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396

감정의 물성

- 나는 이모셔널 솔리드의 물건들이 효과가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마음 치유 효과를 가진다는 아로마 오일이나 향초처럼 어디까지나 쓰는 사람의 기분에 달린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왜 그런 물건들을 굳이 사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가’ 쪽이 나의 주된 의문이었다. 어쨌거나 ‘행복’, ‘침착함’ 같은 감정이 주로 팔리고 있다면 대중들이 플라시보 효과에 의존하여 위안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이해해볼 수 있을 텐데, 부정적인 감정들조차도 잘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 대체 돈을 주고 우울해지려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돈이 너무 많아서 행복감마저 주체할 수가 없는 것일까? 그렇게 삐딱한 생각을 하며 나는 감정의 물성이 유행하는 현상을 지켜보았다. - "왜 ‘증오’와 ‘분노’ 같은 감정들이 팔려나가죠..

Review 2021.03.03

일인칭 단수

- 열아홉 살 무렵의 나는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거의 알지 못했고, 당연히 타인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도 기쁨이나 슬픔이 뭔지는 대충 알고 있다고 내 딴은 생각했었다. 다만 기쁨과 슬픔 사이에 있는 수많은 현상을, 그것들의 위치관계를 아직 잘 분간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종종 나를 몹시 불안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 "우리 인생에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 설명이 안 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그렇지만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이. 그런 때는 아무 생각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그저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커다란 파도 밑을 빠져나갈 때처럼." 아는 동생은 한동안 말없이 그 커다란 파도를 생각한다. 경력이 오랜 서퍼인지라..

Review 2021.02.16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 말로 나를 지키는 방법도 이와 같지 않을까? 사람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를 받고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분명 내 말과 마음이 약해져 있다는 뜻이다. 그럴수록 좋은 말에, 때로는 상처가 되는 말에도 기꺼이 나를 노출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한다. -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상처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상처를 잘 보살피고 그것을 품위 있게 드러내는 사람이다.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일일이 가시를 드러내면 그들의 좋은 면을 알아보는 감각이 무뎌진다. 결국 그 가시를 다 드러내고 살면 초라한 인간관계만 남을 것이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상처를 받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에 가장 힘들어..

Review 2021.02.14

2021 트렌드노트

- 혼자만의 시공간이 중요하다, 불편한 사회적 관계는 거부하고 은밀하고 느슨한 취향 기반의 연대를 모색한다, 가족과 집은 1인 가구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디지털 월드의 방대한 정보와 플랫폼, 똑똑한 소비자는 탐색하고 조합하여 전문가가 된다, 이런 시대에 브랜드는 인간처럼 굴어야 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분명히 하고 솔직하고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 -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순서와 방법을 의미하는 ‘루틴’(routine)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영역도 확장돼 스킨케어나 건강뿐 아니라 일상과 휴식의 순간에도 루틴을 만들고 있다. 루틴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다.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선언하고 스스로 지켜가는 것이다.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했기에 가능하고,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능..

Review 2021.01.24

스토너

-스토너는 1891년에 미주리 주 중부 분빌 마을 근처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났다. 미주리 대학이 있는 컬럼비아에서 약 40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그가 태어났을 떄 그의 부모는 젊은 나이였지만(아버지는 스물다섯살, 어머니는 겨우 스무 살), 어렸을 때부터 그에게 부모는 항상 늙은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서른 살 때 이미 쉰 살처럼 보였다. 노동으로 인해 몸이 구부정해진 아버지는 아무 희망 없는 눈으로 식구들을 근근이 먹여 살리는 척박한 땅을 지긋이 바라보곤 했다. 어머니는 삶을 인내했다. 마치 생애 전체가 반드시 참아내야 하는 긴 한 순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다. 여섯 살 때는 앙상하게 마른 암소들의 젖을 짜고, 집에서 몇..

Review 2021.01.04

풍경의 쓸모

- 아버지는 전보다 더 늙어 있었다. 아마 아버지의 눈에 비친 나도 그랬을 거다. 입을 열었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대화를 맺고 자리를 뜨고 싶어서였다. —어디 아프세요? 아버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렇겠지. 차마 그냥 달라고는 못하겠으니까 빌려달라는 거구나. 아버지 생애에 그걸 갚을 수 있을까. 연민 대신 짜증이 솟구쳤다. —뭐, 암이라도 걸리셨어요? 아버지가 다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났다. ‘암이라니, 참 전형적으로 사신다……’ —어디가요? 아버지가 기름기 없이 부르튼 입술을 달싹이다 입을 열었다. —아니. 나 말고. 그 사람. - —정우야. —어?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어떤 수사도 채근도 표정도 감정도 담기지 않은 부고訃告였다...

Review 2020.12.26

자꾸 낯선 경험을 발굴해야 하는 이유

익숙하지 않은 낯선 일들을 하거나 낯선 세계에 발을 디딜 때, 우리의 생각은 환기가 된다. 빡빡하게 조여진 마음이 풀어진다. 내 시야를 덮고 있던 것들이 걷히면 내가 머물던 세계 너머를 보는 시야를 갖게 된다. 내 삶의 지경이 넓어지는 건 당연하다. - 신소영, 중에서 쉬는 날 귀찮더라도 가능한 부지런히, 낯선 공간과 경험에 나를 계속 노출시켜야 하는 이유.

Review 2020.12.19

2020 트렌드노트

기술 발전이 진화할수록 더 고도화된 타기팅과 큐레이팅으로 소비자가 ‘사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타이밍에 제시될 것이다. 이처럼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정확한 상품을 제시하는 것은 실용의 영역에 가깝다. 아마존의 모토인 싸고 빠르게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주는 미덕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소비에는 개인적인 환상이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소비의 세상에서 환상과 상상력은 매력소비에서 작동한다. 갖고 싶지도 않았던 물건이 갑자기 ‘나를 위한 선물’로 변신하는 마법이 매력소비에서 일어난다. 나를 더 돋보이게 해줄 거라는 믿음을 주는 것, ‘조금 더 나은 삶’ 혹은 ‘조금 더 괜찮은 생활’, ‘조금 더 멋진 나’를 꿈꾸며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되는 소비다. 중에서 - 트렌드를 트렌디하고도 허황되지 않게 이야기하는 ..

Review 2020.12.19

안 망했어요, 우리 좋은 실패들을 해요.

살아가는 모두에게 인생은 아직 열린 결말이니까. 아나운서 준비를 오래 한 후배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교 방송국에 들어갔고, 아카데미를 다니고, 시사상식 스터디를 하고, 한국어능력시험을 보러 다녔다. 매일 리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는 스터디도 했다. 여러 번 고배를 마신 뒤 지금은 일반 회사 취업 준비로 전향한 후배는 오랜 준비를 끝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한동안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왜 안 그랬을까. ‘그동안 허튼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덮쳐올 때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미래가 막막하게 여겨지곤 했다고. 나도 안다, 그 기분. 공들여 애써온 일을 그만둘 때, 가던 길을 되돌아 나오는 기분. 이 길로 오지 말았어야 하는데, 나에게만 막혀 있는 길인 걸 알..

Review 2020.12.11

손보미, 이방인

1. 그 길을 걸을 때, 그녀는 한 번도 눈을 감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최대한 실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앞으로 성인 키의 네 배는 될 법한 편백나무 수백 그루가 높이 솟아 있었다. 서로 얽힌 가지와 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지만 군데군데 눈부신 빛이 떨어져 내렸다. 멈춰서서 고개를 들면 얽힌 나뭇잎 사이로 드문드문 파란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완벽한 색감. 순간, 씁쓸한 웃음이 앙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그녀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계속 걷다보면 어떤 풍경이 나올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숲이 끝나는 곳에, 시야에 닿는 건 그저 허공뿐인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었다. 아무런 악의도 없이, 누군가가 세계를 절단내놓은 것 같았다. 무심한 몸짓으로. 바람 한..

Review 2020.12.01

구병모, 아가미

다만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어요. 강하가 예전에 당신을 어떤 방식으로 싫어했든 간에, 그 싫음이 곧 증오를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걸. 그건 차라리 혼돈에 가까운 막연함이라는 걸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 순간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물 위의 뗏목 같아요. 그 불안정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이 마음과 앞으로의 운명에 확신이라곤 없다는 사실뿐이지 않을까요. - 구병모, 중에서

Review 2020.11.28

X세대 엄마, 변화하는 엄마

엄마가 변했다. 잘 키운 아들딸 사진은 배경으로 밀려나고, 이름 모를 화초 하나가 프로필 사진을 떡 하니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계모임 장소는 계절밥상이 아니라 자주(JAJU) 테이블이 되었고, 정식 개장한 지 반년도 안 된 서울식물원을 20대 딸보다 먼저 알고 가보자 한다. 주말 드라마가 재미없으면 가차 없이 유튜브를 켜고, TV로 홈쇼핑을 보지만 주문은 앱으로 하는 그녀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재 40~50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경제인구의 중심이자 소비의 큰손이다. ‘엄마 찬스’의 ‘엄마’를 맡고 있는 그녀들은 결혼한 자녀에게도 기꺼이 본인의 카드를 내어준다. 대한민국 역사상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밀레니얼이라면, 반대로 40~50대는 자식보다..

Review 2020.11.27

덧니가 보고 싶어

- “너는 네 마음이 어두운 곳에 쉽게 떨어진다고 걱정하는데, 아슬아슬하게 계속 괜찮을 거야.” 쿠션을 베고 바닥에 누운 채 재화가 선이를 올려다봤다. “그럴까? 괜찮을까?” “유머러스한 사람은 쉽게 꺾이지 않아. 내가 에세이랑 인터뷰 읽는 거 좋아하잖아. 역경을 이겨낸 인물들은 대개 정신 수련이나 종교의 힘 덕분이었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들 한 유머 하더라고.” “그럴듯하다.” - “그 말도 맞네. 언니는 행복할 거야.” “행복에 강박을 가지지 마. 그건 일시적인 상태일 뿐이랬어. 다들 그 일시적인 상태를 또 가져보려고 아등바등하는 걸 거야.” - 정세랑 소설, 중에서

Review 2020.11.12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 숙명적으로 파멸해가는 연약하고 매력적인 청년은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입니다. 그와 결별하지 않으면 주인공은 성숙을 향한 도정(道程)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자아는 청소년기의 기억 속에 내버려두기에는 지나치게 매력적입니다. 그 때문에 주인공은 '죽은 청년'의 추억을 자기 몸속에 새겨놓은 채 이른바 '한 몸으로 두 세상을 사는 것'처럼 성숙의 여정을 걸어갑니다. 아니, 성숙이란 자신의 미성숙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것을 자기 안에 껴안은 채 나이가 들어가는 인격적 다면성이라는 것이 이러한 청춘소설의 근원적인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리저리 긁어모은 식재료'로 '보통 음식'을 조리하는 장면을 실로 꼼꼼하게 묘사합니다. 대개 언제나 있는 것을 긁어모아 사용..

Review 2020.11.07

현명하게 분노하는 법

결혼과 가족생활 영역에 세계적 권위를 가진 상담가 게리 채프먼은 인간관계에서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5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화가 났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한다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 나 지금 화났어!”라고 말하는 순간 ‘화’와 내가 분리된다. 그러면 욱하는 분노는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둘째, 분노에 휘둘리지 말고 행동을 통제한다 분노라는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람들이 분노를 컨트롤하는 방법은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하나는 말이나 몸으로 화를 내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를 회피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위험하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Review 2020.10.27

기분이 나빠지면 폭식하는 이유, 감정적 허기

가짜 배고픔은 감정적인 허기를 몸의 허기로 착각하기 때문에 생긴다. 감정적 자극으로 인해 충동적인 식탐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 음식은 정서적 욕구를 채워주는 도구로 사용될 뿐 더 이상 생리적인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다. 음식이 즐거움의 수단이 아니라 해소의 도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폭식은 식습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감정적 원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감정적 허전함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우리는 배고픔과 공허함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을 때 내면의 공허함이 강하게 반응한다. 이때 먹는 행위는 우리가 공허함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 마음의 구멍을 음식으로 채우겠다는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반응인 것이다. 자라면서 상실감이 ..

Review 2020.10.27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매일매일이 단조로워 주위 세계가 무채색으로 보일 때,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아 심장이 무너질 때, 그때가 바로 자신의 퀘렌시아를 찾아야 할 때이다. 그곳에서 누구로부터도, 어떤 계산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 자유 영혼의 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는 길이다. 나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 가장 나 자신답고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는 곳은?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나의 퀘렌시아를 지키는 일이 곧 나를 지키고 삶을 사랑하는 길이다. - 세상에는 시간을 쏟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가고, 또 가고, 또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정은..

Review 2020.10.26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1. 자아 정체성이란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누구인가를 스스로 되돌아보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을 한 몸에 받으며, 항상 모범적인 모습만 보이며 살았던 K는 애초에 진정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 자신이 믿고 있던 자신에 대한 확신은 자아 정체성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정체성에 더 가까웠다. 헌신하던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자 자신감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버린 것은 그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그녀가 이해한 ‘나’는 다른 사람이 평가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칭찬해줘야만 K는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자신을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이내 자기를 의심하곤 했다. K가 보여준 적극적이고 활발한 모습은 그녀의 수동적인 성격에서 나온 산물이었다..

Review 2020.10.24

상관 없는 거 아닌가?

- 물론 멀쩡할 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하지 못했던 말을 술에 취하면 할 수 있게 되는 일이 종종 있기는 하다. 뇌에서 술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 중 하나가 자기억제를 관장하는 부위라고 하니, 자연스러운 일일 테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밝히는 마음이 더 ‘진실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야기를 꺼내기 주저하는 마음도 어쨌든 진심이다. 그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진실된 대화란 그렇게 상충하는 여러 진심들을 빠짐없이 마주한 후 적절한 방식으로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뇌의 일부를 마비시키고 특정한 진심만을 꺼내놓는 것과는 다르다. - 그저 멍하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확실히 그렇지 않..

Review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