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396

노 필터

-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각적 관점을 엿본다는 것은 대단히 진기한 경험이다. 인스타그램의 열아홉 번째 사용자이자 해시태그를 창안했던 기술자 크리스 메시나Chris Messina의 말에 따르면 이는 마치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처음 봤을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심리적 현상을 만든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노르웨이에서 순록을 키우는 목동이나 남아프리카에서 바구니를 짜는 사람의 일상으로 곧장 뛰어들 수 있다. 자신의 삶도 남들과 공유하고 되짚어보면, 평범한 일상도 좀 더 심오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된다. 메시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엿보게 해주어 세상과 그 세상의 중요성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꿔놓는다. 인스타그램은 우리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며, 우리는 이 세상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각..

Review 2022.08.17

두 개인주의자의 결혼 생활

- 결혼했을 땐 고민해 보지 않은 ‘결혼생활이란 무엇이어야 하느냐’를 그때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어렵지 않았다. 생활에서 꼭 이래야 한다는 당위를 빼고, 우리 부부가 원하는 방식을 합의하에 스스로 고르면 된다는 것. 그래서 각방을 쓰기 시작했고, 주말 중 하루는 자기만의 시간을 보냈다. 물론 함께 있어도 본체만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혼자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면 그동안 상대방은 다른 일을 하는 식이었다. 내가 책을 읽는 동안 아내 혼자 나들이를 다녀오는 일도 있었다. 자기만의 생활을 누릴 여유, 삶의 빈칸이 생기자 함께하는 시간도 더 행복해졌다. - 자기 존재를 잃지 않고 결혼생활을 꾸리려는 이들을 위한 팁 3 ① 모든 면에서 다 맞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깨닫자. 별생각이 없으면 갈등하는 ..

Review 2022.08.16

책 / 작별 인사

- "저도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민이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라...... 그것은 인간들이 자기들의 무의미한 인생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낸 발명품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높은 수준의 의식과 언어를 가진 존재만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그 이야기가 의식을 더 높은 수준으로 고양시킨다고 믿고 있어요." "제 생각은 당신과 좀 다릅니다. 이야기는 오히려 인간을 더 집단적이고 폭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자기 의사와 상관 없이 태어난 인간들은 아무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이야기라는 매우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야기는 인간이 겪는 고통에 의미가 있다고 은연 중에..

Review 2022.06.26

드라마 / 나의해방일지 마지막화

미정은 그 동안 자기가 만났던 개새끼들을 나열하고 탓함으로써 자신의 퍽퍽한 삶을, 행복하지 않은 마음을 합리화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구씨를 추앙하기로 결정하면서 비로소 자신을 사랑스럽다고 느끼고 긍정하게 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추앙의 마음은 자기 스스로를 보다 너그럽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진다. 타인에 대한 추앙은 곧 나 자신과의 화해로, 건강하고 충만한 삶의 태도인 해방으로 이어진다. 주인공들은 해방에 이르는가 싶은 순간에 또 다른 새로운 역경의 굴레에 얽매이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해방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그 태도 자체이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불행과 행복을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가는 인생의 나날들..

Review 2022.05.30

드라마 / 나의해방일지 ep.7

- 난 그 말을 이해 못 해. 심장 뛰게 좋다는 말. 내가 심장이 막 뛸 땐 다 안 좋을 때던데. 당황했을 때, 화났을 때, 백 미터 달리기 하기 전. 정말 좋다 싶을 땐 반대로 심장이 느리게 가는 거 같던데 뭔가 풀려난 거 같고. 처음으로 심장이 긴장을 안 한다는 느낌. - 쟤가 정답이야. 좋을 땐 그냥 좋아. 근데 심장이 뛸 땐? 잘하면 가질 수 있겠다 싶을 때. 폭풍 치는 기대 심리 그런 거. 내 껀 그냥 내 건가 보다 해. 월급 들어오는데 심장 되는 거 봤어? 내 건데 왜 뛰어. 내 것이 아닌데 아닌 걸 알겠는데 잘하면 가질 수 있겠다 싶을 때 그때 뛰는 거야 심장이. 내가 뭔가 죽어라 갈망할 땐 저 깊은 곳에서 영혼 이미 알고 있는 거야. 내게 아닌 걸 갖고 싶은데 아닌 걸 아니까 미치는 거야...

Review 2022.05.01

드라마 / 나의해방일지 ep.6

"괜찮을 때는 괜찮은데. 싫을 때는 눈 앞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싫어. 눈 앞에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말을 하면 더 싫고. 쓸데없는 말인데 들어줘야 하고 나도 쓸데 없는 말을 해 내야 하고. 무슨 말을 해야 되나 생각해 내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야." "나도 그런데. 하루 24시간중에 괜찮은시간은 한 두 시간 되나? 좋은 시간도 아니고 괜찮은 시간이 그 정도. 나머지는 다 견디는 시간. 어려서부터 그랬어요. 신나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그 어린 나이에도 심난했어요. 뭐가 저렇게 좋을까. 나는 왜 즐겁지 않을까. 그래도 소몰이 하듯이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 가보자. 왜 살아야 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은 단정하게. 가보자. 그렇게 하루하루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

Review 2022.04.25

드라마 / 나의해방일지

- 그 기집애가 나한테 상처가 되는 말이 뭔지 정확히 알아. 넌 그냥 딱 촌스러운 인간이고. 난 그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경계선 상의 인간이고. -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말로 끼를 부리기 시작해. 말로 사람 시선 모으는 데 재미 붙이기 시작하면 막차 탄 거야. 그러니까 넌 절대 그 지점을 안 넘었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가 안 보여서 좋아.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귀해. -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하고 햇볕 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 -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 날 추앙해요. 난 ..

Review 2022.04.18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

- 투자와 거주를 분리해야 합니다. 가진 돈에 맞춰서 투자와 거주를 동시에 생각하다 보니 오르지 않는 부동산을 사게 되는 것입니다. 투자는 서울의 2호선 역세권 라인이 될 것입니다. - 글로벌 시대, 한국에서는 대기업 본사만이 양질의 일자리로 남게 된다. 대기업은 100개 중 64개가 서울에 있다. 그것도 강남과 시청을 중심으로 말이다. 그러니 세계화 때문에 2호선 역세권 라인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 가진 돈이 많지 않다면 좋은 아파트가 될 수 있는 남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재개발 정도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정보가 나도 알고 남도 아는 것이라면, 지식은 남들은 모르지만 나는 아는 것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하게 행동하죠. 기회는 항상 대중의 길과는 반대로 갑니다. 따..

Review 2022.04.10

알고있지만

넌 네가 어디서든 먹히는 걸 알고 있지. 그러니까 그런 표정. 그런 말투로. 어제 티빙에서 '알고있지만'을 새벽 4시까지 정주행 해버렸다. 이렇게 새벽까지 정주행하게 만든 드라마는 '라이프온마스' 이후로 처음이다. 처음에 이 드라마 캐스팅이 확정되고 한소희 x 송강이라는 핫한 조합 때문에 커뮤니티가 꽤나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배우의 넘사벽 비주얼은 분명히 드라마의 전개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상대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버린 송강, 그런 재언조차 집착하게 만드는 한소희, 그들의 얼굴만으로 캐릭터가 충분히 개연성을 얻는다. 믿음과 안정감을 주는 도혁이 아닌 마음을 불안하게 흔드는 재언을 선택한다는 전개도 비슷한 사람을 겪어보았기에 납득이 된다. 이 드라마에..

Review 2022.03.27

가끔 집은 내가 되고

-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도 물론 중요하지만, 집 밖에는 어떤 풍광이 펼쳐지는지, 거리에선 어떤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지, 어떤 소리가 들리고 어떤 향이 바람에 실려 오는지도 몹시 중요하다.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를 배경 삼아 잎이 무성한 나무를 볼 수 있는 집과 새벽까지 차들이 신경질적으로 빵빵대는 소리에 시달려야 하는 집.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10분 내외로 공원에 닿을 수 있는 곳과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유흥업소만 보이는 곳. 혹은 이른 아침 집을 나섰을 때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나 정장을 입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느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동네와 여전히 술에서 깨지 못한 채 아무 데나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동네는 그 자체로 다를 뿐 아니라 나의 기분과 태도에도 다른 영향을 미친다. -..

Review 2022.03.26

불투명하고 관통할 수 없는 얼굴의 표면

만약 눈이 영혼의 창이라면, 불투명하고 관통할 수 없는 얼굴의 표면은 무엇인가? 파비안 고펠스로이더 박사 / 베를린자유대 철학과 의장, 취리히 예술대학 예술이론연구소 얼굴은 인간의 파사드이다. 얼굴의 불투명함은 내부를 보호하는 동시에 내부를 외부로 표현한다. 투명성을 거부하고 숨겨진 표현을 가시화한다. 얼굴은 공과 사의 영역 사이에서 마치 국경 경비대처럼 작동한다. 국경 경비대가 통과시켜주는 것만 이 사람의 얼굴에서 드러난다. Per-sonare ('~를 통하여 말하다'라는 라틴어). 배우의 가면을 통하여 울려퍼지는 소리는 한 개인을 특별한 인간으로 나타낸다. 가면으로 인해 감춰진 것은 유사한 것끼리 편을 만드는 세상 속으로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 얼굴은 인간의 가면이다. 이 가면 속에서 개인은 인간의 ..

Review 2022.03.19

칵테일, 러브, 좀비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매일 이걸 보러 오는 거야. 나를 잊지 않으려고. 내 이름, 내 얼굴, 아마도 내가 죽었을 때의 나이, 그런 거. 알아 봤자 별다를 것도 없지만, 조금이나마 나를 덜 희미하게 하는 것들이니까. 결국엔 이렇게 널 만나기도 했고.” 마지막 말에는 진즉 말라 비틀어진 심장이 덜컹였다. 그런 물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숲은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을 계속했다. 물은 그 별것 아닌 말에 귀 기울였다.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저

Review 2022.01.31

어깨 너머의 연인

1. 남자들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시선이 없어지면 여자는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늘 남의 눈에 뜨이도록 애쓰는 것도 꽤 피곤한 일이다. 보통 여자 같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루리코는 용납할 수 없다. 보통 여자는 매니큐어가 벗겨졌어도 ‘그녀니까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지나치겠지만, 루리코가 그러고 있으면 ‘루리코 같은 여자가’ 하고 실망의 정도가 크다. 루리코는 늘 생각한다. 자기는 실버보다 플래티넘이, 코튼보다 실크가, 짧은 머리보다 웨이브 진 긴 머리가, 선술집보다 레스토랑이 어울리는 여자여야만 한다고. 물론 누가 강요해서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루리코도 실버가 갖고 싶고 코튼도 입고 싶고 짧은 머리도 해 보고 싶고 선술집에도 가고..

Review 2022.01.30

나를 숙고하는 삶

1. 인생이란 뭔가를 계속 얻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뭔가를 계속 잃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상실로 인해 실망감이 들 때 대놓고 솔직하게 슬퍼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때 땅에 묻히지 못한 망령처럼 예기치 않은 우울증이나 망상 같은, 욕망의 대상들을 향한 강력한 투사 혹은 무분별한 오락 중독 같은 증상들로 나타나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인생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모든 것들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얻은 모든 것들은 또한 잃을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상실을 우리가 계속 섬기는 가치에 대한 보다 의식적인 긍정을 통해서만 만회할 수 있다. 2. 개인의 권위 회복은 인생 후반기를 살아가고 재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만일 우리의 삶이..

Review 2022.01.23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1. “백마역으로 가겠다고? 너 경의중앙선 타 본 적 있어?” “아니?” 나는 휴대폰으로 지하철 노선도를 검색하면서 답했다. 백마역에서 타고 한남역에서 내리면 될 것 같았다. “야, 택시 타라니깐. 내가 돈 줄게.” 나는 피식 웃었다. “됐어. 책 장사에 뛰어든다는 놈이, 돈 아낄 줄 알아야지.” 친구가 비장한 표정을 하고는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힘 내. 미안하다, 무기라도 빌려줘야 하는데…. 여기에는 그런 게 없네. 가다가 연장이라도 하나 사 들고 가.” “술이 아직 덜 깨긴 했나 보네.” 친구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다가 끝내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이내 낯설도록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웃기네. 2. “와, 용감하시네. 하고많은 지하철 중에..

Review 2022.01.22

드라이브 마이 카

1. 예술이 의미 있고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삶을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하루키의 단편 소설 속 어느 부분을 진하게 응축시키고 풍부하게 펼쳐 놓은 듯한 영화. 그래서 오히려 하루키의 소설과 가장 닮은 영화. 3. 영화의 중간부까지는 주인공의 단단함과 무거움에 매료되었다. 가후쿠는 그 어떤 파동도 깊이 삼킬 수 있는 고요한 바다같은 사람이다. 오토의 남편으로, 유능한 연출가로, 때로는 누군가의 동료이자 선배로서도 그는 자신의 역할을 어느 상황에서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수행한다. 한편 드라이버 미사키는 그보다도 더 깊은 내면을 간직한 사람이다. 가후쿠가 잔잔한 바다의 지평선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라면 미사키는 칠흙같이 깊은 심해와 같은 사람이다. 루틴한 모노 톤의 생활 방식..

Review 2022.01.02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12월만큼 판타지 영화와 잘 어울리는 시즌이 있을까? 나로서는 남은 연말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를 정주행 하는 것 만으로 충분히 붕 뜬 기분이 들 것 같다 (마침 쿠팡플레이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무료로 볼 수 있으니) 그리고 생각보다 중간에 퀴렐 교수가 빌런이라는 힌트가 엄청 많이 나온다 ㅋㅋㅋ 초딩 때 영화를 봤을 땐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 오늘 마법사의 돌을 보면서 특히 취저였던 부분들 : + 나에게 맞는 해리포터 기숙사는 예상대로 래번클로! 슬리데린도 꽤 많은 지분이 나왔군.

Review 2021.12.19

마스터 알고리즘

제1장 머신러닝의 혁명이 시작됐다 - 기호주의자(symbolists)는 학습을 연역의 역순으로 보며 철학과 심리학, 논리학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연결주의자(connectionists)는 두뇌를 분석하고 모방하며 신경과학과 물리학에서 영감을 얻는다. 진화주의자(evolutionaries)는 컴퓨터에서 진화를 모의시험하며 유전학과 진화생물학에 의존한다. 베이즈주의자(bayesians)는 학습이 확률 추론의 한 형태라고 믿으며 통계학에 뿌리를 둔다. 유추주의자(analogizers)는 유사성(similarity) 판단을 근거로 추정하면서 배우며 심리학과 수학적 최적화의 영향을 받는다. 머신러닝의 다섯 종족은 각자 자기만의 마스터 알고리즘이 있다. 마스터 알고리즘이란 이론상으로 어느 영역의 데이터에서도 지식을..

Review 2021.11.28

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 인간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구별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그 결과 무수한 사람이 국가나 사회, 그리고 신이라는 상상의 산물을 위해 전장에 나가거나 수백만 명을 마구잡이로 학살했습니다. 이런 사태에 이르지 않으려면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것이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별하고, 이를 이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현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최선의 방법은 대상으로 삼는 것이 고통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고통은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입니다. 일례로 국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요. 전쟁에서 패해도 괴로움을 느끼는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입니다. 기업도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거액의 손실액이 발생하면 기업이 아니라 그 ..

Review 2021.10.17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대단할 것 없지만, 위로가 되는 맛

그래서 티라미수를 먹었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근처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티라미수를 시켰다. 자전거가 있어 야외 좌석에 앉아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티라미수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한국에서 흔하게 팔지 않았다. 당시 최고로 잘나가던 디저트는 사발만 한 대접에 커다란 빙수를 나눠 먹는 ‘아이스베리’였다. 숟가락을 들어 티라미수를 떠먹으니 참으로 맛이 좋았다. 땀을 너무 흘린 상태에서 당분을 섭취했기 때문인지, 그 집의 티라미수가 특별히 맛있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어쨌든 나는 이탈리아에 와서 티라미수를 먹고 있다. 바람 빠진 자전거를 곁에 세워둔 채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때 카페 주인이 다가와 싱글싱글 웃으며 뭐라 뭐라 말했다.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Review 2021.09.12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1. 집으로 돌아오면 이미 몸은 녹초가 된 상태였죠. 그렇게들 빛난다고 하는 젊음인데 저의 하루는 ‘일’과 ‘잠’ 두 가지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한 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100이라면, 퇴근할 때쯤 제 몸에 남은 에너지는 10퍼센트 이하였습니다. 어느 날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끌고 침대로 들어가려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잠들기엔 너무 아쉽다.’ 이렇게 삭막한 하루들만 쌓인다면 10년 뒤 내 삶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몸에 남은 약간의 에너지를 써서라도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피로함에 눈이 반쯤 감긴 나 자신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주문을 걸었습니다. ‘그래, 작은 여행을 떠나자. 집 근처 카페로, ..

Review 2021.06.06

IT 좀 아는 사람

- 스포티파이의 맞춤 추천 알고리즘 먼저 두 가지 기본 정보를 확인한다. 첫째, 각 사용자가 듣고 마음에 들어서 라이브러리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한 노래가 무엇인지 본다. 반대로 30초도 안 듣고 건너뛴 노래는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둘째, 다른 사용자들이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본다. '조깅용 노래'나 '비틀즈 베스트' 같은 플레이리스트에서 주제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로 두 가지 방식을 이용해서 추천곡을 선정한다. 첫 번째는 두 개의 데이터세트dataset를 비교해서 사용자가 좋아하는 노래와 연관성이 있는 새로운 노래를 찾는 것이다. 만약에 A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에 8곡이 담겨 있는데 그 중 7곡이 B의 보관함에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B는 A 스타일의 노래를..

Review 2021.05.22