에서는 책 한페이지 안읽으면서 카페에서는 그렇게도 열심히 공부하는게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로 비유될 수도 있겠군요 단순히 커피 덕분인줄 알았더니, 제3자의 시선이 필요했던 것이었구만 2 주변에서 하도 알랭 드 보통..

Review 2011.02.09

두가지맛 드레싱의 치킨샐러드

"원래 없을수록 있는척하게 되고, 어두울수록 밝은척해야 하는 법이지." 라는 말로 위로를 했다 목동에 다녀온 이후로는 오후 내내 하늘이 캄캄했다 울컥울컥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아픈 아이에게 쥐어주는 사탕같은 순간의 위로가 절실했기 때문에 달콤한 버터크림맛 드레싱이 듬뿍 얹어진 치킨샐러드를 먹으면서 텅빈 지갑에 죄책감이 들지 않도록 나를 다독였어

Photos 2011.02.08

BLT샌드위치

교대역 파리바게트카페에서 맛본 BTL샌드위치! 고소한 베이컨, 싱싱한 토마토, 아삭아삭 상추 무엇보다 고소한 크림치즈가 듬뿍 묻혀져 있는 호두알갱이가 쏙쏙들어있는 호밀빵이 굳임 *.* 근데 샌드위치 메뉴는 매장마다 너무 케바케가 심하다 샌드위치를 만든 모냥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양상추는 얼마나 듬뿍 넣었는가, 빵은 가지런하게 썰었는가 등등 나도 토스트가게 알바하면서 샌드위치만들다가 욕 마니 먹었지

Photos 2011.02.07

이층의 악당

스릴러도 아닌것이 코메디라기도 좀 그런것이 어쨌든 빵터지는 재미나 눈물콧물 짜내는 감동코드는 없어도 참신한 소재와 오밀조밀한 재미를 담은 대사들로 보는 맛이 있었던 영화 이층의 악당 무엇보다 김혜수느님이 너무너무 매력적이어서 그저 넋을 놓고 봤다 히스테릭 우울증의 괴팍한 30대 중반 아줌마가 섹시해 보였던건, 오직 그녀가 김혜수였기 때문이다 ㅋㅋㅋㅋ

Review 2011.02.02

삼각김밥 리뷰

용돈이 다 떨어져가는 월말이면 나는 삼각김밥 매니아가 된다넹 ~_~ 불고기치즈 삼각김밥 ★☆☆☆☆ 치즈소스 맛이 강하고 불고기는 없었음 내 800원 돼지구이숯불맛 삼각김밥 ★☆☆☆☆ 내 700원 내놔 숯불맛떡갈비 삼각김밥 ★★★☆☆ 리뉴얼되고 백원씩 오른 삼각김밥라인 맛도 더 좋아진듯하넹 칠리바베큐치킨 삼각김밥 ★★☆☆☆ 싸구려 칠리소스 맛은 괜찬지만 고기는 별로 화끈주물럭 삼각김밥 ★☆☆☆☆ 양념도 맛없고 주물럭도 별로고 돈이 아까움 듬뿍데리야끼치킨 삼각김밥 ★★★☆☆ 데리야끼치킨이 뭉텅이로 들어있어서 감동받았다 맥적&김치볶음 라이스샌드 ★★★★★ 무려 1500원이라는 사치스런가격! 하지만 정말정말맛있다 ㅠㅠ 불고기와 볶은김치 조합이 짱짱 듬뿍매콤갈비찜맛 삼각김밥 ★★★☆☆ 갈비찜 소스는 진짜 맛있게 ..

Photos 2011.01.29

오뎅

일본말이라곤 하지만 왠지 어묵보다는 오뎅의 어감이 훨씬 먹음직스럽다 분식을 너무 좋아해서 종종 떡볶이나 오뎅으로 한끼를 때우곤 한다 내가 자취하고 있는 녹두거리는 고시촌이라서 굉장히 저렴한 분식점들이 많다 보통 튀김 세개를 천원 정도에 파는데 천원 어치만 사도 떡볶이 국물까지 듬뿍 묻혀서 포장해주곤 한다 얼마전에 오뎅 세개를 포장해 가겠다고 하니까 김치까지 넣어서 싸주셨다 녹두에 있는 분식점들은 단순한 먹거리를 파는게 아니라 좁고 어두운 고시원에서 시들시들하게 살아가는, 심지어 가난하기까지한 고시생들에게 매콤달콤한 정과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곳이다 그래도 졸업 후엔 절대 관악구에 거주하지 말아야지 얼마전에 맛본 완전완전완ㄴ천! 맛있는 아오키우동 매운오뎅 코엑스갈때마다 굳이 푸드코트에 가서 요걸 먹는다능

Photos 2011.01.29

서울대입구역 파리바게뜨

토마토모짜렐라샐러드 & 감자고로케 & 단호박크림치즈빵 짭쪼롬하고 담백한 모짜렐라치즈가 맛있는 토마토 모짜렐라 샐러드! 단호박크림치즈빵은 점포마다 맛이 제각각인데 입구역 파바꺼는 맛있었다 감자고로케는 속이 비실해서 별로, 차라리 치킨카레고로케가 나은듯 카페에서 책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배도 든든히 채우고 싶은데 돈이 없을 땐 파리바게뜨 카페에 간다 다른 베이커리 카페들은 - 테이블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 너무 비싸거나 - 샐러드류가 없기 때문에 SPC를 욕하면서도 파리바게뜨밖에 갈 곳이 업썽ㅠㅠ 참고로 다신 가고 싶지 않은 교대역 10번 출구 파리바게뜨는 비추비추 점주 & 알바가 쌍으로 최악이다 요기 말구 법원쪽 빠바카페는 좋음!

Photos 2011.01.29

강남역 파리바게뜨

테이블도 넉넉하고 오래오래 죽치고 있을 수 있어서 엄청 자주가는 강남역 파리바게뜨 본점 하지만 강남역이라 더 비쌈ㅜㅜ 와사비크랩샌드위치 내가 좋아하는 치아바타 빵 & 마요네즈 버무린 게맛살 와사비크랩샌드위치도 그럭저럭 맛나긴 했지만 갠적으론 크랜베리치킨호밀샌드위치가 더 좋았다 어쨌든 내가 언제나 파리바게뜨를 가는 이유는 샐러드 때문이거늘ㅠㅠ 오백원이 부족했다 결국 집에 오던 길에 녹두 파리바게뜨에서 3500원짜리 로스트치킨샐러드를 사가지고 왔다 예전엔 파바에서 한입에 두번반한 단팥크림빵도 자주 사먹었는데 언제부턴가 크림 맛이 변한 이후로 다시는 안먹게 됐다 단팥이랑 연유크림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던 그 맛이 느끼하게 변해버렸다 겨울이라 크림이 딱딱해져서 그런가

Photos 2011.01.27

Memento Vita, 삶을 기억하라

사진 기록을 통해서 서울을 들여다보고, 서울에 대해 성찰해 보고 궁극적으로 서울에 서울을 되돌려주자는 (심히 거창한) 의의로 기획된 서울사진축제 전시기간: 2010년 12월 20일 (월) ~ 2011년 1월 31일 (월)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및 남서울 분관 사당역 근처 시립미술관 분관에서 사진전을 보고 왔다 분관의 전시 주제는 '삶을 기억하라' 사진을 통해 기록되고 기념된 개개인의 순간들, 그것이 곧 역사의 단면들임을 말한다. 여러 주제의 전시들 중에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두 가지 전시작; 먼저 지난 번에 moa에서도 전시되었던 장보윤의 다른 주제의, 다른 맥락의 공간 속에서 마주한 사진들은 지난 번보다 훨씬 더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전시 기획이라는 게, 큐레이터의 역할이라는 게 ..

Review 2011.01.26

잉여에서 벗어나고픈 2011년 1월 26일의 일기

출근시간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2호선에서 강남역인줄 알고 교대역에서 내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학원을 땡땡이치게 되었다 이런 ㅠㅠ 이왕 이렇게 된거! 오빠가 맛있다고 극찬했던 방배역 나폴레옹 과자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치즈케익이 땡겼지만 남친의 취향을 존중해서 호두브라우니로 결정 하지만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던 것인가 빠리바게뜨나 뚜레쥬르보다 딱히 더 나은 맛이 아니었다. 걍 달다구리한 브라우니였음 1층 매장 이외에도 지하에 (그리고 아마 2층에도) 테이블이 넉넉히 마련되어 있었다 게다가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도 별로 없어서 세시간 동안이나 죽치고 앉아 공부도 하고 음악도 듣고 했다 근데 여기 직원들 완전 불친절함 + 저녁으론 방배역 9번 출구 바로 앞에 있던 브레댄코에서 샐러드랑 미니번을 먹었다 아무래도 내..

Photos 2011.01.26

부당거래

영화의 완성도나 퀄리티를 따지는 걸 떠나서 스토리 자체에 담겨져있는 논픽션의 메시지는 (새삼스럽지만서도) 충분히 의미심장하다. 부당함에 익숙해져서는 안된다는 것, 나에게 특히 그 의미는 더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건조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정립시켜야 할 것인가 나는 어떤 위치에 정립될 수 있을 것인가 어쨌든, 일단은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 세상 산다는 거 쉽지 않은 거니까 (이왕 제대로 살거라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가벼이 하루하루 보내지 말고 이 젊은 날을 더 진정성 있게 살자구 좀.

Review 2011.01.22

20110121

요며칠동안 스푸트니크의연인(왠지단한번도한번에제대로된제목을기억해낸적없는)을다시읽었다 확실히 착실한자본주의적인지구인으로살아가는 사람들의마음속엔사실우주적인마인드가있어서 사람마다다소의차이가나타나긴하지만 가끔씩-발바닥은지구상에완전히밀착시킨상태지만 마음은달나라에서둥실둥실무중력상태로떠다니고있다-는걸 분명하게확인하게된다 뒤죽박죽으로엉켜버린채이지만 손가락하나까딱할수도없어 그대로놓아둘수밖에없어서 가만히 공허하고무기력한기분으로 바닥에누워서꼼짝도하지않고있다 딱히주의할만한불편함을초래하지않는, 배가아프다던가머리가무겁다던가한게아닌. 호르몬의불균형함이슬그머니작용한걸까 아니면그냥단순한수면부족때문인것일지도모르겠다만 아무튼오늘은 아침부터도무지 나자신도스스로를통제할수없었다 계절학기기말고사를마치고 점심을먹고 자취방에와바닥에누워서어지러운기분으..

Diary 2011.01.21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Game + Interactive Media Art

게임과 미디어 아트, 이들은 공통적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을 주체로 하고 자신을 객체로 뚜렷하게 위치시키는 일반적인 예술품들이나 상품과는 달리 이를 마주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각 외의 다중 감각을 동원하도록 하면서 보다 액티브한 상호 작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게임과 미디어 아트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차이점은, 게임은 참여자의 순간 순간의 즉각적인 반응 그리고 게임 속 세계에의 몰입을 필요로 하는 반면에 미디어 아트는 작품과 마주하는 사건을 일으킨 후에 반성적 사고를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로 너무 닮아 있는 이 두 영역을, 상업성과 예술고립주의로 완전히 분리시켜 버리는 것이, 과연 적절한 조치일까,하는 물음을 던지는 데에서 시작되는 전 /주말에 모아미술관에 다녀왔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

Review 2011.01.11

비로소 새해 다짐

아침 꿈에서 나는 다시 수능을 치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에 재입학했다. 꿈 속에서(도) 나는 성적이 좋고 성실한 학생이라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나태하게 지내면서 그저 열심인 척, 노력하는 척 스스로를 잘 포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정말 수능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야 '앗, 이건 아닌데'하는 갑작스런 위기 의식에 휩싸여서 땀을 뻘뻘 흘리다가 잠에서 깼다. 꿈의 메시지는 생생하고 분명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되질수록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급급해 하면서 살게 된다. 나태함에서 오는 나른한 평온에 빠져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얻을 수 있을 더 큰 행복을 모른 체하며 살아가는, 이제 이런 짓은 정말로 그만두어야겠다. 아무튼 역시 월요일이야..

Diary 201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