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아, 20킬로그램의 삶
am 09:15 마음 한구석에는 창고 같은 방이 있는 것 같다. 외로움, 상처, 우울, 걱정, 실수, 미움, 아픔 같은 것을 쌓아 올리는 곳. 무거운 것들을 채우다 보면 더는 아무것도 넣을 수 없는 때가 온다. 뜬금없이 눈물이 나거나,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인다면 비워낼 시간이 왔다는 신호다. 위로받고 싶지만, 그럴 땐 아무도 없다. 그 시간이 찾아오면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공항에 간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걸음을 옮겨 공항철도를 타거나, 새벽에 무작정 나와 공항버스를 타기도 한다. 공항에 간다고 하면 "여행가?", "누가 떠나?", "아, 누군가 돌아오는구나!"라는 얘기를 들을 것이 빤하므로 말을 아낀다. 말없이 노트와 펜 그리고 묵직한 마음을 들어 가방에 넣는다. pm 12:10공항에 도착하면 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