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욕망의 파도에 올라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욕망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라. 욕망이 찾아오는 것은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니 그 파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거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욕망을 무시하지 말고,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려고 하지 말고, 그 욕망을 어떻게 하려고 하지도 말라. 그것은 당신의 경험이니까. 당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단어나 문장('좋아, 왔구나', '그렇지' 등)도 좋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만으로도 괜찮다. 욕망의 파도를 붙잡으려면 그것이 만들어지는 동안 세심하게 연구하고 조사해야 한다. "지금 내 몸에서 뭐가 느껴지지?"라는 질문을 던지라. 열심히 생각하기보다는, 가장 강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포착하라. 그것이 당신에게 오도록 놓아두라.
마지막으로 계속 주의를 기울이면서 당신의 경험을 기록하라. 짧은 문구 또는 단어를 써서 간단하게 기록한다. 예컨대 "생각을 하고 있다", "배 속이 불편하다", "자극이 강해진다", "활활 타는 느낌" 등으로. 욕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 따라가라. 집중이 흐트러진다면 '지금 내 몸에서 뭐가 느껴지지?'라는 질문을 되풀이하고 같은 과정을 반복하라.
욕망은 거꾸로 된 U자 모양의 파도와 비슷하다. 신호를 받고, 욕망이 생겨나고, 상승하다가, 욕망이 하락하고, 나중에는 사라진다. '알아차리고 - 관찰하고 - 탐구하고 - 기록하기'는 욕망의 파도가 물러갈 때까지 파도 위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서프보드이다. 서프보드 를 타고 욕망의 파도가 형성되고 상승하고 하락하는 과정을 느낀다. 그것을 타고 해변까지 가라. 이것이 바로 습관의 강화가 중단되는 과정이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행히도 우리의 뇌에서 의식적인 행동 조절 능력을 주도하는 전전두엽의 스위치가 제일 먼저 꺼지고, 오래된 습관으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나 각성을 통해 습관에서 진짜로 얻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게 되면 우리는 그 습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을 뼛속까지 알고부터는 참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거나 강제할 필요가 없어진다.
즉 습관이 촉발되는 진정한 이유와, 습관화된 보상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영향을 '알아차리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특정 행동을 무심코 반복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명료하게 인지하고, 각성의 과정을 거치는 것. 끈질기게 탐구하는 자세로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에 가까이 다가가라. 나쁜 욕망을 최대한 빨리 없애려고 애쓰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경험에 기꺼이 주의를 기울이라. 욕망에 휩싸이는 것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그 욕망을 직시한다. 그리고 그 욕망에 올라탄다. 욕망이 찾아올 때마다 다음의 RAIN 명상법을 도구로 사용한다:
R (Recognize/Relax)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당신의 욕망)을 알아차리고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A (Accept/Allow) 그 일을 수용하고 인정한다.
I (Investigate) 신체의 감각, 감정, 생각을 관찰한다. 몸과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N (Note) 매 순간 일어나는 일을 기록한다.
본래 RAIN 명상법에서 N은 '동일시하지 않기(Nonidentification)'로서 우리가 알아차리는 대상에 사로잡히지도, 그것을 우리 자신과 동일시하지도 않는다는 개념이다. '기록하기(Note)'는 우리의 경험 속에서 가장 우세한 것(생각, 감정, 신체적 감각,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소리 등)을 기록한다는 뜻이다. '기록하기'는 '동일시하지 않기'를 실천하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알아차린 뒤에는 더 이상 그 대상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우리 몸 속의 신체적 감각을 알아차리고 기록하는, 관찰하는 행위만으로 우리는 습관 고리에 덜 갇히게 되는 셈이다.
폭식증이나 탄수화물 중독증을 가진 사람에게, 욕망이란 폭식(혹은 정제 탄수화물의 섭취)을 장작 삼아 활활 타는 불과 같다. 폭식을 중단하더라도 욕망의 불은 그대로 남는다. 불은 그 자체의 연료가 다 소진된 다음에야(그리고 더 이상 연료가 보충되지 않아야) 꺼지니까. 폭식(혹은 정제 탄수화물의 섭취)을 계속 하는 사람에게 욕망은 계속 생겨난다. 폭식을 지속함으로써 연료를 계속 공급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욕망과 습관화된 보상(중독을 낳는) 사이의 연결고리 자체를 끊어내야 한다. 욕망과 행동의 분리는 계기들이 더 강해지거나 뚜렷하게 변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특정 신호를 특정 행동과 결부시키는 기억을 저장할 때마다, 뇌는 그 신호 또는 신호의 친구들을 찾기 시작하고, 원래의 신호와 유사한 모든 것이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어버린다.
어떤 자극을 경험할 때, 우리의 정신은 그것을 '쾌'와 '불쾌'로 구분하는 '정조(情調)'를 생성한다. 정조는 유쾌한 경험을 지속하거나 불쾌한 경험을 없애려는 욕망(또는 충동)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보상에 의한 학습에 따라, 유쾌한 감정은 공히 욕망으로 이어지게 되고 욕망은 행위로 이어진다. 만약 불쾌한 경험에서 도피하기 위해 폭식을 함으로써 만족감과 정서적 위안을 얻는 특정 행동을 한다면, 이는 다음 번에도 그 행동을 하도록 우리 자신을 훈련시키는(폭식에 중독되는) 셈이 된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고통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욕망에 따른 행동은 다시 그의 편견과 습관을 강화한다.
- 저드슨 브루어, <크레이빙 마인드> 중에서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의 모든 ㅂ들을 위하여 (0) | 2018.11.24 |
---|---|
크레이빙 마인드 上 (0) | 2018.11.17 |
크레이빙 마인드 下 (0) | 2018.11.17 |
완벽한 타인 (0) | 2018.11.17 |
어나더어스 (0) | 2018.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